당신을 서서히 좀 먹을 연인의 행동, 가스라이팅
당신을 서서히 좀 먹을 연인의 행동, 가스라이팅
'나는 착한 사람이었다.'
네가 침묵할 때마다 했던 말 들을 수도 없이 되새겼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찾기 위하여 자문하였지만, 결코 알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네가 얘기하는 ‘이상한 사람’이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의 싸움에서 잘못한 사람은 항상 나였고,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사과해야만 했다.
그러나 정말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내가 나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들을 만나고 있을 때조차도 계속 그에게 연락해야 했고, 심지어 그런 자리조차도 그에게 간신히 허락받았다.
그녀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괜찮은 건지’ 물어왔다.
나는 괜찮아야 했다.
너를 위한, 아니, 나를 위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지 질타를 피하고자 사소한 일에도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관계는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그만두는 방법을 알지 못하였다.
가스라이팅(Gas-lighitng)은 타인의 심리와 상황을 조작하여 조종당하는 사람의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이를 통하여 그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가스라이팅은 더 이상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한 정당의 인재 영입 대상으로 주목받았던 이십 대 남성의 데이트 폭력 논란 사이에서도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등장하였고,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최종화 부제목으로써 사용되기도 하였다.
‘가스라이팅’은 미국의 정신분석 심리치료사인 로빈 스턴이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 ‘가스등’이라는 연극과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집안의 가스등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남편은 그녀가 잘못 본 것이라고 말하며 그녀의 예민함을 지적한다.
아내는 거듭되는 남편의 질타에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녀는 자신의 현실인지 능력을 의심하고, 더욱더 남편에게 의존하게 된다.
그가 일부러 집안의 가스등을 어둡게 만들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로.
흥미로운 점은 ‘가스라이팅’이 친밀한 관계에서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상황을 조작하고, 상대의 심리를 조정하여 그의 판단력을 잃게 만든다.
결국 피해자의 행동은 가스라이터의 뜻대로 가게 된다.
이 행위가 명백한 정서적 학대이자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피해자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의 가장 위험한 측면이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생활이 피폐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자체를 진단하지도 못한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는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자신이 정서적 학대를 경험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누군가가 피 조종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그들은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혹자는 가해자조차도 자신이 하는 언행이 정신적 학대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 경우에는 그들 또한 자신이 하는 말이 옳다고 믿고, 그것이 피해자를 위해서 하는 이야기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스라이팅은 연인이나 가족처럼 아주 가까운 사이에서 주로 발생하지만 여러 종류의 인간관계에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사회성이 부족하다”라거나 “무능력하다”라는 식의 이유를 들며 자신에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자 한다.
연인관계에서 가스라이팅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은, 평등한 관계를 주종관계로 전락시켜 그중 자신이 ‘갑’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상대방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론적으로 상대방을 통제하고 조종하게 된다면 가스라이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폭력은 비단 한쪽 성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가스라이팅’과 같은 심리적인 학대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런데도 그 심각성이 최근 들어서야 인식되고 있다.
“지속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한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사과한다,” “애인의 행동에 대해 친구나 가족에게 자주 변명한다,” “상대가 윽박지르는 것을 피하고 싶어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등의 항목에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 또한 상대방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을 수도 있다.
`네가 그랬잖아? 기억 안 나?`
가스라이팅은 단계적으로 강화된다.
그 혹은 그녀는 연애 초반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시기가 지나간 후에는 당신을 의심하는 제스처를 취함으로써 당신의 기억을 왜곡한다.
상대방이 잘못하지 않은 일에 대하여 왜곡하여 설명하고 그것을 강조함으로써 피해자의 판단력을 잃게 만드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기억도 정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자신의 기억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당신의 말 전부를 부정하고 회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의 기억도 정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 자신의 기억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며 당신의 말 전부를 부정하고 회피할 것이다.
가스라이터들은 당신이 말하였던 내용을 왜곡하여 상기시키고 그 잘잘못을 논한다.
심지어는 싸우고 있는 상황과 관련이 없는 다른 이야기를 불쑥 꺼내와서 그것에 대한 시비를 논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상대방과 자신의 기억에 차이가 있을 때, 자신의 것을 우기는 것이 아니라 소통의 과정에서 오해가 생길 수 있음을 인정하고 그 오해를 풀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가스라이터들은 당신의 기억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당신에게 스스로에 대하여 불신하게 만든다.
`너 같은 사람은 아무도 감당 못해.`
두 번째 단계에서 그들은 당신이 오로지 자기에게만 의지하도록 만든다.
이 단계에서 피해자들은 자신을 방어할 필요성을 느낀다.
처음에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증거를 찾기도 하고, 격렬한 말다툼을 하기도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서 상대방을 달래고, 자기 자신을 방어하는 것으로 초점이 옮겨간다.
그들이 진실을 처단하고, 외부와의 소통을 막기 때문에 당신은 평소에 당연하게 여겨온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들은 자신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정답인 것처럼 말하고, 당신 만의 방법이 잘못된 이유에 대해서 늘어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마치 ‘구원자’인 것처럼 행동하며 당신의 인간관계를 고립시킨다.
당신은 가스라이터 연인에게 완전히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의 변화에 대해서 좀처럼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거 병이야.`
마지막으로 가스라이터는 당신에 대한 ‘무시’를 이어 나간다.
즉, 이제는 대놓고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당신은 적극적으로 그가 옳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증명한다.
그래야만 관계를 이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당신의 연인과 더 이상 다툴 여력도 없다.
단지 내가 잘못했고, 자신이 잘하면 상대방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들은 당신의 기억과 판단력 그리고 감정 모두를 무시하며 당신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제삼자까지 끌어들여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도 한다.
당신이 보았을 때는 그녀가 바람을 피웠다는 정황이 분명한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의처증이라고 몰아간다.
그리고 당신의 친구들에게까지 당신이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스라이터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들은 당신을 조종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다.
당신이 다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 때 ‘안전 이별’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있고,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건강하지 않은 관계를 이어 나갈 이유는 없다.
그런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