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장미

아내와 장미

M 망가조아 0 2191

아내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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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눈을 뜨고 일어났다. 몸에 찐득한 땀이 흘러 불쾌했다. 가위에 눌려 깨어났으나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이 안났다.


천정을 보니 낮설은 벽지가 보였다. 습관적으로 옆을 더듬어 담배를 찾아 물었다. 입안이 꺼끌꺼끌하고 텁텁했다.


"휴~"


담배연기를 뿜어내며 으쓸한 한기를 느끼고 얇은 이불을 끌어올렸다. 시간은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으나 밖은 아직 컴컴한 한밤이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욕실에서 물을 틀고 그 아래 서서 쏟아지는 물을 받았다.


강릉에 출장온 건은 잘되었다.


경포대 해변가에 몸이 얼 정도로 앉아서 담배를 피다가 몸을 일으켜 서울로 향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서울로....






"수고했어요. 어디 불편한데는 없죠?"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현관문 쪽에서 아내가 손짓을 해서 은근슬쩍 일어나서 베란다 쪽으로 나왔다. 휴게실에는 마침 한적했다. 아내는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내게 건네었다.




"응, 괜찮아."




무덤덤하게 말하는 내게 아내는 내 꺼칠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수염이 많이 길었어요."




턱을 쓰다듬어주는 아내의 손길이 편안하고 좋았다. 작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메니큐어가 이쁘게 칠해져 있었다.


내가 자신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는 것을 느끼고 아내는 손가락을 손안에 감추었다.




 "요번 당신 덕에 강원도 지역까지 납품하게 되었어요. 강릉을 거점 삼으면 머지않아 원주 속초 일대도 우리가 진출할 수 있을 거예요. 사장님도 기뻐하세요."




아내는 내가 자랑스러운 듯이 다시 내 뺨과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내 옆에 붙어서있는 아내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붉은 색의 입술 끝이 살짝 위로 올라가 있었다. 아내가 기쁠 때 나타나는 버릇.




"오늘 일찍 들어올 거죠?"


"글세, 오늘 부서 회식이 있어. 사장님도 나온다고 했는데..."




아내는 내 손에 든 빈컵을 받아들며 말했다.




"술 많이 드시지 말아요. 당신 요즘 배 나오는 것 알아요."




아내가 웃으면서 내 배를 기다란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와이셔츠를 통해 아내의 뾰족한 손톱 끝이 느끼어졌다.




"안주도 많이 먹고요."




안주를 거의 먹지 않는 나의 술버릇을 가리키며 아내는 잔소리를 했다. 나는 아내의 볼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쥐고는 살짝 흔들면서 말했다.




"또, 또 잔소리... 알아들었습니다. 마님."


"아- 아-"




아내는 아픈지 까치발을 하고는 목을 길게 빼었다. 이쯤에야 후환이 두려운 나는 얼른 아내에게서 떨어져서는 휴게실 밖으로 도망치면서 말했다.




"오늘 좀 늦을지도 몰라. 늦으면 먼저 자라고..."




요즘 경기가 어려워진 것은 회식자리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예전 같으면 1차 삼겹살 집 2차 노래방 3차 나이트나 단란주점으로 이어지던 것이 식사를 끝내고 나자 한 명, 두 명 자리를 뜨더니 후끈 달아올랐던 열기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식었다.


한과장이 계산을 마치고 돌아와 마지막 잔을 따르고 있는 내게 말했다.




"부장님, 이제 가 보셔야죠."




소주가 올라서 얼큰했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걸었다. 내 걷는 폼이 불안했던지 박대리가 내뒤에 따라붙으며 부축할 준비를 했다.




"어이들, 날씨도 춥고 한데 일찍 들어가. 그래야 마나님들이 좋아하지."




내가 손을 흔들며 말하자 신혼인 박대리가 토를 단다.




"에이, 부장님이 사모님 보고 싶으니 하는 소리죠? 부장님 요즘 변하신 것 알아요."


"야야, 내가 변했다고. 뭐 변했는데?"




내가 혀 꼬부라지는 소리로 묻자 한과장도 옆에서 거든다.




"부장님 예전에는 1차로 끝내는 적이 없으시더니... 저도 보증합니다. 우리 부장님 변하셨어. 그렇지 박대리?"


"그럼요."




나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한과장을 보면서 말했다.




"한과장이 박대리좀 챙겨줘요. 박대리가 요즈음 굶은 모양이네요. 저는 먼저 갈랍니다."




"강남 쪽으로 갑시다."




따뜻한 택시 안에 들어오자 취기가 후끈 올라왔다. 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을 보면서 강원도 바닷가에서 보았던 오징어 배를 떠올렸다. 바다 저 멀리 하늘은 환히 밝힌체 점점이 흩어져 있던 오징어 배들... 그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아내를 만났다.


복학생으로 취업준비를 하다가 머리도 식힐겸 바닷가에 놀러왔었다. 휴가철이 지난 바닷가는 스산하기까지 했으나 놀러왔다는 여행의 들뜬 기분은 그러한 것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들뜬 마음에 친구녀석이 한 무리의 여자들에게 찝쩍여댔다. 여자들은 그리 싫지 않은 듯 적당히 대꾸하며 그 녀석을 피해 다녔다. 뒤에서 엉거주춤 서있는 나를 보며 녀석이 손짓을 했다.




"야, 뭐해 어서 이리와."




녀석의 재촉에 내가 다가가자 여자들이 웃으면서 도망을 갔다. 녀석이 다급히 말했다.




"야, 빨리와."


녀석의 재촉에 나는 뛰어가는 여자들을 뒤쫒아갔다.


몸이 휘청이며 다리에 힘이 풀렸다. 발을 헛디딘 모양이었다. 무릎이 꿇리면서 얼굴을 모래바닥에 그대로 쳐박았다. 순간적으로 아찔함을 느꼇고 뒤이어 창피함을 느끼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도망치던 여자들과 녀석은 나를 보고 웃었다. 나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내 얼굴이 더욱 붉어질수록 여자들과 녀석은 더욱 웃어 제켰다.


그때 한 여자가 내게 다가와 손수건으로 내 얼굴에 묻은 모래를 털어 주었다. 여자의 가느다란 손가락 끝에서 세심함과 자상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묵묵히 내려다보이는 여자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손님, 다 왔습니다."




기사의 말에 나는 택시에서 내리었다. 나는 5분쯤 천천히 걸어 룸 간판이 걸린 술집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내리자 웨이터가 룸으로 안내했다. 예전에 거래처 사람과 한번 와봤던 곳이다. 녀석에서 마담을 찾으니 잠시 후에 마담이 들어왔다.




"여기 소희란 아가씨 있지?"




마담이 아는 척을 했으나 정말로 기억이 나는지 아니면 척하는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잠시 후, 소희가 들어와서 아는 척을 했다. 웨이브진 긴 머리가 탐스런 아기씨이다. 소주에 양주 몇 잔이 들어가자 속이 후끈하니 달아오르고 담배가 자꾸만 당기었다.




"오빠, 침울해 보여요. 뭐 안 좋은 일 있으세요?"


"야, 내가 왜? 네가 있어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자, 한잔하자."




나는 연거푸 안주도 없이 양주를 들이켰고 소희는 그런 내 눈치를 보며 내게 안주를 먹이려고 애를 썼다.


손님에 대해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그녀의 진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마담 좀 오라고 그래."




그녀가 나가고 잠시 후 마담이 들어왔다.






아내를 다시 본 것은 그로부터 3년이 흐른 다음이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고 새로운 회사를 찾아 취직을 했다. 그리고 사장의 비서로 있는 그녀를 보았다.


3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그녀는 세월이 비켜간 듯 했다. 그리고 가슴속에서 불쑥 무언가가 치밀어 올랐다.


여자에 대해 관심이 없던 내가 그녀에 대한 열정에 불타올랐다.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어 밤낮없이 일을 했다. 그녀의 눈에 띄기 위해 회사 일을 내일처럼 했다.


밤낮없이 일만 하는 나를 보고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다가와 커피 한잔 사라고 했다. 그리고 웃으면서 일 좀 그만하고 쉬기도 하라고 충고를 했다.




"나 아직 기억하고 있어요."




그녀의 그 한마디에 나는 온 세상을 얻은 듯이 기뻤다. 그리고 6개월 지나서 우리는 결혼식을 올렸다.






방안은 붉은 색의 조명으로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내가 윗옷을 벗자 여자는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피곤함에 침대에 덜렁눕자 여자가 옷을 벗더니 타월을 두르고는 욕실에 들어갔다. 물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를 끄고 잠시 뒤에 여자가 타월을 두르고는 나왔다.




"......"




여자가 내 옆에 누워서는 이불 밑에서 타월을 꺼내어 침대 옆에 놓았다. 낮설은 향수 내음이 내 코를 자극했다.


내가 팔을 뻗자 여자가 내 팔을 베고 누웠다.




"잠시만, 나 이렇게 쉬었다 갈게. 그래도 되지?"




여자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팔로 알 수 있었다. 여자가 손가락을 들어 꺼칠하게 수염이 자란 내 턱을 쓰다듬었다.






초인종을 누르려다 키를 꺼내어서 따고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철컥하는 소리에 괜히 죄지은 사람처럼 조심스러워 졌다.


문을 열자 현관등이 들어왔다. 거실에 들어서니 등이 꺼지려는 순간에 거실 소파에 기대어 앉아 한쪽 팔을 괴고서 잠들어 있는 아내를 보았다.


방에 들어가 웃옷을 벗고 아내를 안아들었다. 아내가 목을 움츠리며 팔을 들어 내 목에 둘렀다. 침대에 눕히자 아내가 입술을 씰룩이었다. 누어있는 아내 옆에 앉아서 아내의 얼굴을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매끄럽고 탄력 있는 피부였다. 긴 속눈썹이 가지런하게 나 있었다. 눈두덩위를 만져주자 아내가 나직이 신음을 내며 옆으로 누워 몸을 오므리고 손을 기도하듯이 가지런하게 포개었다.






피곤한 몸을 따뜻한 온수에 담구었을 때의 그 포근함. 집에 뛰어 왔을 때, 어머니가 자상하게 안아주던 그 따뜻하던 품안처럼 따스한 몸뚱아리가 나를 감쌌다.


좋은 꿈을 깨기 싫어하는 것처럼 나는 몸을 움츠리며 팔을 들어 그 몸뚱아리를 끌어안았다.


내 품에 포옥 안겨드는 따뜻한 충만감...


약간 젖어있는 머리칼에 입술을 비비었다. 다리를 들어 완전히 감싸안았다.




"잠꾸러기. 이제 일어나요."




아내가 내 코를 잡아 비틀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나는 투정을 하며 아내의 몸을 더욱 끌어안았다.






"에구 에구... 우리애기. 엄마가 밥 차려놨단다. 어서 밥 먹어야지?"


아내가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내의 보챔에 나는 억지로 눈을 뜨고 일어나 식탁에 앉았다. 목이 칼칼해서 물만 들이키며 젓가락만 깔짝이는 나를 쳐다보며 아내가 바가지를 긁었다.




"어제 좀 일찍 들어오라고 했더니... 정말 못말릴 사람이야. 그리고 왜 작은 방에서 자요?"




나는 입에든 밥을 우물거리며 말했다.




"당신 편하게 자라구... 내가 당신 발로 차서 침대에서 떨어지면 어떻해. 나 술마시면 잠버릇이 험하잖아."




우물거리며 변명하는 나를 쳐다보며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일정이 어때요?"




운전을 하면서 아내가 내게 물었다.




"응, 글쎄... 오후3시 이후에는 별거 없을 것 같애."




"아빠가 오늘 회의 소집할 거에요. 당신이 요번에 거둔 성과에 대해서도 말씀이 있으실 거구요."




아침 햇살이 눈부신지 아내가 선글라스를 꺼내어 끼면서 말했다. 약간 커다란 썬그라스, 그 밑에 붉은 입술이 아내에게 잘 어울려 보였다.




"사장님이야 항시 오전에 회의하시잖아."




아직도 장인이라는 말 대신에 사장님이라는 말이 더욱 익숙한 나였다. 아내는 회사밖에서도 사장님이라 칭하는 나를 꽤나 탓했으나 이제는 포기한 듯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던 터였다.






우중충한 날씨가 간만에 걷히고 밝은 햇살이 내리쬐고 있으나 마음은 어둡기 그지없었다.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을 내려오는데 하체가 후둘거리었다. 애써 힘을 주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가 없었다.


건물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휴~"




절로 나오는 한숨. 귓가에 아직도 김박사의 말이 윙윙 울리었다.




"선생은 생리학적으로 볼 때에는 아무런 문제점이 없습니다. 심리과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벌써 6개월여를 발기부전이었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지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심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절망적인 기분에 어찌 할바를 몰랐다.


처음에 피곤이 쌓여서 그런 줄 알고 아내는 몸에 좋다는 보약이니 약이니 어지간히 날랐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그럴수록 애타하는 나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 아내는 이제는 일체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느새 담배는 생으로 다 타들어가 손가락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었다. 담배를 끄고서는 힘없이 일어나 회사를 향했다.






"김실장 있어요?"




기획실 미스 한이 전화를 받자 나는 김실장을 찾았다. 이번 강원도 건에 대해서 기획실 김실장과 긴밀한 협조가 필요했다.




"지금, 자리를 비우셨는데요. 오시는 대로 전하겠습니다. 부장님."




목구멍이 바짝 말라 꺼끌꺼끌하고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요. 오는 대로 네게 전화하라고 전해줘요."




전화를 끊고 복도 끝에 있는 흡연실을 찾았다. 요즘은 건물안에는 금연지역이라 흡연자들은 마치 죄진 사람처럼 좁은 흡연실에 쑤셔박혀 너구리를 잡아야 하는 신세였다.




"제기랄..."




욕이 절로 나왔다. 흡연실 문을 열자 서너명의 직원이 앉아서 굴뚝을 떼고 있었다.




 "부장님,"




몇 명이 아는 척을 하며 일어서고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다시 나왔다. 그들을 불편하게 해주고 싶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가 불편했다.


비서실 앞에 도착해서 잠시 망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미스 김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부장님. 지금 실장님 출타중이신데..."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아냐 아냐. 괜찮아 일봐요."




문을 닫고 나오면서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불쾌감? 불안감?


"제기랄..."




또 절로 욕이 나왔다.






"부장님, 1번입니다."




직원의 말에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기획실 김실장입니다. 부장님 전화하셨다고요?"




김실장의 사근사근한 말을 들으면서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몸에 끈적끈적 달라붙는 듯한 기분...




"음. 이번에 강릉 지점에 들어갈 아이템에 대해서 검토할 것이 있어 그러는데 신 개발품에 대해서도 자료 좀 보내주고.... 음... 그래... 알았네... 그럼 수고하게나."




전화를 끊었으나 온몸이 근질거렸다.




 "부장님 1번 전화왔습니다. 비서실입니다."




수화기를 들자 고운 하이톤의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




"오셨다면서요."




아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간신히 말했다.




"응, 그랬어."


"무슨 일 있으세요?"




아내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번엔 울컥 서러움이 밀려왔다.




"아, 아니... 그냥 당신이 보고 싶어서..."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안나왔다.


"후훗...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내 신랑이 갈수록 애기가 되네."




아내의 농담을 들으며 나는 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평소 농담을 잘 하지 않는 아내였다. 아내는 농담을 할 정도로 기분이 올라있었다.




 "여보, 나 지금 일 다 끝났어요. 로비에서 기다릴 테니 우리 같이 집에 가요. 당신하고 같이 있고 싶어요."




아내의 목소리가 톡톡 탄력있게 튀기고 있었다. 생기가 있는 목소리. 아내의 목소리가 생기로 차오를 때에 나는 반대로 절망의 한숨을 쉬었다.




"응, 알았어."






엘리베이터 앞은 퇴근하는 직원들로 붐비고 있었다. 내가 있어서 인지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지만 여직원들은 소리죽여 웃으며 나직이 수다를 떨고 남자직원들은 무표정하니 서있었다.




"아, 부장님 퇴근하세요?"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리어 쳐다보았다.


김실장이 밝게 웃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서 있는 바람에 김실장의 커다란 키가 나를 압도하듯이 버티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는 보기에도 단단해 보였고, 행동거지는 단정해서 회사내 여직원들이 서로 잘 보이려 하는 소위 킹카였다. 거기다 학벌 또한...




"아까 부장님이 말씀하신 것은 내일 아침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김실장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손끝에 와닿는 여체의 부드러운 곡선을 따라 마냥 하염없이 떠돌았다. 머릿결에서 기분 좋은 향기에 취해서 머리카락에 얼굴을 묻고는 향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셨다.


몸에 와닿는 여체의 따뜻한 체온이 아늑하고 다정하게 느끼어 졌다. 손끝에 살집 두둑한 젖가슴이 잡히었다. 아래쪽으로 감싸쥐면서 부드럽게 젖꼭지 주위를 돌아가며 쓰다듬어 주었다.




"으음..."




아내가 나직이 신음을 터트렸다. 나는 아내의 신음소리에 아내의 입에 입을 맞추었다. 아내의 혀가 재빨리 나의 혀를 맞아들였다. 혀끼리 얽히며 우리는 따스한 타액을 나누어 마셨다. 아내의 혀가 내 혀를 희롱했다.


나는 혀를 길게 뻗어 아내의 오돌도톨한 입 천정을 긁어 주며 젖꼭지를 손가락으로 쥐고 탄력 있게 당기어 주었다.


아내의 사지가 내몸을 칭칭 감아왔다.


혀로 이몸을 구석구석 핥아주었다. 머리에 땀이 맺히는 것을 느끼었다.


아내와의 첫날밤을 생각했다. 그날 밤 얼마나 행복했던가. 아내와 한 몸이 되고서 얼마나 만족감을 일치됨을 느끼었던가. 그것은 그 어떤 에로틱한 자극보다도 나에게는 성감을 고취시키는 기억이었다.


허나, 허나 아직도 내 물건은 힘없이 내 가랑이 사이에 늘어져 있을 뿐이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서두르지 말고... 아내의 몸을 음미하는 거야...)




나는 속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내의 겨드랑이 사이를 혀로 긁어주었다. 약간 짭짤한 소금기가 느끼어졌다. 옆구리를 따라 내려오며 매끄러운 피부를 혀로 꾹꾹 찔러주었다. 아내도 어느새 땀을 흘리고 있었다.


배쪽으로 이동하자 아내가 하복부에 힘을 주어 배가 쑤욱 들어갔다. 아내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있었다.


문득 그런 아내를 학대하고픈 욕망이 고개를 쳐들었다. 배꼽에 혀를 넣고 돌려주며 내손은 아내의 허벅지와 옆구리를 쓰다듬으며 아내의 따뜻한 몸을 즐기려 했다.




턱에 자잘하고 부드러운 치모가 와 닿았다. 수염이 자란 꺼칠한 턱으로 치모를 비벼주었다. 아내의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당기어 졌다. 입술에 치모가 와 닿았다. 마치 융당처럼 곱게 자란 치모였다.


아내의 허벅지를 벌리기 시작했다. 윤기있는 숲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코끝에 꺼칠하면서도 부드런 터럭이 닿았다. 그 사이로 아직 처녀와 같은 발그레한 살덩이가 수줍게 벌어져 있었다.


 맑고 찐득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나는 감로수를 받아먹으려고 입을 벌렸다.


아내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올리자 물컹하고 탄력있는 살덩이가 입안에 한 웅큼 들어왔다.




"여보... 아아...."




아내가 신음했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살덩이를 가득 삼켰다.


쭈욱! 쭈욱! 소리를 내면서 거칠게 빨았다. 뜨거운 액체가 빨려 들어와 입안에 가득 찼다.




"여, 여보."


아내가 몸을 끄덕이며 안탑깝게 신음했다.




혀를 살덩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올강올강한 주름이 혀끝에 닿았다.


나는 간질이 듯이 혀를 돌려 주름을 핥았다.




"난 몰라... 아아! 나, 나 몰라..."




아내는 한껏 고조되어 신음을 질렀다. 아내의 신음소리에 나는 기분이 고조되었다.


양손으로 히프를 끌어안고 굶주린 것처럼 살덩이를 빨고 혀를 내밀어 주름을 간지럽혔다. 아내의 질안은 질퍽하게 젖어갔다. 그 안에서 흘러나온 감로수가 나의 입 주위를 적시었다.




 "아아아...."




아내는 서서히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서지않고 있는 내 페니스가 저주스러웠다.




(조금만... 조금만 더.... 제발....)




회한이 몰려왔다. 반면에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수치심에 나는 허둥대었다.


아내의 몸에 혀를 삽입하고 이빨로 음순을 물었다. 물건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아내를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




 "....."




방안에 한동안 질척이는 소리가 들리고 아내는 가늘고 길은 소리를 내었다.




"헉... 헉..."




숨이 찼다.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그런 나를 아내가 나를 끌어올리어 내 입술에 묻은 타액을 핥아주었다.


아내의 눈이 반짝였다. 




"여보..."


아내가 내 물건을 손으로 쥐었다. 힘없이 늘어진 페니스를 손에 쥐고 부드럽게 주물렀다.




"으음!"




내가 짧은 신음을 토했다.




"이쪽으로 누워요."




아내가 이끄는 대로 반듯하게 누웠다. 아내가 내 사타구니 사이로 머리를 숙이고 입술로 귀두를 부비면서 그 밑에 알을 부드럽게 손아귀에 쥐고 주물렀다.


입술에 귀두를 부비던 아내가 붉은 혀를 내밀었다. 혀로 귀두를 핥았다.




"으흠!" 




나는 허리를 뒤틀었다. 혀가 귀두를 핥는 감촉이 척추를 자극하였다.


아내의 꺼칠하면서도 부드러운 혀를 느끼었다.




"흐음!"




나는 다시 신음했다.


아내가 내 물건을 입안 깊이 물었다. 양 볼을 잔뜩 오무려서 내 물건을 깊게 깊게 흡입했다.


아내의 입에 침이 고여서 질척였다. 고개를 들어 아내을 쳐다보았다. 내 허리깨에 오그리고 앉아 있는 아내가 문득 처량하고 불쌍하게 보였다.




나는 손을 들어 올려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내가 눈을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내를 쳐다보며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아내의 머리를 잡아 내 물건을 빼었다. 불쌍하게 쪼그라져 있는 물건이 힘없이 떨어졌다.




"여보..."




아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나는 아내의 몸을 위로 당기어 아내를 힘껏 끌어안았다.




"미안해 여보."


아내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여보, 힘들어하지 말아요. 저, 저... 괜찮아요. 당신만... 당신만 옆에 있으면 되요."




아내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었다. 아니 내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었다.






"식당에 가서 꼭 아침 드세요."




엘리베이터 안에는 마침 우리밖에 없자 아내가 내 어깨에서 묻은 실을 뜯으며 말했다.




"알았어."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자주... 많이 웃으세요. 당신은 그렇게 웃을 때가... 그럴 때 정말 보기 좋아요."




아침에 입맛이 없어 빈속에 나오자 아까부터 아내는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요새 바뻐?"


"별로요. 당신..."




아내가 내게 무언가 말을 하려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직원들이 들어와 말이 끊겼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무어지...?)




나는 묵묵히 서서 아내가 내게 하려던 말이 무언지 생각했다. 궁금했다. 사무실에 들어와 있으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벌써 휴게실에 가서 몇 번이나 담배를 태우고 왔는지 몰랐다. 또다시 일어나 휴게실로 향했다.




따르릉...




휴게실에 앉아 있는데 휴대폰이 울리었다.




"여보세요?"




휴대폰 저쪽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간단한 말을 토해내었다.




"선배님, 저 기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동안 휴대폰을 귀에 대고 말없이 있었다.




"저, 지하 커피숍입니다."


"알았어."




나는 간신히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일어서려 했으나 하체에 힘이 없어 무기력하기만 했다.




군대있을 때 유독 나를 잘 따랐던 기수였다. 붙임성도 좋아 정이 많이 갔었다.


전역을 해서도 계속 연락이 되는 몇 안되는 지인이었다. 기수는 전역을 하고 용산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다.


기수는 한 쪽 구석에 앉아 내가 가는데도 고개도 들지 않았다. 평소 예의가 있던 기수의 태도가 아니었다. 나는 기수앞에 앉아 담배를 꺼내어 피었다. 입안이 꺼끌꺼끌했다.




"선배!"




기수가 고개를 들었다. 기수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로 저 찾지 마세요."




기수가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하더니 테이블 밑에서 두터운 서류 봉투를 꺼내어 놓고는 인사도 없이 일어나 가버렸다.




"휴우~"




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서류봉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카메라 초점은 침대를 비추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에서 침대의 윤곽만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잠시후 방안이 밝아지면서 사람들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자세히 볼 요량으로 불을 꺼서 방안이 어둡게 만들었다. 아내가 보였다. 검은 투피스 정장을 입고 있었다. 가슴이 아팠다.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이 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나는 근래 아내가 그 옷을 언제 입었는지 생각했다.


강릉 출장에서 돌아온 날! 그 날 아내는 그 옷을 입고 있었다. 아내는 침대 끝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목 뒤로 묶은 머리가 검게 보였다.


그때, 남자가 아내 옆에 앉았다.


김실장이었다. 김실장과 아내는 나란이 앉아 무슨 말을 주고 받았다. 김실장이 아내의 손을 잡는 것이 보였다. 아내가 가만히 있었다.


남자가 일어나더니 사라졌고 아내는 그대로 앉아있었다. 잠시 뒤 아내가 일어나더니 화면에서 사라졌다.




나는 두 손을 꼬옥 쥐고 빌었다. 화면이 이렇게 끝나기를...




그러다 나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아내와 남자가 서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 화면에 보였다.


아내는 옷을 어느새 벗겨져 있고 남자는 완전한 알몸이었다. 레이스로 장식된 듯한 아내의 브래지어와 팬티가 보였다. 남자가 아내의 목에 얼굴을 박고는 핥고 있었다. 아내의 손이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남자가 아내의 등에서 브래지어 호크를 벗기어내자 아내의 젖가슴이 드러났다. 출렁이는 젖가슴을 남자가 커다란 손으로 감싸쥐었다. 아내의 풍만한 젖가슴이 커다란 손에 들어가 흔적이 없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고가 마비되어 있었다.


잠시 아내의 젖가슴을 주무르며 애무하던 남자가 이번엔 아내의 팬티를 엉덩이에서 벗겨내었다. 아내가 머뭇거리며 하체를 비트는 듯하더니 남자가 머리를 숙이어 아내의 젖꼭지를 빨아대자 고개를 쳐들고 남자의 어깨를 안았다. 아내의 엉덩이에서 팬티가 내려오더니 발목 쪽으로 미끌어져 내렸다.


남자의 손이 아내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 들었다. 남자의 손이 아내의 가랑이 사이로 들어오자 아내의 가랑이가 벌어지고 남자는 아내의 여성을 마음껏 탐하고 있었다. 내 귀에는 마치 질척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남자가 아내의 몸을 번쩍 안아들더니 침대에 눕히었다. 침대에 누운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 검은 숲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음란해 보이는 자세였다.




남자가 아내의 가랑이를 벌리자 아내의 다리가 힘없이 벌어졌다. 남자가 침대위로 기어올라와 아내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남자의 넓직한 등짝이 보이고 머리에 가로막히어 아내의 가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내 눈이 의심스러웠다. 아내가 다른 남자에게 가랑이를 벌리고 여성을 허락하고 있다니....


남자가 아내의 다리사이로 들어가자 아내의 다리가 마치 개구리처럼 활짝 벌어졌다.


내 몸이 알지못할 감정으로 떨렸다. 가슴이 벌렁거려 고통스러웠다.


나는 격렬한 감정을 느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분노!


당장에 비디오를 끄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선도 뗄 수가 없었다.




 (끄자, 보지말자. 꺼야만 해.)




나는 자신과 싸웠다. 그러나 유혹을 피하기에는 화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금기된 정사.


남자의 머리가 아내의 허벅지 사이에서 미묘한 율동을 하고 있었다. 아내가 침상보를 쥐어 뜯고 있었다.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내의 고개가 젖혀지고 입술이 벌어지며 신 신음을 토해내는 것이보이고 아내가 엉덩이를 높이 쳐들어 올리고 있었다.


남자가 아내의 높이 들려진 엉덩이 밑으로 무릎을 집어넣어 꿇고는 상체를 일으킨 채로 아내의 하체를 쳐들어 올리었다. 순간 물기에 젖어 달라붙은 아내의 치모가 보였다. 아내는 목 부위만 침대에 닿아있고 상체와 하체는 완전히 허공에 떠있었다.


아내의 길고 늘씬한 다리가 허공에서 버둥거리었다.


아내는 절정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으으음!"




내 목구멍에서 괴로운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내의 긴 다리가 허우적 대는 모습이 웬지 처량해 보였다.


아내의 양쪽 허벅지가 남자의 어깨에 걸쳐졌다. 아내의 하체가 남자의 머리쪽으로 부드러운 율동을 하며 남자의 입에 하체를 일렁였다.


남자에게는 아내의 보드라운 숲과 살덩이, 그리고 그 밑으로 이어진 회음부와 항문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자세였다.


나로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자세였다.




남자가 아내의 가랑이 사이에서 얼굴을 들더니 혀를 내밀어 아내의 사타구니를 길게 핥아 올리었다. 아내가 온 몸에 힘을 주어 남자의 머리쪽으로 엉덩이를 밀어올리었다. 남자는 아내의 엉덩이를 잡아서는 얼굴쪽으로 밀어 올렸다. 아내의 허리가 믿을 수없을 정도로 구부러지며 상체가 휘며 엉덩이가 높이 떠올랐다.


아내의 항문이 남자의 눈앞에 적나라 하게 드러났으리라.




다시 남자의 얼굴이 아내의 갈라진 엉덩이 사이에 달라 붙었다. 아내는 두 손을 허우적댔다.


남자가 아내의 항문을 빠는 것을 보며 나는 헐떡였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 부르르 떨리었다.


남자가 무릎을 꿇은 채로 아내의 엉덩이를 자신의 사타구니에 밀착시키었다. 아내의 허리가 떠올랐다.




아내의 허리 밑으로 손을 넣어 당기자 아내의 상체가 일으켜져 남자의 무릎위에 앉아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남자가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 페니스를 잡아 아내의 여성에 맞추는 듯 싶었다. 아내도 하체를 남자의 페니스에 맞추어 주고 있었다.


문득 아내가 목을 길게 빼고 입을 벌리었고 남자는 몸을 굳히었다. 기어코 남자의 페니스가 아내의 몸 속으로 진입한 것이다.


내 눈에는 핏발이 곤두서고 있었다. 아내의 외도를 이렇게 목격하게 되다니...


아내의 몸 속에 다른 남자의 물건이 들어가다니...




다른 남자가 내 아내와 한 몸이 된 것이다. 다시는 다시는 아내는 순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평생토록 이 일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 하며 자책할 것이다. 아내의 얼굴을 보면서 지금껏 느끼었던 행복감과 충만감을 느끼지 못하리라...


내 앞에, 내 미래는 오로지 암흑만이 펼쳐지리라...


결합을 이루자 둘은 느릿하게 왕복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남녀의 허리의 율동이 리드미컬하였다.


그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내의 양손이 남자의 머리를 끌어안고 자신의 젖가슴에 밀착시키었다. 남자의 입에 젖꼭지를 물리고 있었다. 남자가 아내의 허리를 양손으로 잡고 위아래로 움직여 주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리었다. 지옥이었다. 허나 나는 두 눈을 떼지를 못하고 있었다.


남자는 강인하고 힘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들의 리드미컬한 율동은 한없이 계속되는 듯했다.


남자의 손이 다시 아내의 엉덩이 사이로 파고들고는 꼼지락 거렸다.


아내의 항문주위를 애무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남자의 두 어깨를 짚고는 몸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남자의 페니스를 타고 있었다.




문득 아내가 몸을 굳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남자의 손이 아내의 엉덩이 뒤로 해서 깊게 들어가 있었다.


난 아내의 항문에 남자의 손가락이 침입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은 땀에 얼룩진 몸을 서로에게 바짝 밀착시키고 미미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나는 마치 내 몸이 관통당하는 듯한 충격을 느끼었다.


아내의 엉덩이의 괄약근이 급격하게 오그라들고 있었다.


한동안 멈추어져 있던 아내의 몸이 다시 위아래로 율동을 시작했다. 남자도 연신 하체를 위로 쳐올리고 있었다.




부드럽게 움직이던 두사람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체 질주하는 화차와 같이 두 사람은 움직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의 움직임이 한동안 멈추었다.


그들은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는 잠시였는지는 몰라도 나에게는 억겁의 시간처럼 지루하였다.


남자가 크게 몸을 쳐 올렸다.


또다시 멈추어선 두사람...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또다시 남자가 크게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정적....


아내가 길게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쌌구나!)


나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굳어있던 아내의 몸이 뒤로 넘어가자 남자가 아내의 몸을 받아 침대에 눕히었다. 아내의 몸에 엎드려 있던 남자가 아내의 몸에서 페니스를 꺼내고는 옆으로 굴러 내리어 나란히 누웠다.


남자의 페니스는 경도를 잃어가며 옆으로 누어 있었는데 젖어 있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아내는 가랑이를 벌리어 사타구니를 드러낸체 누워 있었다.


아내의 여성에서 체액이 흘러내려 아래에 깔려 있는 침대가 흥건하게 젖어 얼룩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내의 가슴은 숨이 찬 듯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전신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 허탈해 졌다. 아직도 가슴이 고통스럽게 뛰어놀고 있었다.


나는 뒤로 힘없이 기대었다.


 마치 자신이 격렬한 섹스를 한 것 같은 기분이었다. 머리 속은 뒤죽박죽 이었으며 입안은 껄끄러웠다.




"아아..."




나는 비참하게 신음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나는 내 얼굴이 흠씬 젖어 있는 것을 알았다.


눈물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울컥하니 무언가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올라왔다.




"으으으..."




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절로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나왔다.


(죽자! 죽어버리자!)




나는 절규했다.


(죽일 거야!!)




얼굴을 움켜쥐었다.


(죽여버리자!)




오한이 일었다. 몸에 기력이 빠지고 이불을 두툼하게 덮고서도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눈물샘이 터졌는지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입술을 깨물며 참으려 해도 쏟아지는 눈물에 나는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잠깐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마를 짚어주는 따뜻한 손길에 눈을 떴다.




"여보, 어디가 아파요? 어서 일어나 병원에 가요."




아내가 옆에 앉아서 내 이마를 짚어주며 걱정스레 쳐다보았다.


아내를 보자 마치 길 잃고 헤메던 아이가 저 멀리 집을 보게 되었을 때에 느끼는 안도감, 기쁨을 느끼었다. 머리를 들어 아내의 무릎 위에 머리를 얹었다.




따뜻한 아내의 체온을 느끼고는 나는 철없는 애처럼 또다시 눈물을 흘리었다. 내가 아내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리자 내 머리를 하염없이 쓰다듬고 있던 아내의 얼굴에서 눈물이 내 목덜미에 떨어졌다.


내가 흘리는 눈물이 아내의 무릎팍을 적시고 아내의 눈물이 내 목덜미를 흥건히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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