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1

외도.1

M 망가조아 0 3308

외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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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 년이 흘렀다. 그녀와 만났던 때가...






하던 일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던 난 한동안 엄청난 스트레스와 흘러넘쳐 주체하지 못하는 시간과 씨름을 하고 있던 차였다.


컴을 켜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방을 만들어 당시 잘(?) 나가던 가요 몇 곡을 걸었다.






잠시 커피를 한 잔 마시던 중에 쪽지가 날아왔고, 그녀와의 대화가 시작됐다.


삼십여 분 간단한 인사말이 오가고 그냥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그녀가 방 인원을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이방 왜 만들었어요?"


"에...?"






멍청하기 그지없는 내 대답...






"애인 만드는 중?"


"아니 그냥 심심해서..."






결혼 여부를 묻는 그녀의 말에 선선히 결혼했음을 대답했다.


그럼 외도는 하느냐 물었다.






"아니..."






멋쩍게 대답해 놓고선 참 민망했다.


이 여자 별걸 다 묻는다 생각했다.


이것저것 그녀의 질문이 쏟아진다.


간단히 이어지는 내 대답들과 가끔 진땀을 흘리며 타자를 날리고 있는 내가 참 웃기는 모습이다.






내가 물었다.






"댁은 결혼 했수?"


"..."




"?"


"했어요..."






망설이듯 답하는 그녀... 왜?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단다. 이런...황당할 때가...


왜냐는 내 질문에






"그냥..."






짧게 답한다.






그때 전화 한 통화가 걸려 오고 난 대화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죄송...업무 전화라.."






소비자의 상담 건이라 급하게 창을 바꿔 이것저것 설명하고 나니 꽤 시간이 흐른 듯.


통화를 끝내고 다시 창을 바꾸니 그녀가 없다.


그날은 그렇게 대화를 끝냈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일주일쯤 후 난 다시 방을 만들었고 두어 시간 내 좋아하는 노래만 듣고 있었다.


간간이 문의 전화를 받고 커피를 두어 잔 마시고.






무료하던 시간이 한참을 흐른 뒤 한 사람이 찾아 들었다.


서툰 타자 실력 탓에 안녕하...란 말을 다 찍기도 전에






"또 애인 만드나 봐. "




한마디 농담이 날아온다.






"누구신가?"


"벌써 날 잊었네...."






자기를 소개한다. 며칠 전 짤막한 대화를 나눴던 여인네라며.






"아. 죄송,"






그녀는 처음 채팅을 나눴던 그날 나를 친구 등록했다 말한다.






"그랬군요..."


"근데 친구등록이란 거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던(?) 난 멍청한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내가 이런 거 자주 해봤어야 알지.






"어머나~ 방송할 줄 알면서 친구등록도 몰라요?"


"방송은 메인에 뜨기에 그냥 설명대로 따라 한 거라."




"채팅 별로 안 했구나?"


"ㅡㅡ;"




"근데, 정말 애인 만들려고 방 만든 거 아닌가?"


"손가락이 독수리라 그럴 엄두도 못 냅니다...ㅎㅎ"






오가는 몇 번의 농담이 있고 나서 느닷없이 전화번호를 묻는다.


왠지 그냥 목소리가 어떨지 궁금하단다.


어떻게 생겼냐는 이어지는 그녀의 질문에 순간 "포장"을 좀 할까 하다 생각해보니 우습다.


적당히 생긴 모습을 설명해주고 나서 물었다.






왜 자꾸 애인 타령인지.혹, 애인이 필요해서인지. 






당연히 농으로 물었었다.






"............"






한참을 말이 없다.


다른 일 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우울한 기분전환도 할 겸 음악을 바꾸고 다시 채팅 창으로 돌아오니 그녀가 올린 한마디가 있다.






"응..."


" ... "




농담인 듯 슬쩍 물어보았다.






"많이 심심하신 모양이네."


"아니, 진짜 애인이 필요해요."




"남편 알면 큰일 날 텐데."


"요즘 남편이랑 사이가 별로 안 좋아..."




"?"


"매일 싸우기만 해서."




"살다 보면 부부간에 싸움도 나고 할 수 있죠."


"맞아요. 근데 우리는 싸움이 너무 길어서 이젠 말도 안 하고 지내요."




"ㅎ..ㅎ. 그렇다고 막 아무나 애인 삼고 그러면 큰일 날 텐데..."


"알아요. 그래도 너무 외로워"






잠시 침묵이 흐르고.




.


"뭐, 남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상관할 일은 아닌 듯싶지만 그래도 남편과 화해를 먼저 해 보심이."


"나 그냥 갈게요."




"?"


"당신, 너무 도덕군자인 척~ 싫어."




"^^;"


"남자들.. 여자만 보면 군침 삼키면서 겉으론 아닌척...싫어."




"ㅎ..ㅎ.. 어떻게 사람이 다 기분 내키는 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요..."


"흥, 이중인격체들."




"에구~ 뭐 별달리 변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네. 쩝"


"님은 앤 없이 아내로 만족하며 사나 보죠?"








약간은 비꼬는 듯한 그녀의 말에 딱히 대답하기 그렇다.


나도 남잔데. 뭐, 나라고 항상 이성적인 건 아닌데. 어이구 할 말 없다.






"반성 할게요."


"뭘?"




"이중인격이라며. 도덕군자인 척한다며..."


"님은 애인 필요 없어요?






그녀가 묻는다.


뭐라고 대답할까나.






"나 그거 생각날 땐 힘들어요."


"?"




"섹...스..."


"그렇겠네, 남편하고 말도 하지 않고 지낸다니."




"남편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오는 것 같아."


"?"




"가끔 술 먹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하고...남자들은 그럴 기회가 만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




"신혼 땐 몰랐는데 나도 나이 먹고 나니깐 남자의 살냄새가 그리울 때가 있어요."


"이해해요. 섹스는 남자만 즐기는 건 아닐 테니 뭐, 남자나 여자나 다 같은 사람이니..."




"맞아, 근데 여자들은 남편 말곤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적으니깐."


"그렇다고 이렇게 채팅하면서 아무 남자나 만나자는 건...좀 위험한 생각 같은데..."




"것도 알고... 근데 너무 외로우니까..."


"부디 탐색전 잘해서 뒤탈 없는 늑대 찾으세요."




"휴"


"?"




"좀 두렵긴 해요."


"나도 남자로서 얘긴데, 남자들 조심해야 해요. 잘 못 하면 큰일 나요."




"알아요"


"..."




"님은 괜찮은 남자 같은데..."


"어이구~ 천만의 말씀... 저도 똑같은 늑대무리 중 하나올시다."




"그럼 그냥 친구 해줘요."


"저 별 볼 일 없는 놈입니다. 재미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인간성이 괜찮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대화할 수 있는 친구 해요."


"그 정도야 뭐, 가능하긴 한데..."




"그 이상은 안 된다?"


"하하하...그게 아니고 시간이 넉넉해야 이야기 친구라도 할 수 있죠."




"바쁜가 봐요?"


"아뇨, 요즘 너무 한가해요. 반백수 신세가 되어선."




"반백수?"


"네. 요즘 일이 잘 안돼 거의 백수처럼 지내고 있습죠...킹~"




"경기 풀리면 좋아지겠죠. 힘내세요."


"네, 당연히 힘내야죠. 님도 기운 내세요. 노력하다 보면 좋은 일 있을 겁니다."




"남자 찾는 노력?"


"아하하하."




" ^^ "






마지못해 하는 백수 생활이지만. ㅋ


그래도 낮에 한가롭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실컷 음미하며 지내는데 그것도 썩 나쁘진 않더구먼.






월요일 아침부터 또다시 백수 아닌 백수가 된 난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다 오래간만에 다시 접속해 음악 방을 만들고 커피 한 잔을 타 책상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날아든 쪽지...






"비공개전환 해요"






먼저 대화를 나눴던 그녀였다.






"잘 지냈어요? 남편하곤 화해했고...?"


"아니, 맨날 똑같아..."




"저런...뭐라 위로를 해야 하나?"


"술 한 잔 사줘요."




그녀가 느닷없이 술을 마시자 한다.


"어이쿠. 어쩐다. 실은 내가 술을 싫어해서... "




"..."


"대신 커피는 한잔 같이할 수 있는데... "




"나 많이 외로워요, 그래서 아무나 만나고 싶은가 봐..."


"이럴 땐 "저도 외로워요." 이렇게 맞장구쳐야 하는 건가?"




"ㅡㅡ"


"미안,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질 않아서... 기분 상했다면 미안해요."




"^^"


"남편 출근했어요?"




"응. 아침에 얼굴도 안 마주치고 나가버렸어."


"참, 큰일이네."




"큰일은 무슨. 맨날 그래서 이젠 그러는가 보다 그러는데"


"그렇군요..."






오늘 바쁘냐 그녀가 묻는다.


난 역시 오늘도 한가해 이렇게 챗질(?)이나 하고 앉았노라 말했다.






한참 말이 없던 그녀가 내게 물었다.






"먼저 전화번호 물어봤는데 안 가르쳐주네. 내가 부담되어요?"


"아...하..하... 그게 아니고 지나가는 말로 그냥 물어본 건지 알았지 뭐..."




"내 전화번호는 불안해서 그래요. 그쪽 전화번호 알려줘요."


순간 아,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요. 내 전화번호 xxx-xxx-xxxx에요."


"잠시만..."




"?"


"적어두려고."




"!"






오늘 몹시 지치고 피곤한 하루라고 그녀가 말했다.






"기운 내요. 쉽게 포기하지 말고..."


"꼭 성인군자처럼 말하는군요."




"아니 그냥 기운 내시라고...^^;"


"..."






뚫어지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데 책상 위의 핸드폰이 드르륵드르륵 몸부림을 친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액정을 확인하니 발신 표시 제한 이란 글자가 떠 있다.


누굴까?






"여보세요..."


"..."




"여보세요?"


"..."




"말씀하세요"


"..."




누군가 장난 전화를 한 모양이라 생각하고 통화를 끝내려 하는데 나지막이 "저기요..." 하는 소리가 들린다.






"네. 말씀하세요"


"안녕하세요"






조금 떨림이 있는 목소리...






"누구신지...?"


.지금 대화하고 있는 여자에요..."






"아, 말씀이 없으시길래 누가 장난 전화한 줄 알았어요."


"..."






잠시간의 어색한 침묵...






"저기요..."






그녀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이렇게 전화해서 혹시 절 이상한 여자라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녀의 물음에 난 어색한 웃음으로 답했다.






"그냥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어요."


"그래요. 저도 반가워요. ^^"




"또다시 어색한 침묵...






몇 마디를 더 주고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잠시의 통화를 끝내고 다시 우린 대화창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았다.


결혼생활의 어려움, 육아 문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얼핏 한 시간여 대화를 나눴던 것 같다.






"오늘 만나서 얘기 상대가 되어 줄 수 없어요?"






그녀의 질문에 쉽게 대답하질 못했다.






"부담스러우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저하고 시간 좀 보내줘요... 사는 게 너무 따분해..."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좀 망설여지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채팅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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