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친야설) 형의 아내 1 - 1

(근친야설) 형의 아내 1 - 1

M 망가조아 0 2751

(근친야설) 형의 아내 1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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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석은 19년 동안 살아온 정든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삶의 목표였던 대학에 들어가면 세상일이 민석의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은 대학 버스 정류장 옆에 `송민석 군의 S대 경영학과 입학을 축하합니다` 이라 쓰인 플래카드가 널찍하게 걸려 있었다.


이제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통제권을 벗어나 그녀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고 있다.




언제였던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이.




친구와 피 터지게 싸우고 돌아온 민석은 오늘도 할아버지로부터 거센 꾸지람과 함께 종아리에 피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맞았다.


구한말 홍성 군수를 지내신 증조할아버지 슬하에서 엄격한 유교적 전통 속에서 교육받았던 할아버지는 한일 합방이 되고 나서 일제에 강력하게 저항한 증조할아버지의 몰락과 함께 당진으로 이사 오셨다.고 한다.




민석의 증조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시골에 서당을 열기도 했던 할아버지는 지금도 꼿꼿한 양반의 기상을 잃지 않고 계셨다. 


그런 할아버지의 엄격함은 아직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민석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오늘  너희 큰형 온댄다  "




아픈 종아리를 연신 주무르며 고통스러워하는 민석을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며 엄마가 조용조용한 어조로 말을 한다.  




"와! 정말?"




엄마는 신이 난 듯 밝은 표정으로 묻는 민석에게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준다.


엄마의 주억거림에 언제 종아리가 아팠냐는 듯 민석이 만세를 부르며 좋아한다.




민석의 큰 형 송 민호는 스물여덟 살로 민석이 집안의 가장 큰 자랑이었다.


조그마한 시골 동네 어귀에는 형이 학교에 들어갈 때마다 플래카드가 걸리곤 했다.


00 고등학교 수석 입학, S 대학교 법대 수석 입학 등.




법대 수석 입학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걸린 지 삼 년 만에 또다시 사법고시 최종 합격이라는 글귀가 걸릴 정도로 대단한 형이었다.


그리고도 모자라 법무관으로 군대에 갔다. 온 뒤에도 공부하여 행정고시까지 합격해 버렸다


언제나 완고한 표정으로 허옇게 자라난 수염을 쓰다듬던 할아버지도 민호 얘기만 나와도 훈훈한 웃음을 웃곤 하셨다.


4남 1녀 중의 막내인 민석도 큰 형 민호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었다.




약간 창백한 안색에 후리후리한 키, 금테 안경 아래로 날카롭게 빛나는 눈


나이 차이가 워낙 많아 형이라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지만, 막둥이 민석에게 유난스레 다정하게 구는 큰 형이었다.


형이 올 때마다 사탕을 잔뜩 안아 들고 왔고, 그 사탕들은 상당 기간 동안 민석의 입맛을 즐겁게 하곤 했다.


비록 할아버지의 벽장 속으로 틀어박혀 어쩌다가 한 번밖에는 먹어볼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가 뒷간에라도 갈라치면 잽싸게 들어가 벽장에 꽂혀있는 쇳내를 풀어내고 훔쳐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민석은 형이 온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는 대나무로 대충 만든 낚싯대를 들고 개울로 달렸다.


지렁이를 끼워 넣어 낚시를 드리우자 워낙 물고기가 많이 사는 탓인지 오래간만에 보는 지렁이에 환장한 탓인지 붕어들이 경쟁하듯 낚싯바늘을 물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꽤 많은 양의 붕어를 잡았다.


그중 굵직한 놈으로만 30여 마리를 물동이에 담고 나머지는 다시 놓아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대청마루 밑을 바라보자 낯설게 보이는 세련된 구두가 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바깥나들이를 전혀 하지 못했던 민석이 생전 처음 대하는 높은 굽의 여자 구두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형 왔어?"




반가운 목소리로 크게 소리치자 할아버지의 미닫이 방문이 드르륵 열리며 예의 지적인 형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하. 그래 우리 민석이구나. 이 녀석 많이 컸구나!"




"민석이는 네 방에 가 있거라"




민석이 방으로 들어가려 하다가 할아버지의 엄한 말씀에 몸을 굳혔다.




"예"




울상이 되어 형의 얼굴을 바라보던 민석은 그제야 형의 옆에 무릎을 단정히 꿇고 앉아 있는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열두 살의 시골 소년 민석이 이제껏 듣도 보도 못한 선녀 같은 여자가 그곳에 단아하게 앉아 있었다.


눈을 화등잔만 하게 치뜨고 방안을 바라보고 있는 민석의 종아리에 할아버지의 긴 담뱃대가 날아들었다.




"이놈! 할아버지 말이 말 같지 않냐!"




그 소리에 놀라 허둥지둥 방문을 닫았다.


여자는 긴장한 탓인지 그런 민석에게 눈도 돌리지 못하고 앉아 있다.




"그래. 형제는 몇인고?"




호기심을 참지 못한 민석이 대청마루에 앉아 안방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엿듣자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네. 1남 3녀의 둘째입니다."




나직하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가 그럴 수 없이 청아하다.




"아들이 마지막인가?"




"예 "




"허허. 아들을 보시느라 고생하셨구먼! "




할아버지의 말을 들은 민석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낄낄거리자 안방에서 할아버지의 노여움 가득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놈. 게서 뭐 하는 게냐"




그 소리에 놀란 민석이 도망치듯 달아난다.




`천사인가 봐`




대청마루에서 도망친 민석은 한옥 바로 뒤의 등성이 풀밭에 벌렁 누웠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상스럽게도 그 여자의 얼굴이 하늘을 가득 메우며 떠오른다.




그 여자는 민석이 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탓에 12볼트 배터리를 연결해 놓은 TV에서도 그렇게 예쁘게 생긴 여자는 보지 못했다.




민석은 따사로운 가을 햇살에 포근함을 느끼며 얼핏 잠이 들었다.


코를 간질이는 듯한 기분에 재채기를 하며 풀밭에서 몸을 일으키는 민석의 눈에 허름한 체육복을 갈아입은 큰 형이 보였다.




"하하. 이 녀석. 여기서 뭐 해?"




"아, . 그냥"




뒷머리를 긁적이며 형을 바라보자 형의 옆에 연한 하늘색의 투피스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가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여자를 본 민석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어느새 고개를 떨군 민석의 앞에 큰형이 쪼그리고 앉는다




"인사해. 네 형수 될 사람이야."




"아!"




불현듯 고개를 들어 새삼스럽게 그녀를 바라본다.




"안녕하세요? 저, 혜린이에요. 김혜린. 잘 부탁드려요."




하늘을 닮은 천사가 민석에게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한다.




"예. 안녕하세요."




얼버무리듯 말하는 자신을 책망하며 어색한 인사를 건네자 하늘 닮은 천사는 조용히 손으로 입을 가리며 미소하다가 커다랗게 쌍꺼풀진 눈을 빛내며 민석을 바라본다.




"몇 살이에요?"




"열 두살"




"어머. 그래요? 난 중학생인 줄 알았는데."




말하는 여자의 얼굴을 살피나 실망한 듯하지는 않아 보여 안심한다.




"도련님이라고 해야 하나? 후후 앞으로 잘 지내요."




여자의 새하얀 손이 만 석의 코앞으로 다가온다.


기다란 손가락이 매끈하게 뻗은 것이 참으로 예쁜 손이었다.




"뭐해? 형수하고 악수 안 하고."




그 말에 놀란 듯 민석이 손을 내밀자 여자가 만 석의 손을 살며시 잡고 몇 번 흔든다.


말할 수 없이 부드러운 감촉에 멍한 표정이 된 민석에게 형이 먼저 들어간다고 말하고는 여자를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멍하니 서 있던 민석이 여자에게 닿았던 손을 코끝으로 가져가 냄새를 맡아보나 붕어의 비린내만 감지된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손을 씻는 건데`




손톱 밑에 까맣게 낀 때와 손에서 맡아지는 비린내에 짜증이 치민다.




저녁 무렵이 되자 민석은 터벅터벅하며 집으로 들어섰다.


엄마는 민석이 잡은 물고기를 갈아 어죽을 맛있게 끓여놓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연신 막걸릿잔을 비우시며 기분 좋게 식사하셨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어른들은 다시 할아버지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민석은 할아버지의 꾸짖는 듯한 눈초리에 할 수 없이 안방에서 물러 나와 조그마한 민석의 공간에 파묻힐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학교에 가는 민석에게 형수가 될 하늘 닮은 천사는 함초롬히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몇 번 주억거리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친구들에 비해서 건강한 몸을 자랑하던 민석은 활달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눈만 마주치면 전기에 감전된 듯한 전율과 함께 뭔지 모를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곤 하였다




`에이. 병신`




그녀와 나눈 이야기라곤 인사말 한마디뿐이었다는 것이 생각나자 민석은 그리도 못난 자신이 너무 싫었다.




학교에 가서도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먼 산만 바라보는 민석이의 눈은 아련히 젖어 있었고, 민석의 첫사랑이랄 수 있는 지금의 담임선생 김 미숙으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들었다.




김혜린이라 했던가.


이름마저도 이런 시골구석에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 고귀해 보였다,




교무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어도, 김미숙 선생님의 까무잡잡한 피부를 보면서도 민석의 가슴속에는 어제 그에게 나타난 천사 김혜린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늘을 우러르면 하늘 속에 그녀가 나타났고,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바라보면 그 꽃망울 대신 그녀의 영상이 떠올랐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민석은 점심을 걸렀음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이 힘찼다.


활짝 열린 나무 대문을 들어서며" 다녀왔습니다 "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툇마루의 섬돌을 바라본다.




아, . 없었다.


하늘 닮은 그녀 코스모스 닮은 그녀의 신발은 사라지고 없었다.




부엌에서 앞치마에 젖은 손을 닦으며 나오는 엄마에게 차마 그녀가 떠났느냐고 물을 수는 없었다.




"엄마. 형 갔어?"




"으응. 점심 먹고 바로 갔어. 서운한가 보구나."




엄마의 자애로운 미소를 등에 지고 뒤돌아서 메고 있던 가방을 마루에 팽개치고 그녀와 처음 얘기 - 인사말에 불과하지만- 를 나누었던 등성이에 올라갔다..


하늘을 올려다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무덤 옆에 핀 코스모스에도 그녀의 영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민석은 그녀의 고운 자태를 자기 가슴 한편에 깊숙이 묻어두었다.




그해 섣달, 시골의 겨울은 도시의 그것보다 더욱 춥고 을씨년스럽다.


그해 12월에 할아버지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데리고 오랜만의 외출을 하셨다.


중간 지점인 천안에서 형수 될 여자의 가족과 상견례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흡족한 표정의 할아버지 얼굴에서 그녀가 정식으로 민석의 가족이 될 것임을 예감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대학의 교수이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했다.


부자는 아니지만, 부모의 모습을 보면 그 자식을 알 수 있다며 할아버지는 연신 껄껄거리며 웃으셨다.




민석이 6학년이 되던 해의 3월 15일, 할아버지의 강력한 주장으로 시골집에서 전통 혼례를 치렀다


혼례식 하루 전날 내려온 그녀를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결혼에 대한 긴장일까 아니면 민석을 잊은 것일까?


민석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에선 상큼한 웃음기가 사라진 상태이었다.




혼례식 날, 시골 아낙들과 누나들의 질시 어린 눈초리를 온몸에 받으며 곱게 화장하고 족두리를 쓴 그녀가 커다란 상을 앞에 두고 큰형과 마주 섰다


당시 165였던 민석과 거의 비슷하거나 클 정도였고, 계란형의 갸름한 얼굴이 무척이나 고왔다.


무엇보다도 박 속같이 하얀 그녀의 피부는 가히 압권이라 할 만했다.




혼례식이 끝난 날, 시골에서는 으레 하는 축하식이 열렸다.


동네 총각들은 침을 꿀꺽거리며 대청마루에 다정하게 서 있는 큰 형 부부에게 짓궂은 요구를 계속했고, 그럴 때마다 부끄러운 미소를 살포시 머금으며 새 색시다운 몸짓을 보이면서도 야무지게 요구를 수행해 내는 그녀의 모습에서 더욱 아름다움을 느꼈다


꾀꼬리 같은 음색으로 `사랑해 당신을`을 부르며 형을 바라보는 눈길을 보며 민석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큰형 내외는 서두르듯 신혼여행 길에 올랐다.


민석과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은 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그녀는 멀어져 갔다..




그랬다. 어린 민석에게는 그녀가 삶의 목표로 자리를 잡아갔다.


형처럼 공부를 열심히 하면 그리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갔다.




명절 때마다 혹은 할아버지와 부모님의 생신 때마다 큰형 내외는 다정한 모습으로 우리 집에 다니러 왔다


며느리의 노릇을 하느라 재래식 부엌에서 바삐 왔다 갔다 하는 그녀를 애처로운 듯 바라보는 외에는 민석에게는 그녀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안녕하세요? 도련님""도련님 식사하세요."




형식적인 말이 그녀와 민석 사이에 있었던 대화 전부였다.




다행히도 민석은 큰형을 닮아서인지 공부를 무척 잘했고, 할아버지도 그런 민석에게 은근히 기대하는 무엇이 있는 것 같았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던지 민석은 그림을 무척이나 잘 그렸다.




군(郡), 혹은 도(道)에서 실시하는 각종 미술 대회는 민석의 그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도량이 되어 주었다.


화가가 되겠다는 민석이 할아버지로부터 오랜만에 실컷 두들겨 맞은 것은 그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림 그리기를 포기한 민석이 우울해할 즈음 집에 다니러 온 형수가 차분한 어조로 민석을 위로했다.




"도련님. 꿈을 접지 마세요. 지금은 어른들의 반대로 할 수 없겠지만 이담에라도 꼭 이루세요. 제가 응원할게요."




형수의 그 말은 민석에게 천군만마의 힘을 주었고, 다시 희망의 불꽃을 지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키는 컸지만 마른 체형에 창백한 피부색으로 병약해 보이는 형과는 달리 민석은 외모에서부터 남자다운 기백이 물씬 풍겨 나왔다.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색, 짙은 눈썹, 우뚝 솟은 콧날, 고집스럽게 일자로 다물린 두툼한 입술, 튼튼한 허벅지, 180센티가 조금 넘을까 말까 하는 헌칠한 키에 75킬로 정도의 몸무게를 가진 민호는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어,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의 선망 대상이었다.


무관심한 눈으로 그네들 사이를 지나가노라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울리곤 했다.




"다 왔다"




아버지의 목소리에 퍼뜩 상념에서 깨어나 차창 밖을 내다보자 시골 태생인 민석이 몇 번밖에 본 적이 없는 한강대교가 보이고 있었다.


용산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내린 민석의 아버지는 대기실 구석구석을 이리저리 살피고 계셨다.


민석의 눈에 오후 햇살을 등에 지고 두꺼운 스웨터를 걸친 형수의 가녀린 몸이 보였다.


형수도 민석을 발견한 듯 손을 들어 흔들어 댄다.




"아버지. 저기. "




그제야 형수를 발견한 아버지가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도련님도. "




대충 인사를 마무리 짓고 아버지와 함께 육교를 건너 택시를 타고 신대방동에 자리 잡고 있던 큰형의 아파트로 들어갔다.




큰형의 집에는 두 번째 와 보지만 이 집은 처음이었다.


깔끔한 아파트의 모습이 신기해 이리저리 둘러보는 민석에게 살포시 미소 지으며 " 도련님 이제 잘 지내요. 사이좋게. " 라고 한다.




민석과는 열 한 살 차이니까 올해 서른이 된 형수는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어려 보이는 인상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아서일까?




애타게 장남의 득남을 기다리던 부모님은 그 원인이 큰형의 무정자증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손주에 대한 욕심을 버린 지 오래였다.




"도련님 방은 이쪽이에요 "




형수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자 하늘색으로 칠해진 나무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아버지가 일어나 방문을 열자 엉겁결에 민석도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른 방에 침대 하나, 책상, 작은 옷장이 전부였지만 형수의 고운 손길이 구석구석에 묻어 있는 듯하여 무척이나 설렌다.




찻잔을 거실 식탁에 내려놓고 부르는 형수의 목소리에 밖으로 나왔다.




"민호 씨 대학원에 들어간대요."




"응?"




"공부가 하고 싶대요. 그래서 올해부터 야간 대학원에 등록한다고"




"허어. 그 녀석 참"




민석이 보기에는 아버지가 말려 주기를 원하는 듯했지만, 혀를 차는 아버지의 표정에선 대견스러워하는 기색이 묻어 나왔다




"하겠다면 도와야지. 그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 욕심이 남달랐지."




아버지의 흐뭇한 표정을 확인한 형수의 얼굴에 실망감이 스치는 것을 민석은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님. 이젠 마흔 인데, 저도 좀 사는 거처럼 살고 싶어요. "




"그게 무슨 소리냐?"




"민호 씨는 집안에만 들어오면 말이 없어요. 또, 형광등 하나를 갈아 달라고 해도 며칠째 대꾸도 없어요."




"남자란 모름지기 그래야 하는 거야. "




형수의 말을 중간에서 잘라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아버지에게서 절망을 느꼈음인지 형수는 나직한 한숨을 토해내고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버렸다




밤 10시가 조금 넘었을까. 오랜만에 차를 타서인지 피곤함을 느낄 무렵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창백한 얼굴을 붉게 물들인 형이 피곤함에 지친 듯 비척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섰다.




"여보. 아버님도 오셨는데 좀 일찍 들어오시지. "




"어? 그래? 민석이도 같이 왔어?"




"네"




방안에 누워 있던 민석이 문을 열고 나오자 형이 반갑게 어깨를 끌어안는다.




"하하. 이 녀석. 이제 대학생이구나. 축하한다. 아버지는?"




"주무셔요. "




"아. 그래! 너 이리 와 형하고 술 한잔하자 "




형이 민석의 팔을 잡아 식탁으로 이끌자 형수가 다급히 형을 만류한다.




"아이. 도련님 지금 피곤하실 텐데 내일 마셔요. 아버님도 주무시고, 시끄럽게 하면 안 되잖아요."




"어?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형은 민석의 어깨를 툭 치고는 침실로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시골에서의 습성 탓인지 6시쯤에 눈을 뜬 민석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자 어느새 일어났는지 아버지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계셨다.




"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으응. 그래"




`어멋` 하는 소리에 놀아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자 형수가 무심결인 듯 하늘색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고 나오려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다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옷을 갖춰 입은 형수가 방문을 열고 나오더니" 일찍 일어나셨네요 "하며 인사를 한다.




"으음"




할아버지를 닮았음인지 완고한 대답을 한 아버지가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신다.




"도련님. 아버님 왜 그러세요? 언짢은 일이라도"




"하하. 아니에요. 원래 저러세요."




"호홋. 그래요? 아하. 형이 아버님을 닮아서 그러는구나"




"형도 저렇게 무뚝뚝해요? 그럴 리가 없는데"




"후후. 도련님이 모르셔서 그래요. 얼마나 무뚝뚝한데요. 호호. 차차 두고 보시면 알 거예요."




고즈넉한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정갈하게 차려진 식탁에 둘러앉자 형이 부스스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다


흡사 싸운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식사하는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 없어진 민석이 큰 소리로 웃어댔다.




"아. 아니에요. 꼭 싸운 사람들 같아서"




미친놈 쳐다보듯 쳐다보는 아버지의 눈초리에 급히 변명하고는 숟가락을 입게 가져가자 형수가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짖는다.


입학식을 마치고 본격적인 대학 생활이 시작됐다.




신입생은 왜 그리도 술 마실 기회가 많은 것인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민석의 눈에 화원이 보였다


있는 돈을 몽땅 털어 안개꽃에 싸인 장미 꽃다발을 사들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예쁜 형수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유. 술 냄새. 도련님 이제 보니 술고랜가 봐. " 




"하하. 죄송해요. 형수님."




등 뒤에 감추었던 꽃다발을 불쑥 내밀자 엉겁결에 받아서 든 형수의 얼굴이 붉게 상기된다.




"어머. 이거 나 주는 거예요?"




"그럼요."




홀린 듯 꽃송이에 코를 가져다 대고 향기를 맡아보던 형수가 고개를 들고 민석을 바라본다.




"고마워요. 도련님. 나, 지금 너무 기분 좋은 거 있죠? 호호호"




"어 그래요? 앞으로 자주 사드려야 하겠네 근데 저, 집으로 들어가면 안 돼요?"




그제야 민석이 현관문 밖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 퍼뜩 놀라며 몸을 비켜준다.




"생전 처음 받아 본 꽃 선물에 내가 정신이 나갔었나 봐요."




"어? 진짜예요? 형이 한 번도 안 줬어요?"




"후후. 정말이예요. 도련님이 나한테 꽃 선물 처음 한 남자예요."




"하하. 그럼 첫 남자네. 형수님은 첫 경험이고. "




"호호호. 그러네요.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




형수는 만면에 기쁜 빛을 띠며 꽃병을 찾아 꽃을 꽂고는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도련님. 식사는 하셨어요?"




"네. 했어요. 근데, 형은 아직 안 왔나 봐요?"




"네. 도련님. 형님 얼굴 보기 힘들죠?"




"하하. 정말 그러네요."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든 민석은 잠결에 형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몸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입맛을 다시며 민석이 잠에서 깨어나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엉슴푸레 잘 보이진 않았지만, 새벽 5시 무렵이 된 것 같았다.


느릿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마시려는 민석의 귀에 거친 숨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여자와의 성 경험은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그 소리가 형과 형수가 섹스하는 소리 라는 것을 알아차린 민석이 몸을 굳히며 발뒤꿈치를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




민석이 방문에 귀를 바짝 들이대자 나직한 말소리와 신음이 적막한 새벽녘인 탓인지 비교적 자세하게 들려왔다




"아이. 여보. 조금만 빨리 해 봐요."




"허억. 헉 "




"아, . 학학"




장화를 신고 진흙을 밟는 듯한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오고 있었고,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학학거리는 형수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는 민석은 정체 모를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기 하체 일부분이 커다랗게 몸을 일으키는 것을 느꼈다.




형수의 색소라는 책에서나 어쩌다가 볼 수 있었던 포르노 비디오와 비교해 볼 때 비교적 조용한 것 같았다.


하지만 형수에 대해 남모르게 간직하고 있었던 연정 탓인지 급속하게 흥분됨을 느꼈다




"아헉. 나 못 참아. 싼다"




형의 다급한 외침이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는 순간 형수의 할딱거림이 들려왔다




"하악. 조금만 더요. 아, . 조금만"




"안돼. 아, . 나와"




형수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하고 형은 맥없이 무너진 듯했다.




민석은 방문 밖에서 자기 발기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더 이상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지를 살폈다


무엇을 닦아내는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안방에 접해 있는 부부용 화장실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민석이 조용히 발을 떼어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 변기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 무렵 메인 화장실에 바로 접해 있는 안방 화장실에서 `쪼르륵`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형수가 소변보는 소리라는 것을 느낀 민석의 성기가 거세게 부풀어 올랐고, 얼굴을 붉게 물들인 민석은 팬티를 잽싸게 끌어 내리고는 커다랗게 발기된 자기 성기를 감싸 쥐고 거세게 흔들기 시작했다.




민석의 뇌리에는 조금 전 억눌린 듯한 형수의 숨소리와 칭얼거리는 소리가 되살아났고, 안방 화장실에서 샤워하는 듯한 물소리가 들려오자 급격하게 절정에 올라 뿌연 정액을 토해냈다.




오랫동안 사정을 안 한 탓인지 힘차게 뻗어가는 정액의 줄기가 화장실 벽면으로 튀어 하얀색 타일에 얼룩을 만들어 놓았다.


방광의 부담을 해소한 민석이 화장실을 나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누웠을 때 안방 문이 살며시 열리며 분홍색의 실크 잠옷을 걸친 혜린이 나왔다.




실로 오랜만의 섹스였다


주위 모든 사람의 질시 어린 시선 속에 결혼한 지 7년째, 남편의 섹스는 늘 담백했다.




결혼한 친구들과 어울릴 때마다 질펀한 섹스 경험담이 등장하곤 하였는데, 그때마다 혜린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독한 천재형의 남편은 결혼은 하고 나서도 늘 일 속에 파묻혀 살았고, 어쩌다 시간이 날 때도 책을 손에 잡고 놓지 않았다.




신혼 때는 그나마 일주일에 한두 번 하던 남편과의 섹스 빈도가 요즘은 한두 달에 한 번 정도로 줄어들었다.




전희나 후희 같은 기교와는 원래 거리가 먼 남편이었기에 그에 대한 기대는 애초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기 질 속에 느껴지는 이물감은 될 수 있으면 길게 느끼고 싶은 혜린이었지만, 남편은 언제나 들어가고 나서 열 댓 번의 움직임을 하고는 늘어져 버리곤 했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성적 욕구를 견디다 못한 혜린이 어젯밤 술에 취해 들어온 남편의 물건을 살며시 주물렀고, 남편도 미안했음인지 실로 오랜만에 그런 혜린을 이해해 주고 혜린의 몸 위에 올라왔지만 이내 실망감만 안겨준 채 내려가 등을 돌리고 잠들어 버렸다




안방 화장실에 들어가 요의를 해결한 혜린이 멍한 표정으로 변기 위에 앉아 있을 때 안방 화장실과 붙어있는 거실 화장실에서 이상한 기척이 들림을 깨달았다.




헉헉! 거리는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이내 긴 한숨이 들려왔다.




`도련님이`




민석의 얼굴을 떠올린 혜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잠시 후 들려오는 물 내리는 소리 이후 화장실 문 여닫는 소리와 건넌방 문 여닫는 소리를 들은 혜린은 무의식적으로 잠옷을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


어둠 속에 물들어 있는 거실에서는 시계의 초침 소리만 규칙적으로 들리고 있었다.


건넌방에서 인기척 소리가 나는지를 확인한 혜린이 조용히 화장실 문을 열자 매캐한 담배 냄새가 났다.




`내가 왜 이러지?`




변기에 걸터앉아 상념에 젖은 혜린의 눈에 화장실 벽면의 하얀 타일 위에 얼룩이 들어 왔다




`어머. 저게 뭐지?`




변기에서 엉덩이를 일으킨 혜린이 벽 쪽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얼룩을 쓰다듬어보았다.




`어머. 이건`




결혼 7년 차의 혜린으로서는 너무나도 쉽게 그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얼굴을 화끈 물들인 혜린이 손끝에 묻은 허연 풀죽 같은 것을 코에 가져다 대 보았다.




정액 특유의 밤꽃 내음이 맡아지자 저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말할 수 없는 짜릿한 기분에 몸을 두세 번 세차게 떨던 혜린의 손이 어느새 잠옷 위로 자기 사타구니 사이에 들어가 있었다.




`아, . 도련님`




한 형제임에도 남편과는 전혀 다르게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는 시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짙은 눈썹, 서글서글한 눈매, 우뚝 솟은 다소 큰 듯한 코, 일자로 굳게 다물린 두툼한 입술, 널찍한 가슴, 튼실한 허벅지




차례로 시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혜린은 점점 거칠게 자기 음부를 주무른다.




`아, . 이를 어째`




남편의 담백한 섹스에 익숙해진 혜린이었기에 더 이상 진행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이를 악물고 밀려오는 관능에 격렬히 저항하며, 떠오른 시동생의 잔영을 밀어내려 애쓴다.


결국 길고 가는 한숨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혜린은 휴지를 몇 장 뽑아 벽면의 얼룩을 지우고는 화장실에서 나왔다.




첫 미팅이다.


어렸을 적 형수를 보고 난 후부터 여자들에 관한 관심이 없어졌던 터이지만 대학 생활 시작 이후 아니, 생애의 첫 미팅이라는 것이 주는 약간의 두근거림을 가슴에 간직하고 신촌의 한 카페에 들어섰다.




지민이와 태환이는 이런 부류의 경험이 상당한 듯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과에서 제일 친하게 지내고 있는 지민이의 누나가 주선한 자리였다




몇 번 본적이 있는 지민이의 누나가 막 카페로 들어서는 우리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가뜩이나 귀여운 얼굴에 웃을 때마다 살짝 드러나는 덧니가 상당히 매력적인 누나다


전형적인 미팅 대형으로 지민이 누나를 중심으로 창가에 민석과 친구 둘은 쭉 늘어앉았다.




10여 분이 지났을까?


여대생다운 발랄함을 물씬 풍기며 여자 셋이 카페 안으로 들어선다.




민석은 애초에 이번의 만남에 기대 자체도 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호기심으로 들어서는 그녀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셋 다 수준급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맨 마지막에 들어서는 빨간 색 티에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여자애는 언뜻 보기에도 쉽사리 만날 수 없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지민이 누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여자들이 어색한지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남자들의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석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자를 보고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유난히 얼굴이 작아서 인형 같아 보이는 빨간 티의 그녀는 분명히 어디선가 본 듯한 인상이었다.




지민이 누나의 짤막한 인사말이 끝나고 각자 자기소개를 하였다




"김윤지예요. 저, 미팅 처음이거든요. 잘 부탁해요."




청아한 목소리로 부끄러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본 민석은 무릎을 칠 뻔했다.


그녀의 미소는 마치 형수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고 보니 형수와 윤지는 상당히 닮은 듯해 보였고, 무엇보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형수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듯했다.




"얌마. 뭐해?"




멍한 표정으로 윤지를 바라보고 있는 민석의 옆구리를 지민이가 팔꿈치로 툭 치자 깜짝 놀란 민석이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그 모습이 우스운 듯"한 ""호호, 까르르 " 거리며 모두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얼굴을 붉히며 앞을 바라보자 윤지도 민석이 자신 때문에 그런 것임을 알고 있었던 듯 차마 웃지 못하고 빨개진 얼굴을 살포시 숙이고 있었다.




"야! 쟤네들은 빼고 하자, 벌써 눈이 맞았나 봐"




지민이 누나의 말에 모두는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고, 민석과 윤지는 더욱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래, 누나, 민석이는 빼자, 윤지 씨가 맘에 있나 봐,"




어차피 민석이를 위해 자리를 마련한 만큼 지민이는 흔쾌히 자신의 누나에게 말을 하고는 동의를 구하듯 태환이를 바라보았다.


태환이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민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너희들은 어때?"




"우리도 좋아요, 벌써 윤지한테 반한 거 같은데 뭐"




"그래? 그럼 좋아. 민석이하고 윤지는 너희들 가고 싶은 데로 가도 좋아. "




윤지는 더욱 어쩔 줄 몰라 하며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가려버렸다.




"얌마. 뭐해? 빨리 데리고 나가."




"어딜?"




"그걸 내가 아냐? 네가 알아서 해야지. 야! 일단 나가. 나가서 너희가 알아서 해."




"저, 우리 나가죠."




같이 온 친구들의 눈치를 살피며 윤지도 몸을 일으킨다.


카페에서 나오는 그들에게 야유 섞인 환호성을 보내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왔다.


특별히 갈 곳도 없었고, 할 얘기도 없었지만 모처럼 만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그냥 보내기는 아쉬워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대학교에 들어올 때까지 남녀공학에 한 번도 다녀보지 못했다는 윤지는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참해 보였다.


윤지도 민석을 상당히 맘에 들어 하는 눈치였고, 이곳저곳을 거닐며 긴 얘기를 나눈 그네들은 신림사거리의 순대 골목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정도까지 빠르게 진전되었다.


당연하다는 듯 서로의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나서 민석이 괜찮다는 윤지를 억지로 끌다시피 해서 잠실에 있는 그녀의 집에까지 데려다주고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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