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프리섹스 4부 - 욕정과 욕망 1

(야설) 프리섹스 4부 - 욕정과 욕망 1

M 망가조아 0 2562

(야설) 프리섹스 4부 - 욕정과 욕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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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에서 돌아온 진은 피곤함을 접어두고 곧 스튜디오로 행했다.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자 가라앉았던 적막이 사라지고 곧 활기로 넘쳐오르고 있었다.


밀폐된 창문을 열어 환기시킨 뒤 깊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제 현상 작업을 하는 동안 조금의 실수라도 한다면 그동안 촬영해 온 작품은 허사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촬영한 필름을 암실로 가지고 들어간 진은 


곧 노오벨트식 현상탱크에 필름을 넣고 현생액 정지액 정착액을 차례대로 준비해 놓은 다음 주입과 배출을 반복해서 진행했다.


그 작업은 쉽게 이루어졌다.


진은 현상된 필름을 말리기 위해 필름그리프로 집어 여느 필름과 마찬가지로 줄에 걸어 놓은 후 암실에서 나왔다.


한순간 갈증과 피로가 밀려왔다.


그는 조명을 켜 놓은 스테이지를 지나 바로 옆의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목을 축였다.


그리고는 피로를 달래기 위해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여자의 반갑고 고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은 깜짝 놀라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이번 촬영은 힘들었나요...?]




소정이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소파쪽은 어두운 편이었으므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필름 현상 작업을 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진에게 그녀의 출현은 생각밖이었다.




[언제 왔어... ?]


[조금 전에...]


[그럼 부르지 않고...]


[작업 방해하는 거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요... 많이 잡아왔어요... ?]




소정은 그가 촬영해 온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주로 그렇나 표현을 사용했다.


그것은 진이 촬영을 나갈 때마다 사냥간다고 표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성이 되어 버린 단어였다.




[조금...]


[언제쯤 볼 수 있어요... ?]


[오늘 안으로 현상할 수 있을 거야 차 한잔 마실래... ?]


[아니 나도 맥주 한잔 줘요...]


[괜찮겠어... ?]


[차 두고 왔어요...]




소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의 거칠고 핼쑥해진 얼굴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가 맥주를 꺼내다 소정의 앞에 있는 탁자에 내려 놓았다.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오늘쯤 돌아올 줄 알았어요... 어디 한두 번 겪어보나 이젠 만성이 됐다구요...]




그가 싱긋 웃자 소정이 맥주를 따서 가볍게 한모금 마시고 내려 놓았다.


그녀의 얼굴도 야위어 있었다.




[작업은 많이 했어... ?]


[조금 붓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


[몸 아껴가면서 조금씩 해... 안 된다고 술만 마시지 말고...]


[알았어요... 오빠도...]




그때까지 서 있던 진이 그녀와 마주보고 앉았다.


실내엔 스테이지 조명만 켜져 있었기 때문에 소정의 얼굴은 명암으로 물들어 있었다.


진이 촬영을 다녀올 때면 소정은 변함없이 그의 스튜다오에 찾아와 맥주를 마시곤 했다.


그녀는 그동안 만나지 못해서 보고 싶었다는 것보다는 진이 촬영해 온 작품에 더 관심이 있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그녀가 그렇게 찾아와 앉아 있는 것이다.


그녀는 진에게보다는 프로의식에 더 사로잡혀 있었다.


앵글에 담아온 진의 작품을 유심히 관찰하여 자신의 작업구상에 접목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전시회 준비는 잘 돼가요... ?]


[그럭저럭...]




진은 말꼬리를 흐리며 남은 맥주를 마저 마셨다.


그녀의 질문은 궁금증이 서려 있다기보다는 상투적인 것이었다.


전시회 준비는 그 누구보다도 그녀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전시회 장소에서부터 작품의 배치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전시회 장소는 그녀의 먼 친척 이모뻘이 되는 유혜련이란 여자의 화랑에서 열기로 되어 있었으며 


소정은 하루도 거르는 날 없이 준비사항을 전해 듣고 있었다.


전시회에 대해서는 소정이 진보다도 더 적극적이었다.


진은 작품에만 전념하면 그것으로 전부였고 나머지는 소정의 배려로 어려움 없이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전은 그녀의 의도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진은 그러한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뒤로 미룰 입장도 아니었다.


그동안의 공백을 메꿀 좋은 기회이기도 했던 것이다.




[앞으로 일주일 남았어요...]


[... .]


[이번 촬영으로 모자라는 작품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


[응...]




그녀는 이번 찰영에서 담아온 작품이 매우 궁금한 눈치였다.


그러나 진은 시큰둥하게 말을 흘려 버릴 뿐이었다.


소정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진도 상기된 표정으로 맥주를 들이켰다.


그녀는 하얀 블라우스와 짧은 회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블라우스의 얇은 헝겊 안으로 브래지어의 끈이 희미하게 드러나 보였다.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과 하얀 블라우스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목선을 타고 내려간 가녀린 생머리와 그 아래로 드러난 우윳빛 가슴


진은 돌발적으로 그녀를 안고 싶다는 욕망을 자제할 수 없었다.


순간순간 욕정이 불타올랐다.


그의 동공이 차츰 열렸으며 하체에서 자지가 힘이 들어갔다.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고조된 그는 갈망의 눈길을 소정에게 보냈다.


하지만 소정은 애써 그러한 진의 눈을 피하는 눈치였다.


진이 남아 있던 맥주를 마시고 그녀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가볍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몸이 긴장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정의 곁으로 다가간 진은 가볍게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곤 그녀의 팔에 힘을 주어 그녀의 가슴을 자신의 가슴에 밀착시켰다.


그녀의 가슴이 얼핏 탄력을 싣고 다가왔다.


진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난... 소정을 원해...]




그러나 소정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호흡이 격해진 진의 입에서 마른 숨이 흘러나왔다.




[이해해 줘...]


[...]




그는 소정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천천히 그녀를 애무하듯 쓰다듬었다.


그때까지도 소정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가지런히 앉아 입술을 깨물며 가볍게 떨고 있었다.


그러나 소정의 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미리였다면 지금의 소정이 미리였다면 분명 그는 몸부림 치고 었었을 것이다.


입 안 가득 고인 침을 어쩌지 못한 채 봉긋한 가슴을 더욱 부풀린 채 


그의 혀를 못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며 몸 전체가 촉촉하게 젖어 붉게 부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정은 달랐다.


진의 행동을 무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는 그러한 소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귓불을 힘차게 빨았다.




[이러면 안돼요...]




여전히 진은 그녀의 귓불을 빨아대고 있었다.


그의 혀가 귓속으로 들어가 강렬하게 애무했지만 그녀는 받아들이기보다는 옆으로 살짝살짝 피했다.




[이러지 말아요...]




진은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소정을 향해 애타는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코에서는 자극적인 뜨거운 바람이 그녀를 달아오르게 했다.


[난 소정이가 필요해...  이러한 나의 마음 이해해 줄 수 있었으면 해 제발...  이래도 모르겠어...  사랑해...]


진의 손은 어느결엔가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헤치고 있었다.




[난 아직...]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의 입술이 소정의 입술을 덮쳤다.


그러나 이를 앙다문 채 조금의 허점도 보이지 않고 있는 소정의 입은 쉽게 벌려지지 않았다.


그가 소정의 머리를 뒤로 젖히자 입이 벌려졌고 뒤이어 뜨거운 혀가 안으로 들어갔다.


소정은 진의 혀를 피하고 있었다.


남자의 손은 브래지어를 젖히고 뜨겁게 달아오른 유방을 매만지고 있었다.


후끈후끈 달아오른 유방이 진의 손안으로 가득 들어왔다.


풍만한 젖무덤이었다.


진의 가슴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터질 것만 같았다.


목선을 타고 그의 혀가 뜨겁게 달아오른 여체의 표면을 확인해 내려갔다.


블라우스 단추는 이미 모두 풀어진 상태였고 브래지어 호크를 풀자 달아오른 젖무덤이 그대로 봉긋하게 드러났다.


유방은 돌아설 수 없는 흥분의 도가니로 이끌고 있었다.


마치 조금만 더 세게 만지면 터질 것만 같은 연한 살결의 감촉이었다.


거친 호흡을 내뿜으며 그의 혀가 유방의 풍만한 곡선을 오르고 있었다.


연분홍의 촉촉한 응어리가 단단하게 굳어져 있었다.




소정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능동적이라거나 기교적인 면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어떤 움직임도 없다는 것이 그를 더욱 자극하고 있었다.


진은 그녀를 기어코 무너뜨릴 기세로 변하였다.


끊어오르는 듯한 그녀의 진한 내음을 느끼고 있었다.


남성의 욕정은 한없이 치솟아 올랐다.




[아하...]


진이 그녀의 유방을 끈적끈적하게 적셔 내려갔다.


그녀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진의 신경이 모두 집중되었다.


처음 들어보는 그녀의 야릇한 신음소리는 몽롱하게 진을 자극했다.


이제 무너지는구나 진은 더 적극적으로 변하여 그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딱딱하게 굳은 연분홍 젖꼭지를 애무하자 그녀의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아하... 아... 그만 이러면 안돼요... 제발 이러지 말아요... 네...]




하지만 물어날 리가 없다.


진의 방황하던 손이 소정의 회색 스커트 자락을 들추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소정이 허벅지에 힘을 가득 주었다.


얇은 천이 잡혔다.


그 너머로 푹신푹신한 탄력이 느껴졌다.


그가 강렬한 손동작으로 팬티를 잡아내리자 그녀의 허벅지에 더 큰 힘이 느껴졌다.


그녀의 다리를 파고들어간 진의 다리가 힘을 주어 공간을 만들자 팬티는 아무 힘 없이 스르르 내려갔다.


소정과 진 사이에 가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진의 욕망은 이제 그 무아지경의 끝을 향해 본격적으로 일어서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진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스커트 안쪽으로 들어간 진의 손에 그녀의 보지 털의 보송보송함과 촉촉함이 느껴진다.


진은 그 순간 정신없이 그녀에게 이끌려갔다.


한순간 가슴에 응어리졌던 것이 터질 것만 같았다.




[참을 수 없어요... 그만해요... 응... ?]




그녀가 애원조롤 사정하고 있었다.


진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더듬기 시작했다.


무언의 힘은 계속해서 꿈틀거렸다.




[으응... 아하...]


[소정이를 갇고 싶어...]


[그건 안 돼요...]




이미 그녀의 말은 소용이 없었다.


다짜고짜 진의 입술이 아래로 아래로 한 없이 내려갔다.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진과 그녀 사이로 야릇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냄새는 미리의 냄새와는 사뭇 달랐다.


미리의 냄새가 진득진득하다면 소정의 냄새는 달콤하고 상큼했다.


그 냄새와 함께 진의 입에 침이 가득 고였다.


그는 순결하고 진실한 그녀와의 결합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었다.




[제발... 아... 학...]




그녀가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어색하게 비꼬았다.


그러나 양팔은 힘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하... 안돼 불결해... 지저분하고 추악해... 이러지 마...]




정적을 가르듯 앙칼진 목소리였다.


그것이 소정의 목소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진의 혀가 붉게 물들어 있는 연약하고 보드라운 보지쪽 살갖을 향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여자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곡선을 너머 곧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며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려는 중이었다.


소정의 입에서 거칠게 흘러나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딱딱하게 경직된 그는 그 어떤 미세한 움직임도 이루어낼 수 없었다.




다음 순간 그는 착각 속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참을 수 없는 절정의 야릇한 신음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착각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그의 경직된 몸을 그녀가 강하게 거부하듯 밀쳐내며 얼굴에 독기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자지가 충격을 받은 듯 힘없이 줄어들었다.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음성에 그의 욕정은 버림받은 것이다.


소정의 얼굴은 붉게 상기된 채 안정을 찾지 못하고 울그락불그락 거렸다.


진의 몸은 경직된 채 무안한 얼굴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의 입에서 그러한 말이 나오다니 상상도 못했던 일인 것이다.




진은 얼떨결에 담배를 찾아 입에 물고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뒷모습은 쌀쌀했다.


여자는 서둘러 옷을 입고 훌쩍훌쩍 울음을 토했다.


그 울음소리에 그의 마음은 착찹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어떠한 말도 행동도 이끌 수가 없었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둘은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있었다.


욕정과 욕망은 까마득하게 멀어졌고 후회만 뒤따를 뿐이었다.




불결해... 라는 그녀의 날카로운 비명을 생가하면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녀에게 불결한 존재밖에 되지 않는다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소정도 옷을 단정히 한 채 야속한 진의 등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


자신의 입에서 흘러나온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후회해도 이젠 소용 없다.


자신을 원망하고 책망해도 늦은 시점이었다.


왜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왜 난 그것이 저질스럽고 불쾌하다고 느껴졌던 것일까... 


생가하면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눈물이 눈시울을 적시고 있었다.




[왜... 그랬지... ?]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창 밖을 내다보고 선 채 였다.


소정은 그의 싸늘한 뒷모습만 쳐다볼 뿐 어떠한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말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갈증과 달아오른 몸을 식혀주지 못한 여자의 마음이란... 




남자란 참을 수 없는 존재다.


불길 같은 그 몸부림은 한없이 끝없이 달아올라 여자에게 온 힘을 기울여 쏟아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 욕정을 분출하고 만다.


폭발을 일으킨 뒤에야 비로소 남자의 연약함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소정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아니 용납할 수 없었다.


아무리 결혼을 약속한 약혼자라지만 그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정작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녀를 억제하는 믿을 수 없이 강한 힘. 


대개의 여성들이라면 그 상황에서 그를 받아 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대화 없는 공백을 타고 진과 소정은 깊은 상념에 잠겨들었다.


두 사람의 몸은 경직된 채 쉽게 풀어지지 않고 있었다.




[후... 내가 그렇게 불결해 보이던가... ?]


[... ...]




[난 소정이를 원해... 소정이는 나를 원하지 않는 모양이군...]




가라앉은 그의 목소리였다.


소정은 아직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담배를 문 채 그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서 있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왜 대답이 없지... 내가 싫은 모양이군... 싫으니까 그랬을 테고...]


[아니... 그렇지 않아요... 난 누구보다도 오빠를 사랑해...]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안 되은데...]




그때까지 등을 돌리고 있던 진이 뒤돌아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소정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쪽은 조명이 밝혀져 있지 않아 그저 희미한 윤곽만 보일 뿐이다.




진은 그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디든 달려가 술에 흠뻑 취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당한 배신감과 불결함의 수모를 이떻게든 해소하고 싶었다.


그것은 소정도 마찬가지였다.


그 상태로 앉아 있는 자신이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어두운 적막이 둘 사이에 놓여졌다.


답답하다 못해 불안스럽기까지 했다.


소정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억제하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사랑해요...]


[사랑한다고... ?]


[지금은 사랑한다는 그 감정 하나로 만족해요...]


[그게 진실하다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나를 받아들여야 되는 거 아닌가...]




그 말을 하면서도 진의 마음 속에서 불결함이라는 단어는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말까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


구차하게 그런 것을 끄집어내 말한다는 그 자체가 비참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욕정을 풀어주지 않았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소정을 억압하는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 상황에선 어쩔 수가 없었다.




[결혼할 때까지만...]


[난 소정이와 더 깊은 관계를 원해...  


사랑은 정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완전한 사랑을 위해선 육체적인 결합도 중요해...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 .]




[난 이해할 수가 없어. 이해하려 해도 나의 지금 기분으로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어... 


날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주워담을 수도 없는 말을 할 수 있는건가... ?]




[...]




[물론 나에게도 책임은 있어 그것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겠어...]


[미안해요...]


[소정도 나에게 실망했을 거야... 하지만...]


[... .]


[아니 오늘 일은 서로 없었던 걸로 하지. 나도 다시는 거론하지 않겠어...]


[... .]


[오늘은 이대로 돌아가는 게 낫겠어... 미안해...]




그 말을 남긴 채 그가 암실로 들어갔다.


소정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리곤 수척해진 몸을 추스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메모를 남길까도 생각했지만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그가 야속하여 그대로 돌아서고 말았다.




진은 손에 잡히지도 않는 일거리를 만들어서 하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싸늘해졌다.


외로움일 것이다.


혼자라는 것이... 


진은 바쁘게 움직이던 손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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