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녀, 그리고 빗나간 욕망 - 하편
약혼녀, 그리고 빗나간 욕망 - 하편
손을 엉덩이 쪽으로 내리자, 아. 팬티의 느낌이 없다.
여자들의 팬티는 입은 티가 안 나긴 하지만 얇은 원피스 너머로 전해져 오는 느낌은 분명 원피스와 여자친구의 엉덩이 사이에 아무런 천 쪼가리도 없는 것이었다.
난 여자친구가 너무나도 당황해할 거 같아 손을 떼며 모른 척 말했다.
“잘 다녀와. 재밌게 놀고.”
“응, 응. 다녀올게.”
그렇게 얘기하고 황급하게 집을 나서는 그녀.
`선영아. 오늘은 빨간 원피스에 팬티도 안 입고 뭘 하러 나가는 거니? 응? 이 이른 시간부터.
이 햇빛 쨍쨍한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어디서 뭘 하려는 거야.`
또 자정이 넘어서 들어온 여자친구는 게임을 하는 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연다.
“나, 나 피곤해서 먼저 씻고 잘게.”
“응.”
여자친구는 후다닥 화장실로 들어간다. 또 보지에서 친구 녀석 좆물 빼려나 보지?
가만. 그러고 보니 이런 상황만 계속되면 광철이랑 여자친구랑 하는 걸 못 보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 이런 종류의 야설을 읽어보면 흔히 나오는 장면 있잖아. 노래방! 그래 그거다!
다음 주 주말에 광철이 녀석을 밖에서 만나기로 했다. 술 한잔하자는 명목으로. 후훗.
이 새끼 내 여자친구 만날 날이 하루 줄어드니까 애 좀 타겠지? 그러나 걱정하지 마라. 내가 여자친구 데리고 가니까.
“어디서 만나기로 했는데?”
“응? 저기 술집.”
난 내 옆에서 졸졸 따라오는 여자친구에게 한 술집을 가리켰다.
물론 광철이를 만난다는 것은 비밀로 하고 그냥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
만약 광철이라고 얘기했으면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안 따라왔겠지.
잠시 후 술집에 들어가서 둘러보니 광철이 녀석이 담배를 뻑뻑 피우며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광철아-!”
내가 손까지 크게 흔들며 이름을 외치자 옆에서 눈에 띄게 움찔거리며 놀라는 여자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나의 부름에 돌아본 광철이 역시 나보다 선영이를 먼저 보고 움찔 놀라는 모습도.
그러나 광철이 녀석 애써 태연한 척하며 나에게 인사를 했다.
“응. 어서 와라. 이쪽으로 와!”
잠시 후 세 명이 함께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여자친구는 눈에 띄게 말이 없다. 그리고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아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광철이 녀석은 어느새 여유를 조금 찾았는지 무언가 만족스러운 미소까지 가끔 지었다.
`후후. 근데 지금 가장 만족스러운 사람은 나야. 너희들은 나의 상황을 모르지만 난 너희들의 상황을 아니까.`
나는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일부러 막 술을 마셨다. 그리고 혀 꼬인 소리도 좀 내보고.
그러나 이 정도로 취할 내가 아니다. 그냥 취한 연기만 하는 것이다.
왜냐고? 이따 노래방에서 잠든 척해야 하니까.
여자친구에겐 적당량의 술을 먹였다. 너무 안 마시면 긴장을 할 테고, 너무 마시면 쓰러져 잠들 테니.
잠시간 서로 술을 마신 후 난 노래방에 갈 것을 권했다.
여자친구는 슬쩍 놀랐지만 광철이 녀석은 좋다며 찬성했다.
후후. 내가 취한 거 같아 보이니까 좋겠지.
잠시 후 우리 셋은 노래방에 갔고 구석진 방에 자리를 잡아 들어갔다.
나, 여자친구, 친구.
이렇게 의자에 앉고는 처음엔 서로 어색해서 노래를 부르다가 내가 막 취한 척을 하며 일어서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 있는 노래방 유리창으로 비쳐 보이는 두 사람의 모습.
친구 녀석이 청바지를 입은 여자친구의 가느다란 허벅지 부분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자친구는 나의 눈치를 보며 필사적으로 친구의 손을 뿌리치려 한다.
어쨌든, 사실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었던 것은 이제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무슨 관계를 내 눈으로 보고 싶다.
나의 노래가 끝나가자 친구 녀석의 그런 행동도 끝이 났다. 그러나 취한 척 연기를 하는 둘에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야. 나 노래 한 곡만 더하자.”
그러자 친구 녀석이 눈에 띄게 좋아하며 그러라고 한다. 여자친구는 눈에 띄게 당황하고.
그러나 나는 둘의 반응을 무시하며 다시 번호를 눌러 노래하기 시작했다.
눈은 계속해서 옆의 유리창을 보며.
다시 여자친구의 가느다란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만지작거리는 친구 녀석.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제 과감하게 여자친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키스하려고 했다.
여자친구는 잠시 발버둥 쳤지만 곧 나의 눈치를 보더니 눈을 감고 친구의 키스에 응하기 시작했다.
`헉. 선영이 얘 봐라.`
친구 녀석의 혀가 여자친구의 입으로 파고 들어간다. 여자친구는 그저 입을 살짝 벌린 채 친구 녀석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때 친구의 손이 여자친구의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놀라 눈을 뜨며 급하게 제지하는 여자친구.
그러면서 친구의 귀에다 대고 뭐라 뭐라 말을 한다. 아마 미쳤냐고 그러겠지.
그러나 씩 웃으며 이번에는 여자친구의 청바지를 풀어 내리려 한다.
이제 여자친구도 필사적이다.
두 손으로 친구의 손을 잡으며 나의 눈치를 계속해서 본다.
그때 나의 노래가 끝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조용히 상황 정리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는 두 사람.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노래가 끝나고 나는 여자친구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선영아. 이젠 너가 불러라 나 취해서 죽겠다.”
난 선영이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자리에 앉았다.
여자친구는 반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머뭇거리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재미있다는 듯 박수를 치며 바라보던 나는 곧 몰려오는 잠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처럼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노래방 소파에 누우며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연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내가 걱정되는지 여자친구가 노래를 부르다 말고 황급히 다가온다.
“자기야. 자기야.”
여자친구가 나를 막 흔든다. 아이고. 이것아 나 좀 자게 내버려 둬라. 아니 자는 척하게 좀 내버려 둬라.
응, 응? 아아. 아 몰라. 한숨 좀 자자.”
나를 흔드는 여자친구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코까지 낮게 골며 깊이 잠이 든 연기를 한다.
그렇게 잠시간을 연기에 몰두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더 이상 나를 부르는 소리도, 깨우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궁금한 마음에 살짝 눈을 떠 바라보자. 역시나 이것들이 붙어서 키스하고 있었다.
여자친구는 소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입을 벌린 채 친구 녀석의 혀를 받아들이고 있었고, 친구 녀석의 한쪽 손은 여자친구의 티셔츠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여자친구는 한 손으로 친구 녀석의 그런 손을 살짝 잡고 있었지만 제지하는 손길은 아니었다.
여자친구의 입 안을 마음껏 유린하던 친구 녀석이 여자친구를 소파에 눕히며 청바지를 벗기려 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놀라며 친구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아, 안 돼요! 주, 준형이 깨면 어떡해요.”
“안 되긴 뭐가 안 돼. 가만 있어 봐.”
친구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여자친구의 청바지를 풀었다.
그러나 바지를 내리려 해도 여자친구가 꽉 붙잡으며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제발요. 여기서 이러다 들키면 어떡해요. 제발. 나중에 다른 데서 하면 되잖아요.”
“난 지금 여기서 하고 싶어. 그리고 걱정하지 마. 쟤 취해서 깨지도 못하니까.”
그러나 여자친구는 바지를 잡고 무언의 시위를 계속하는 눈길을 보낸다. 그러자 친구 녀석이 살짝 한숨을 쉰다.
“후유. 너 두 번째로 나랑 만났을 때 기억나냐? 그때 나한테 매달려서 허리 막 돌리며 숨넘어갈 듯 신음소리 흘린 거 기억 안 나? 지금 당장 테이프 집으로 보내줄까?”
“제, 제가 언제 그랬어요.”
“그럼 오늘 확인해봐.”
친구 녀석은 그렇게 말하며 여자친구의 청바지를 벗긴다.
여자친구는 이제 포기한 듯 고개를 돌린 채 걱정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
그러나 내가 깨어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그리 밝지 않은 노래방의 조명 아래서 살짝 뜨고 있는 나의 눈을 발견하기란 무척 어려울 테니까.
이윽고 여자친구의 청바지가 내려가며 하얗고 긴 다리가 드러났다.
새하얀 팬티를 입은 여자친구는 부끄러운 듯 허벅지를 꼭 붙이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숨죽이고 있었다.
“준형이 앞이라고 부끄러워하긴.”
친구 녀석은 음흉하게 웃으며 여자친구의 팬티를 잡았다.
여자친구는 허벅지를 꼭 오므린 채 소극적인 반항을 하였지만 이내 친구의 손에 의해 하얀 팬티가 내려가게 되었다.
노래방에서 하반신을 완전히 노출한 여자친구는 친구 녀석의 손에 의해 허벅지가 활짝 벌려졌다.
“아흑…!”
이윽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선영이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철이 녀석이 여자친구의 보지를 빨기 시작한 것이다.
조용한 노래방 안에 여자친구의 낮은 신음소리와 보지를 빠는 음란한 소리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가늘게 눈을 뜬 채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극도의 흥분으로 자지가 미친 듯이 커지는 것을 느꼈다.
얼굴을 가리고 있던 여자친구는 가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지만, 어두컴컴한 노래방에서 내가 살짝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리 없었다.
한참을 선영이의 보지를 빨던 광철이 녀석이 이윽고 몸을 일으키며 바지와 팬티를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들어 그 광경을 바라보던 여자친구는 가느다란 허벅지를 살며시 오므렸지만, 이내 바지를 다 벗은 광철이 녀석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의해 다시 활짝 벌려지고 말았다.
친구 녀석은 소파에 무릎을 꿇고 앉아 선영이의 보지에 자신의 자지를 맞추더니 힘차게 집어넣는다.
“아으응…!”
여자친구는 눈을 꽉 감으며 뜨거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커다란 신음소리에 놀란 듯 입을 틀어막고 동그랗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는 여전히 잠에 취한 상태. 아니 취한 체하는 상태이지.
광철이 녀석의 허리가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두컴컴한 노래방 안에 친구와 여자친구의 살이 부딪치며 철벅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여자친구는 나에게 들킬까 입을 가린 채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참고 있었다.
“응, 응, 응.”
그러나 친구 녀석의 계속되는 세찬 허리 움직임에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신음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하아, 하악, 하아.”
죽은 듯이 가만히 있던 여자친구의 허리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자친구의 가느다란 허리는 친구 녀석의 자지를 조금이라도 깊게 받으려는 듯 안타깝게 움찔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은 어느새 노래방 소파를 쥐어짜듯 움켜잡는다.
“흐흐. 결국 또 이럴 거면서.”
친구 녀석은 득의에 찬 표정으로 선영이의 입술에 키스하기 시작했다.
풀린 눈으로 광철이의 자지를 받던 선영이는 자기 입술을 덮쳐오는 친구의 입술을 주저 없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두 팔을 들어 올려 친구 녀석의 목을 휘감는다.
아니 두 팔 뿐만 아니라 가늘고 긴 다리도 친구 녀석의 허리를 조이듯이 끌어안는다.
완전 친구 녀석에게 매달린 꼴이었다.
난 친구의 자지를 갈망하는 여자친구의 모습에 미칠 듯한 흥분을 느꼈다.
지금 당장 저들의 섹스에 동참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모든 일이 틀어지지.
서로를 꼭 끌어안은 채 한참을 움직이던 두 남녀는 이윽고 절정이 가까워졌는지 움직임이 급박해지기 시작했다.
친구 녀석은 몸을 일으켜 여자친구의 허벅지를 활짝 벌려 빠른 속도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억헉. 진짜 죽이네. 야 네 보지 안에 또 잔뜩 싼다.”
친구 녀석의 말에 여자친구의 고개가 급박하게 끄덕여진다.
바로 저거다. 내 여자친구의 보지에 듬뿍 채워지는 친구의 정액. 바로 저것을 보고 싶었다.
친구 녀석의 허리 움직임이 갑작스레 멈춘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보지 안에 깊숙이 자지를 박고는 몇 번을 움찔거린다.
여자친구의 안에 사정하는 것 같았다.
여자친구는 고개를 들고 자기 보지 안에 사정하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지 연신 입술에 침을 묻히며 달뜬 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하아.”
여자친구의 보지 안에 한참을 사정하던 친구가 자지를 빼낸다.
씨발. 아깝다. 여자친구의 보지에서 흘러나오는 친구의 정액을 봐야 하는 건데.
그때 소파에서 내려온 친구 녀석이 정액과 보지 물로 번들거리는 자지를 여자친구의 얼굴로 가져간다.
설마? 여자친구는 나를 한 번 바라보더니 이윽고 망설임 없이 친구 녀석의 자지를 문다.
그리고 입으로 깨끗하게 핥고, 빨아준다.
와. 조금 충격이다. 나한테도 저러긴 하지만 그래도 친구 녀석의 자지까지.
친구 녀석은 깨끗해진 자지를 기분 좋게 바라보고는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한다.
여자친구도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핸드백에서 휴지를 꺼내 자신의 보지를 닦고 팬티와 바지를 입었다.
그런 여자친구의 섹시한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 녀석은 또다시 흥분이 동하는지 한 번 더 달려들어 진하게 키스한다.
여자친구도 바지를 올리다 말고 눈을 감은 채 친구의 키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옷 안으로 들어와 우악스럽게 가슴을 주무르는 친구의 손도.
한참을 그렇게 키스하고 떨어진 둘은 옷매무시를 바로 하고 주변 정리를 한 뒤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자기야. 자기야.”
선영이가 다시 재빨리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하는 나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약간 긴장한 듯한 목소리이지만 죄책감이나 두려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잠시간 동안 자는 척 버티던 나는 이윽고 여전히 잠이 덜 깬 듯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응, 응? 으함! 얼마나 잤냐. 어휴.”
“야 인마. 잠은 집에 가서 자야지.”
나를 보며 득의양양한 미소로 말하는 광철이 녀석. 난 속으로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그렇게 넘어갔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여자친구의 외출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주말에만 밖에 나가던 그녀가 평일에도 늦게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고 왔다는 그녀이지만 피곤하다며 먼저 씻고, 자고 하는 반복된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분명히 광철이 녀석과 붙어먹고 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오히려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혼자 흥분해 자위행위를 하는 횟수가 많이 늘어났고, 오히려 그런 자위행위가 전에 선영이와 관계를 할 때보다 더한 짜릿함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주말. 난 광철이가 아닌 다른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외출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에게 밤늦게 들어온다는 말을 남기고 외출하였다가 약속이 틀어져 생각보다 일찍 들어오게 되었다.
평소처럼 아파트 복도를 가로질러 현관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녀의 반응이 늦다.
집에 없나? 그런 생각으로 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는 찰나 안에서 선영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 누구세요?”
“뭐야? 있었네? 나야.”
“자, 자기야?”
나의 목소리에 몹시 당황한 듯한 그녀.
어? 설마?
난 갑자기 미칠 듯한 흥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현관이 열린다.
왠지 급하게 묶은 듯한 머리와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한 옷차림.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그녀였지만 무언가 분위기가 달랐다.
그런 나의 예상을 입증이라도 하듯 나를 보자마자 나온 여자친구의 첫 마디.
“응. 아, 안에 광철 씨랑 친구 와있어.”
나를 보며 말한 첫마디가 ‘어서 와.’, ‘일찍 왔네?’가 아닌 안에 광철 씨랑 친구 와있어. 게다가 친구? 친구 누구?
“아 광철이 왔어?”
난 아무렇지 않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광철이 녀석과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있다.
“어, 어. 준형이 왔냐. 너 보러 왔다가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지.”
기다리고 있기는. 워낙 좁은 집이라 숨을 곳이 마땅치 않았겠지.
“응. 저분은?”
난 광철이 녀석의 옆에 앉아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낯선 사람을 바라봤다.
“응. 아, 내가 알고 지내는 동생인데. 원래 얘 만나려고 여기 왔다가 너도 잠깐 얼굴 보려고 왔었지. 너 얼굴 봤으니까 가야지. 이제 간다.”
광철이 녀석은 무언가에 쫓기듯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옆에 있던 낯선 사람도 나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광철이 녀석을 따라 현관을 나선다.
손님들이 나가고 조용해진 집 안에서 나와 선영이 단둘이 남게 되었다.
그런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아니 나는 어색하지 않은데 선영이 혼자 어색해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왜 그래?”
나의 물음에 여자친구가 깜짝 놀란다.
“뭐, 뭐가? 아 나 더워서 샤워 좀 할게.”
여자친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화장실로 들어간다.
난 여자친구가 화장실로 사라진 뒤 재빨리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러자 소파에 무엇인지 모를 액체가 발견된다.
침실로 들어가 보았다.
침실로 들어서자마자 나의 코를 찌르는 냄새. 분명 남자와 여자가 씹질을 한 뒤 나는 냄새다.
창문을 열어 놓긴 했지만, 미처 날아가지 못한 냄새들이 남아 있었다.
난 침대를 덮고 있는 이불을 들쳤다.
그러자 엄청나게 많은 양의 물이 묻어 있다.
여자친구의 보지 물일 수도 있고, 두 녀석의 좆물 일수도 있다.
두 녀석.
난 두 남자가 우리 집에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미칠 듯한 흥분을 느꼈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가 어떻게 섹스했을까? 한 명은 보지에, 한 명은 입에다 박았을까?
여자친구는 아래, 위로 남자를 받으며 미친 듯이 신음소리를 흘렸겠지.
"아냐."
“설마.”
나는 순간 온몸을 휘감는 극도의 전율에 잠시 어지러움을 느꼈다.
여자친구의 항문.
전에 여자친구와 못해본 것이 없다고 했는가? 또 하나 있었다.
여자친구의 항문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럼 설마 여자친구의 항문에다가도.
난 얼마 동안 여자친구와 관계를 할 수 없었다.
아니, 두 사내의 자지에 의해 보지와 항문을 뚫리는 여자친구를 상상하며 혼자 자위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성욕을 풀 수 있기에 일부러 여자친구를 건들지 않았다. 광철이 녀석과 더욱 안심하고 붙어먹을 수 있도록.
며칠 후 여자친구에게 출장을 간다고 하였다.
“언제 와?”
“3일 후에 올 것 같아.”
“응. 조심해서 다녀와.”
밝게 웃으며 전송하는 여자친구와 달리 나의 마음속엔 시커먼 생각이 들어 있었다.
내가 집을 비우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난 출장을 가는 척하며 아파트 입구가 잘 보이는 곳에서 몸을 숨기며 기다렸다.
내 생각대로라면 분명히 광철이 녀석이 올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저녁 시간쯤이 되자 아파트 입구로 들어서는 광철이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라? 근데 광철이 녀석과 시시덕거리며 들어가는 사람들이 무려 3명이나 된다.
4명이나 되는 남자들이 우리 집으로 향하는 것이다.
난 그들을 보며 놀람과 떨림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흥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이 들어가고 난 뒤 한 시간 정도를 더 기다렸다.
그리고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천천히 우리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 멈춰 선 나.
굳게 닫혀있는 철문 너머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난 흥분으로 떨리는 손을 억지로 움직여 조용히 열쇠로 문을 열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소리가 나지 않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텅 빈 거실이 눈에 들어온다.
“아아흑! 아흑! 아 죽을 거 같아요…!”
살짝 열린 침실 문 사이로 선영이의 죽어가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난 마른침을 한 번 삼킨 뒤 조심스레 구두를 벗고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문틈 사이로 거실 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침대에 엉덩이를 길게 내민 채 엎드려 있는 여자친구는 4명의 남자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아흑! 아흑! 아 뒤에… 뒤에는 조금만 살살… 아흑! 제…읍!”
여자친구의 말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앞에서 한 남자가 여자친구의 입에다가 굵직한 자지를 밀어 넣었기 때문이다.
말을 잇지 못한 여자친구는 그저 남자의 자지를 목구멍까지 깊이 넣을 뿐이었다.
“읍, 읍, 으읍!”
“와! 이년 후장 죽인다. 진짜!”
난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뒤에서 퍽퍽 거리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질 정도로 세차게 박고 있는 남자의 자지가 들어 있는 곳은 여자친구의 보지가 아닌 항문이란 것을.
내가 한 번도 넣어보지 못한 곳. 아니 시도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곳인데. 그곳에 이름도 모를 남자의 자지가 격렬히 드나들고 있었다.
“어때? 오길 잘했지?”
지금 사람들의 동의를 구한 녀석이 광철이 녀석이다.
여자친구의 왼쪽에서 당당하게 굵은 자지를 드러내놓고 있는 녀석.
그리고 그 녀석의 자지는 여자친구의 손으로 감싸져 있다.
난 미칠 것 같은 흥분을 느끼며 방 안의 상황을 주시했다.
“야 씨발 싼다…!”
여자친구의 항문에 박고 있던 남자의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선영이는 입에 물고 있던 남자의 자지를 뱉어내며 다급한 신음소리를 흘린다.
“응, 으아응… 흐윽! 하으윽! 하윽!”
여자친구가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어쩔 줄 몰라 할 때마다 그녀의 긴 머리가 아름답게 찰랑인다.
그때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이던 녀석이 사정하는지 여자친구의 항문에 자지를 깊숙이 박고 몸을 부르르 떤다.
여자친구도 사내의 움직임이 멈추자 가쁜 숨을 몰아쉬며 침대에 쓰러졌다.
“하악, 하아아.”
그러나 그런 여자친구의 휴식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선영이의 뒤에 붙어 있던 사내가 떨어지자 다른 사내가 엎드려 있는 여자친구를 돌려 눕혀버린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녀의 보지로 들어가는 그 사내의 굵은 자지.
“아흐윽!”
여자친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사내의 자지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길고 가느다란 두 다리를 들어 올려 사내의 허리를 휘감고 미친 듯이 허리를 들썩이기 시작한다.
“하악, 아하앙! 아흐응!”
여자친구는 양손으로 사내를 꽉 끌어안기도 하고, 자기의 얼굴을 감싸기도 하고, 침대 시트를 쥐어뜯을 듯 잡아당기기도 하며 밀려오는 흥분을 못 이기고 있었다.
난 거기까지 본 후 조용히 집을 빠져나왔다.
흥분에 못 이겨 그 속으로 뛰어들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3일 동안 모텔을 전전하며 아가씨를 불러 나의 욕구를 분출했다.
아가씨들과 섹스하면서도 난 낯선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윤간을 당하는 여자친구를 상상했다.
3일 후 집에 들어갔다.
집안 어디에도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섹스했다는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었다.
여자친구는 완벽하게 뒷정리를 끝냈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나를 위한 저녁을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 있구나. 라이터.
바지 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를 금세 찾아 꺼내 든다.
그래.
그냥 그렇게 모른 척 지내도 될 걸 그랬어.
난 살며시 여자친구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뒤에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한 손은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고, 한쪽 손은 보지 쪽을 누르며.
“아응. 자기야 조금만 참아.”
여자친구는 신음소리를 흘리면서도 찌개를 젓는 국자를 멈추지 않는다.
난 그녀의 하얗고 가느다란 목덜미로 입술을 가져가며 조용히 말했다.
“즐거웠어?”
“응? 뭐가?”
아직 무슨 말인지 모르는 여자친구는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다.
“나 없는 사흘 동안 네 명의 남자들과 즐거웠냐고.”
찌개를 젓던 국자가 거짓말처럼 멈춘다. 그리고 나의 품 안에 들어와 있는 그녀의 몸이 천천히, 천천히 떨리기 시작한다.
“무, 무, 무슨 소리야?”
“출장 가 있는 동안 광철이 외 3명이나 끌어들여서 즐겼잖아.”
나의 품 안에 있는 여자친구의 몸이 이젠 안타까울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나, 나, 나는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나는 무슨 소린지 알아. 왜냐하면.”
난 광철이가 놀러 왔던 날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내가 의도했다는 말은 하지 쏙 빼놓고, 단지 우연히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는 이야기만.
그리고 그 후 광철이를 만나러 나가는 것,
노래방에서 있었던 일.
출장 간다고 하고 몰래 들어와서 봤던 일들.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나의 이야기가 계속되자 여자친구의 떨림도 차차 가라앉았다.
“그런데 처음에 그렇게 광철 씨가 하는데도 왜 보고만 있었어.”
“몰라. 그냥 미친 듯이 흥분되었으니까. 미친 듯이 좋았으니까.”
나의 말이 끝나고도 여자친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찌개가 끓은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움직일 줄을 모른다.
잠시 후 그녀가 나를 살짝 밀어내며 뒤돌아섰다.
여자친구는 나를 바라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분노에 찬 표정으로 욕지거리를 내뱉기 시작한다.
“이 미친놈. 이 변태 같은 미친 새끼. 이 개새끼. 이 개 같은 새끼. 내가 너 때문에.”
“아냐. 아냐. 화내지마. 자기야. 난 괜찮아. 난 정말 아무렇지 않아 자기야. 왜 그래? 나 좋았어. 오히려. 너무 흥분되고 좋았는데 왜 그래.”
나의 여유로운 말투와 표정에 여자친구가 악을 쓰기 시작한다.
“야이 개 같은 미친 새끼야! 안 닥칠래? 이 씨팔. 개 같은 쓰레기 같은 새끼…”
난 여자친구의 욕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근데 너도 좋았잖아? 너도 즐겼잖아? 신음소리 흘리고, 허리 돌리고 너도 좋아했잖아! 근데 왜 그래. 아 맞다! 너 후장도 이번에 뚫었지? 오늘 나도 한 번 해보자.”
나의 말에 여자친구가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얼굴은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렇게 서 있던 여자친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침실로 사라졌다.
난 뒤 따라가 방문을 열려 했지만, 화가 났는지 방문을 잠근 상태였다.
“쳇. 왜 저래. 나도 좋았다니까.”
난 할 수 없이 소파에 벌러덩 누웠다.
쳇. 오늘 여자친구 후장에 한 번 해보려고 했는데.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나는 먼저 침실 문부터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열리지 않는다.
뭐야 아직도 화난 건가.
“선영아. 선영아.”
잠시간 동안 그렇게 불렀지만, 여자친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난 텔레비전 밑에 있는 열쇠를 가져다 방문을 열기로 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지만, 여자친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뭐야. 슬슬 불안한 생각이 든다.
난 왠지 모르게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침실에 붙어 있는 조그만 욕실로 다가갔다.
그리고 나의 손에 의해 힘없이 돌아가는 손잡이를 잡고 힘을 주어 문을 열었다.
“아.”
여자친구가 앉아 있었다. 붉은 물로 가득한 조그마한 욕조 안에.
“으아으으으으. 서, 선영아…!”
아닌데. 내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닌데.
다급하게 여자친구를 안았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다.
아아아아. 내, 내가 원하던 거. 이게 아닌데.
아니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일, 이런 일 따위, 이런 미친 일 따위.
그동안 무수하게 읽어온 야설 가운데서 사실이 몇 개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실은 행복하게 끝나지 않는구나.
킥킥.
이제 가득 찼으려나.
난 라이터로 내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온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불꽃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어야 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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