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후속편) - 제9화 광란의 기억

비극(후속편) - 제9화 광란의 기억

M 망가조아 0 1993

비극(후속편) -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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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과장은 자신이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아내인 재희의 애무를 받았고 버겁게 올라탄 자신의 섹스를 철민이 말똥말똥한 눈망울로 바로 옆에서 구경했다는 것밖엔.






창문을 활짝 열자 따가운 햇볕에 눈살을 찌푸린 오민우는 차가운 냉수를 들이켜자,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에 몸을 떨었다.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 그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민우는 부끄러운 어젯밤의 기억이 살아나자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


떨리는 손으로 곽 부장이 전해준 주사기의 바늘을 팔뚝에 꽂았다. 기억을 잊어버리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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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기억)






“아! 여보! 미.. .미안..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용서해 주세요.”






재희는 철민의 심벌을 애무하다 자신의 옆에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이미 오 과장은 마약에 취해 있었다.






재희의 애무 장면에 흥분을 일으킨 오 과장은 말없이 재희를 바닥에 눕혔다.


재희는 남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으나, 곧이어 자기 음부에 삽입을 한 오 과장의 등허리를 힘껏 안았다.






이미 철민의 심벌을 애무하며 봇물 터진 듯한 그녀의 음부는 바로 절정감을 맛보았다.


오 과장은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허리를 움직이다가 재희의 손을 가만히 잡아 멍하니 구경하는 철민의 성기에 갖다 댔다.


재희는 쾌감에 몸을 떨며 한 손 가득 잡히는 철민의 성기를 힘껏 잡았다.


철민은 갑작스레 벌어진 일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자기 성기가 재희의 손에 잡히자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가만히 재희를 바라봤다.


재희는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서인지 동공이 풀려 있었고, 남편의 몸놀림에 오르가즘을 느꼈는지 작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하얀 치아가 침에 묻어 반짝이고 있었다.


순간 재희의 입에 자신의 물건을 처박고 싶다는 욕망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오 과장을 쳐다봤다. 왠지 모를 이상함을 느꼈다.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느껴졌다.


철민은 조금씩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재희의 입을 향해 다가갔다.






“아.”






철민은 여운을 남기는 단말마의 신음을 토해냈다.






철민은 모르고 있었다. 오 과장이 마약에 취해 이성을 잃고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읍.”






재희는 철민의 커다란 심벌이 자신의 입속에 파고들자 샘물을 갈구하는 사막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처럼 허겁지겁 빨아들였다.


철민은 조금 전 자신이 해준 펠라치오에 이미 민감해져 있었던지 재희의 입에 한없이 많은 양의 정액을 사출하기 시작했고, 재희의 목젖은 꿀꺽이며 삼켰다.


너무 많은 양에 볼 옆으로 흘러내린 정액은 거미줄처럼 매달리며 떨어졌다.






오 과장은 자기 아내의 행위와 입에서 흘러내린 정액을 보자 강한 오르가즘을 느꼈다.


순간, 오 과장은 자기 성기를 아내의 음부에서 빼내곤 허공을 향해 배출했다.


가늘고 긴 정액은 허공을 가르며 재희의 머리며 가슴으로 포말을 일으키는 물방울처럼 점점이 묻혀 갔다.


그리곤, 오 과장은 쓰러지듯 깊은 잠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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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격!






오 과장은 팔뚝에 맞은 마약이 기운이 몸에 퍼져나가자 모든 것이 떠올랐다.


자기 머리를 감싸 안고 흐느꼈다.






오 과장은 행동했던 모든 일들을 후회했다.


가만히 자기 팔뚝을 내려다봤다.


이미 여러 대의 주사를 맞아서인지 팔뚝엔 구멍이 여러 군데 있었고 그 자국 사이로 파란 멍이 서려 있었다.






“아. 이젠 어떡해야 한단 말인가.”






오 과장은 앞으로 자신이 어떻게 재희를 바라볼 거며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잠에서 깨우곤 아이를 데려온다는 재희의 모습엔 알 수 없는 색기가 서려 있었다.


그건 그동안 착하기만 했던 재희의 모습이 더이상 아니었다. 예전의 재희는 이미 없었다.








비극, 그리고 죽음






그 시간! 재희는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


어젯밤의 행동이 믿어지지 않았다.


흔히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행동이기에 더더욱 그랬다.


두 남자의 정액 세례를 받으며 느꼈던 멀티 오르가즘을 아마 평생을 통해 못 잊을 추억이라 생각하며 혼자 남아 있을 남편에게 빨리 가서 서비스해 줘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액셀러레이터를 더욱더 세차게 밟았다.






재희는 흥분으로 인해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검은색 승용차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이 길은 2차선 도로로 굴곡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꽁지를 박듯이 바짝 따라붙는 것을 평소라면 알아차렸을지도 모르나 흥분 상태의 재희에게는 백미러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고 달릴 뿐.






재희는 급커브 길에 들어서자 서서히 속력을 줄였다.


그때였다. 따라오던 검은색 승용차가 강한 엔진 소음을 내며 재희의 차를 들이받았다.






쿵! 하며 차 뒷부분에 충격을 받았다.


순간 차가 틀어지면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는 대형트럭이 눈앞에 달라붙듯 커진 것을 느꼈다.


하얀 광선을 쏘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조용한 침묵처럼 아무것도 느낄 수 없고 공허하게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이 들었다.


아주 조용히 조용히...재희의 눈은 서서히 그렇게 감겨 가고 있었다.


재희의 옆자리에서는 자지러지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처연히 들려왔으나 재희의 귀에는 이미 들리지 않았다.






검은색 승용차는 재희의 주검을 스쳐 지나갔다.


그 안엔 싸늘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한 사내의 독백이 흘러나왔다.






“내가 또 봐야 한다고 그랬지.”










비극, 또 다른 죽음








속초의 짠 바닷바람을 맞으며 섬에서 낚시를 즐기던 곽 부장은 입질이 없자 소주잔을 기울이며 하품을 해댔다.


벌써 두 시간째 입질이 없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제길! 뭐가 포인트야? 팁으로 10만 원이나 더 줬건만. 에이 씨벌!”






곽 부장은 마치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 드는지 바닥에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비벼 끄고는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그때였다.






“잘 나옵니까?”






검은색 고무보트를 타고 다가온 한 사내가 운을 띄우며 말했다.


간편한 차림의 그의 모습에서 곽 부장은 초보의 냄새를 느꼈다.


그의 옷차림은 낚시꾼의 모습은 아니었기에 더군다나 섬 낚시에 구두라니.






“아직 손맛 못 봤습니다.”






곽 부장은 퉁명스럽게 말을 하곤 술병을 들어 벌컥벌컥 마셨다.


곽 부장은 자신의 퉁명스러움 때문인지 자신의 곁에서 조용히 장비를 꺼내고 있는 사내를 보았다.


왠지 미안한 생각에 술병을 내밀어 그에게 마시라고 권했다.






“한 모금 축이슈!”


“그럴까요?”






곽 부장은 술병을 건넨 후 자신의 낚싯줄이 팽팽해짐을 느끼곤 정신을 집중하며 힘 조절에 들어갔다.


사내는 병을 들어 한 모금의 술을 먹은 후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띠면서 천천히 낚시에 열중해 있던 곽 부장의 곁으로 다가갔다.


사내의 입꼬리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 휙! 하는 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술병을 곽 부장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퍽! 아. 아악”






곽 부장은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철썩이는 파도 소리에 묻혀 그 소리는 미약했다.


머리를 감싸 안은 두 손 사이에서 붉다 못해 검은빛을 띠는 뜨거운 핏물이 울컥거리며 솟아올랐다.


사내는 고통스러워하는 곽 부장의 머리를 재차 깨어진 소주병으로 내리쳤다.






“으으. 컥! 커윽!”






사내는 잔인한 미소를 띠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곽 부장의 옆구리를 발로 찌르듯 날카롭게 가격했다.


곽 부장은 두 눈이 동그래지며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죽음이 눈앞에 보였다. 이렇게 가는구나.






처음엔 머리의 가격과 몇 번의 발길질이 있을 때까진 어떻게 하든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고통을 이겨 갔으나 자신의 온몸을 구석구석 잔인하게 발길질로 짓밟는 사내를 보면서 단 한 번에 죽여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계속되는 죽음보다 못한 매질에 고통보다는 공포가 앞섰다.


어서 끝내 주길 믿지도 않는 하느님께 빌었다.






그의 발길질이 얼굴을 가격했다.


턱뼈의 으스러지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렸다.


세상에서 처음 겪는 고통이 온몸에 퍼졌다.






재차 그의 뾰족한 신발의 앞날이 눈을 파고들었다.


곽 부장은 왜 이런 사내에게 자신이 매질을 당해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지 궁금했다.


서서히 숨이 끊어질 무렵 귓가에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당신의 상사 김 전무가 말하더군. 비밀은 적은 사람이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곽 부장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렇게 숨져 갔다.












비극, 사건의 전말








오 과장은 재희가 돌아올 시간이 넘었음에도 돌아오지 않자 궁금해져 안절부절못했다.


그러다 초조함을 느낀 그는 양주를 꺼내려 장식장의 문을 연 순간, 작은 물체의 반작임이 보였다.






(뭘까?)






동그란 물체에 선으로 연결된 것을 따라가자 놀랍게도 그 선은 전화선과 연결 돼 있었다.






이건!






오 과장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언젠가 자신이 일본에서 들여온 촬영겸용 무선 녹음기와 같은 기종이었기에. . . . .






( 왜 이런 것이? )






오 과장은 전화의 테이프를 꺼내 뒤로 돌려 들어봤다.


순간 침몰하듯 오 과장의 몸은 주저앉았다.






이 모든 사건의 자초지종이 곽 부장으로 인해 이루어진 것을 알게 됐다.


오 과장은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집 안 구석구석을 찾아 헤맸다.


집안 곳곳에 자신도 모르게 몰래 설치되어 있는 카메라와 녹음기를 미친 듯 뜯어냈다. 그리곤 성급히 집을 나섰다.






잠시후.






곽 부장의 사무실에서 오 과장은 미친 듯 사물을 집어 던지며 증거를 찾으려 했다.


그러다 문득 금고를 보았다.


책상 안쪽 서랍에 붙어있던 비밀번호와 일치됐다.


딸각!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곳엔 작은 봉투 하나가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오 과장은 봉투를 개봉했다.






쿵!






사진 속, 펠라치오를 하는 여자는 분명 자기 아내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넘겼다.


쾌락에 젖어 섹스하는 사진들을 보면서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트렸다.






오민우는 우~~~ 하는 소리를 터트리며 울부짖었다.






************************






그 시간






“아. 시원해”






여자는 뭐가 그리 흥에 겨운지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샤워의 물줄기를 맞고 있었다.


그 여자는 곽 부장과 정사를 벌이던 마담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내를 위해서인지 정성껏 온몸을 구석구석 세심히 닦았다.






“김 전무님. 들어 오세요. 같이 씻죠. 뭐.”






사내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욕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뿌연 욕실의 공기가 열어진 문으로 인해 조금 옅어지자 사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는 다름 아닌 무역 1부의 김 전무가 아닌가.


그렇다면 마담은 곽 부장을.






마담은 김 전무의 주파수였다. 곽 부장의 행동을 보고하는 외부 채널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곽 부장이 맡겨놨던 테이프는 이미 김 전무의 수중으로 들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아~흑, 으응, 아~”






어디를 건드렸는지 마담은 온몸을 비틀며 비음을 터트렸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김 전무의 얼굴엔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마담은 허리를 꺾어 자기 음부를 김 전무의 하체에 밀착시켰다.


우뚝 솟은 김 전무의 성기가 이슬 맺은 수풀을 해치며 빨리듯 들어갔다.






“하윽.”


“아. 좋아요. 너무너무~~~”






둘의 목소리가 욕실의 공간에 울리듯 퍼졌다.






“엎드려봐요. 진짜 서비스가 뭔지 알려 드릴게요.”






마담의 코맹맹이 소리에 그는 허리를 숙였다.






마담의 양손은 엎드린 그의 등허리로부터 원을 그리듯 애무하며 차츰 아래로 향했다.


수영을 해서인지 팬티를 입은 부분이 하얗게 되어 있었다.


마담은 손에 가득 거품을 묻히고 엉덩이 전체를 애무하듯 묻혀 갔다. 순간.






“헉!”






김 전무는 헛바람을 일으켰다. 마담의 한 손이 자기 불알을 훑으며 다른 한 손으로 자기 꽃봉오리에 꽂듯이 집어넣었기에.






김 전무는 마치 자신이 강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어때요? 새로운 기분이지요? 호호!”






김 전무는 자신의 속마음까지 꿰뚫는 마담을 보며 미소로 답했다.


마담은 웃음을 보인 김 전무의 꽃봉오리 속 손가락을 갈고리 모양으로 굽히고 내벽을 긁으며 넓은 등허리를 혀로 간지럽히듯 애무했다.






“헉! 끄응! 하아~~~”






참을 수 없는 쾌감에서인지 김 전무의 입에선 단내와 함께 묘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 ...그만! 앗”






김 전무는 갑작스레 올라오는 사정감을 느끼고 마담의 행위를 말렸으나 때는 이미 늦어 버렸다.


엎드린 자세에서 타일 바닥을 향해 세차게 쏟아 내고 말았다.


보이지는 않았으나 마담의 얼굴은 성공했다는 자만심에 젖어 있을 거로 생각했다.






“호호! 그렇게 못 참겠어요?”


“곽 부장한테도 그렇게 해 주었나?”


“아. 또 질투에요? 사실 뭐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요. 모두 당신이 시켜서 그런 건데.”






마담은 투정을 부리듯 얘길 했으나, 김 전무의 눈치를 보는 게 내비쳤다.






“그런가? 하지만 앞으론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아마 지금쯤 먼 곳을 여행하고 있을 테니까.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으로.”






알 수 없는 말을 내뱉고 가운을 걸치며 욕실을 빠져나가는 김 전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담은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의 말이 무슨 뜻인 줄 알 수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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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요?”






“삐~~~”






집으로 들어온 오 과장은 전화기의 메시지를 틀며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여보세요! 아무도 없습니까? 여기 00 경찰선데요 교통사고가 나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타고 있던 여자분은 사망하고 옆에 있던 아이는 00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그럼.”






오 과장은 떨리는 손으로 메시지를 다시 틀었다. 자기 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에.


그러나 반복된 전화기 속의 목소리는 사무적으로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아. 안. 돼.. 안돼~~~”






오 과장은 절규하며 오열했다. 그의 두 눈엔 눈물이 방울져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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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살인.








가슴속 깊게 칼을 품고 걸어가는 사내의 모습에서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뚜벅뚜벅 무거운 발걸음은 하나하나가 힘이 들어가 있듯 조금씩 떨림을 알 수 있었다.


주변을 돌아보던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가볍게 담장을 휙! 넘어갔다.








넓은 정원의 잔디가 그의 발에 짓밟혀 스러지며 섬뜩한 소리를 냈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현관으로 다가간 그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딸각!”






방안의 어둠에 잠시 행동을 멈춘 그는 눈의 망막이 넓어지며 시야가 들어오자 가만히 방에 다가갔다. 방안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사내는 자신의 품에 간직했던 칼을 머리까지 들어 올렸다. 방안에 스며든 달빛에 날이 섬뜩하게 빛났다.






“푹! 푹!]






사내는 힘주어 내리찍었다.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함을 느낀 사내는 이불을 걷어 재꼈다.






“이..럴..수가”






침대 위에 나란히 누운 두 남녀는 이미 죽어 있었다.


언제나 자비로운 모습이었던 강 전무의 모습은 죽어 있으면서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사내는 칼을 떨어트리곤 뒷걸음쳐 밖으로 급하게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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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요?"




땀에 흠뻑 젖은 오 과장은 곽 부장과 들리던 술집을 찾았다.


웨이터에게 양주 큰 걸 주문한 뒤 마담을 찾았다.




양주를 벌컥 이고 반쯤을 먹었을 무렵 마담이 왔다.






“오랜만이에요. 근데 왜 그래요? 온통 젖어 있잖아요.”






마담은 그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그러나 오 과장은 말없이 병째 술을 들이켜기만 했다.


마담은 그런 그를 만류하면서 손을 잡았다.


오 과장은 마담의 품에 쓰러지듯 안기며 오열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담은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기만 했다. 왠지 애처로운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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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의 성공!








주주총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선출된 김 전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얼굴 가득 미소를 띠었다.


그는 세상이 전부 자기 것인 양 착각에 빠졌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짝! 짝! 짝!”


“여러 주주님의 뜻에 어긋나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 태어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연설을 하듯 줄줄이 내뱉는 거침없는 그의 말은 대중을 끌어 잡기에 충분했다.


사이사이에 박수는 계속되었고 밝은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그때였다. 학의 모양을 한 얼음 조각상 너머로 비치는 모자를 눌러쓴 사내가 그런 모습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사내는 절뚝거리며 단상에서 내려와 칵테일 잔을 들고 담소를 나누는 김 전무의 뒤편으로 다가갔다.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그에게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죽어~~”






순간, 입구에서 한 손에 칼을 들고 사람들을 밀치며 달려오는 사내가 있었다.


그의 옷차림은 술에 젖어 있는지 온통 얼룩져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칼 사이엔 초점 없는 눈동자가 이슬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절뚝거리던 사내는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김 전무의 어깨까지 다다르자 품속의 칼을 꺼내 김 전무의 등을 깊숙이 찔러갔


다.






달려오던 사내는 김 전무의 목을 향해 칼을 든 손을 절뚝거리는 사내가 가로막자 목표 지점을 벗어난 칼은 김 전무가 아닌 절뚝거리는 사내의 목에 박혔다.




“윽! 넌 오..민..우...”






절뚝거리는 사내는 모자가 벗겨지면서 더듬거리듯 말을 했다.




모자가 벗겨진 그의 모습은 처절했다.


한쪽 눈은 휑하니 구멍이 나 있었고 얼굴은 상처로 인해 가뭄의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더욱 비참한 건 사내의 칼에 찔린 목의 칼을 잡은 손바닥 사이로 흐르는 검붉은 핏줄기였다.






오민우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던 절룩거리는 사내가 곽 부장이라는 사실을 그를 찌르고 나서 알 수 있었다.


순간 오민우는 김 전무를 봤다.


곽 부장에 등허리를 찔린 그는 바닥을 기며 도와줘! 소리를 연발하고 있었다.






오민우는 자신 앞에 털썩 이며 무릎을 꿇고 꼬꾸라지는 곽 부장을 뒤로하고 김 전무를 향해 학의 모양 얼음 상 목 부근을 꺾어 다가


갔다.


그의 등허리에 박힌 칼날을 보며 서서히 부리 부분의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머리끝까지 들어 올렸다.


그리곤 힘껏 내리치려는 순간!






“탕!”


“꺄악 아악.”






어디선가 들려온 공포탄의 소리와 함께 장내는 금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오민우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려봤다.






“움직이지 마!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발포하겠다.”






낯설지 않은 형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 손에 들려있는 조각을 김 전무를 향해 내리쳐 갔다.






“탕!”






자기 어깨에 스치듯 지나간 총알에 온몸에 고통이 밀려왔다.


순간, 형사를 비롯한 경찰들은 자신을 덮치듯 넘어트렸다.






오민우는 정신을 읽어 갔다.


순간 그의 눈은 눈물에 젖어 왔다.


아름다웠던 재희와 둘 사이의 사랑의 결정체인 두 살배기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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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그러나.








오민우의 긴 이야기를 듣던 김 형사는 20년 지기 친구를 앞에 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민우의 말대로 김 전무의 주파수였던 마담을 찾아갔으나 마담은 이미 방화로 인해 룸에서 숨져 있었고 어떠한 것에서도 그의 죄를


증명할 증거는 남아있질 않았기에.






김 형사는 착잡했다.






최대한으로 오민우의 죄를 감하려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어쨌든 살인을 한 자이기에.


더군다나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살인하였기에 법의 심판은 더욱 냉정했다.






항소를 포기한 오민우에게 법은 13년이라는 징역형을 내렸고 그는 자신의 아기를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오민우에게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만 했을 뿐이었다.


그의 품에 안긴 아기는 아빠의 불행을 아는지 모르는지 방긋방긋 웃기만 했다.


김 형사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내린 눈물이 아이의 뺨에 떨어지자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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