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를 길들이다 2

광기를 길들이다 2

M 망가조아 0 2772

광기를 길들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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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지각은 면했다. 아슬아슬하게 교문을 통과하고 교실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정수혁이 신호란 신호는 전부 무시하고 위험스럽게 차와 차 사이를 지나온 덕분이었다.


차라리 지각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험한 등굣길이었다.




그건 스릴이 아니라 그냥 목숨을 내놓은 위험한 짓에 불과하다고 윤재는 생각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그런 것이었다.


그러나 정수혁은 그런 것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까딱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져 그 자리에서 즉사할 수도 있다. 정수혁은 그래도 괜찮은 것일까.


말로만 듣던 오토바이 폭주족 같은 짓을 밤마다 하고 다니는 건지도 모른다고 윤재는 생각했다.




정수혁이 밤에 늦게 돌아오는 이유는 아마 폭주족처럼 돌아다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좋은 머리를 가지고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일까.




‘나도 가족은 필요 없어.’




정수혁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계속 쳐다봤는데, 너는 모르더라?’




계속 봐 왔다고? 그럴 리가 없다. 정말 그랬다면 자신이 몰랐을 리가 없다.




‘날 놀리는 거야.’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듯이 그저 자신을 가지고 놀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말에 일일이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정수혁에게 휘둘려서 놀림거리가 될 뿐이다.




생각에 잠겨 걷던 윤재의 이마가 부드러운 것에 퉁, 하고 부딪친 것은 그때였다.


바닥만 보고 걷느라 앞에 누가 있는지도 몰랐다.




“미안하.”






얼른 사과하려고 얼굴을 든 윤재의 눈 안에 저를 내려다보는 시원스러운 눈매가 들어왔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장에서 농구라도 하고 온 듯 머리와 얼굴이 온통 땀에 젖은 정수혁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자기가 부딪친 것이 정수혁이라는 것을 안 윤재가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것은 수혁이 윤재의 손목을 붙잡고 계단 아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아래층 계단에는 지나다니는 아이들이 없었다.


계단 아래쪽 모서리까지 거의 강제로 끌려간 윤재가 제 손목을 쥐고 있는 수혁의 손을 뿌리쳤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알은체하는 거지.”




“미쳤어?”


“이런 식으로 알은체하지 않으면 넌 또 모를 거 아냐. 내가 그냥 보고만 있으면 넌 백 년이 지나도 모를 것 같아서 이제는 알은체하기로 했어.”




“그래서 뭘 얻는데?”


“너.”




“그럴 일 없어.”


“과연 그럴까?”




이 자신만만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운동과 공부, 모든 것에서 항상 남보다 앞서다 보니 이런 것에도 그저 자신만만한 것일까?


실패라든가 진다든가 하는 것을 모르니까 이런 것도 당연히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너무 오만하다.




“교실로 돌아가야 해. 비켜.”


“너.”




낮은 속삭임과 함께 땀 냄새가 코를 스쳤다.




7월의 여름, 운동장에서 한 시간가량 뛰고 왔을 정수혁의 몸에서 땀 냄새가 풍겼다.


유난히 끈적거리는 이 느낌은 땀 냄새 때문일까 아니면 정수혁의 눈빛 때문일까.




지금 정수혁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다. 웃기는커녕 금방이라도 자신을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보고 있다.


상대방을 주눅 들게 하는 눈동자. 하지만 윤재가 그런 정수혁을 마주 노려봤다.




“이번 시험에서 나 이기게 해 줄까?”


“뭐?”




이번에야말로 윤재는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는 귀를 의심하고, 그다음에는 화가 났다.




“지금 나 놀리는 거니?”




자신이 늘 2등이라고 지금 놀리는 걸까? 그런 거라면 진짜 최악이다. 역겨운 수준이다.




“내가 너 이번 시험에서 1등 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소리야.”


“재수 없는 새끼.”






정말 한 대 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윤재가 수혁의 가슴을 밀어냈다.




“내가 일부러 문제를 틀리면 네가 1등 하지 않겠어? 몇 문제 정도는 오답을 적어 낼 수 있다는 뜻이야. 네가 원한다면.”


“네 눈에는 내가 1등 하고 싶어서 환장한 애로 보이니?”




수혁을 쳐다보는 윤재의 눈에 혐오가 가득했다. 마치 짐승을 보는 듯한 혐오감이었다.


아무리 1등이 하고 싶어도 이런 식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적선 받듯이 1등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네가 적선해 주는 1등보다는 내 힘으로 하는 2등이 나아. 쓰레기 같은 새끼.”




그 말을 쏘아붙이듯 한 윤재가 그곳을 벗어났다.




머리 위에서 윤재의 모습이 사라지며 동시에 점심시간이 끝나는 것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으며 수혁이 픽 웃었다.


조금도 아쉬울 것이 없는 웃음이었다. 아니, 이미 그런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는 그런 웃음이었다.




*




토요일 아침은 윤재에게 있어서 최악이었다. 아버지와 새어머니가 모두 집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는 주말이면 항상 여행을 다녀오는 두 사람이 여행을 취소하고 집에 남아 있는 것을 보며 윤재는 기분이 상했다.


당연히 아무도 없을 줄 알고 내려갔던 아래층에서 마침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미 짜증은 목구멍까지 차올라 버렸다.




“다음 주부터 시험이지? 공부는 잘되어 가는 거냐?”




아버지의 얼굴을 보는 것은 거의 한 달 만이다. 같은 집에 살아도 얼굴을 보는 일은 이렇게 드물었다.


그런데 거의 한 달 만에 보는 딸에게 던진 아버지의 첫마디는 역시나 시험이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딱딱한 질문에 윤재 역시 딱딱하게 대답했다.




냉장고 문을 연 윤재가 우유와 시리얼을 챙겼다.


이것만 대충 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오늘은 온종일 방 밖으로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열심히 해서 수혁이 이길 수 있겠어?”




“.”




왜 수혁의 이름을 굳이 꺼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꼭 저런 식으로 비교를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저건 비교가 아니다. 저건 일부러 불을 붙이는 것이다.


다 알면서 일부러 불을 붙여 한번 싸워 보라는 것이다, 정수혁과.




“나를 닮았으면 전교 1등은 놓치지 않았을 텐데, 네 엄마를 닮아 그런 거냐? 어떻게 고등학교에 올라가더니 1등 한 번을 못 해. 수혁이는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하던데 말이다.”




기분 나쁜 소리를 들으며 윤재가 시리얼을 퍼서 입 안에 꾸역꾸역 넣었다.


시리얼과 우유가 가슴에 걸리는 것 같았다.




“왜요? 제가 1등 못 할 것 같으세요?”




왜 그런 말이 튀어나왔는지는 윤재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그냥 기분이 나빴다.


왜 이런 일에 죽은 엄마를 들먹이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유전자 검사만 안 했을 뿐이지 아버지가 자신을 친딸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윤재는 알고 있다.


엄마의 외도 이후 아버지는 끊임없이 자신이 친딸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툭하면 저런 말을 하는 것이다.




자기를 닮지 않았다는 말. 그 말은 다른 뜻으로 자기 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노골적인 의심이다.




“제가 이번 시험에서 1등 하면, 그때는 뭘 해 주실 건데요?”


“뭘 해 주기를 바라는 거냐?”




“제가 이번 시험에서 1등 하고, 다음 학기에도, 3학년이 되어서도 계속 1등을 놓치지 않으면 제가 졸업하는 것과 동시에 독립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독립?”


“네. 독립.”




윤재가 쥐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저를 쳐다보는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봤다.




“오피스텔 하나 구해 주시고 저 혼자 살 수 있게 해 주세요.”


“3학년 마지막 학기까지 1등을 놓치지 않을 수 있겠어? 수혁이 이길 수 있겠냐는 말이다.”




재혼하며 잘난 아들 한 명 얻었다고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더니, 본심은 정수혁도 결국 남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까 수혁이 없는 자리에서 저렇게 노골적으로 수혁을 이길 수 있겠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길 수 있어요.”


“정말 이겨 보이면, 오피스텔 얻어 주마.”




독립. 그건 윤재의 꿈이다. 이 집에서 나가는 것.




항상 꿈꾸고 있던 것이지만 그 꿈의 방해꾼은 아버지다.


만약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자신의 독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을 윤재도 모르지 않는다.


다만 독립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아버지가 자신에게 애착이 있진 않다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었을 뿐이다.




물론, 독립한다는 것은 집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집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만약 아버지가 오피스텔을 구해 준다면 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남보다 못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지만 결국 물질적인 도움은 받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럴 때 윤재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고등학생에 불과한 자신은 어떻게 해도 넘을 수 없는 현실의 장벽이다.


그런데 지금 기회가 왔다.




“약속하셨어요.”


“1등부터 하고 나서 말해라.”




거기까지 말한 아버지가 신문을 펼치는 것을 보며 윤재는 2층의 제 방으로 돌아왔다.






1등.




정수혁이 있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윤재도 안다.


정수혁이 갑자기 병이 나서 시험을 치지 못하거나 열이 올라서 문제를 읽지 못해 실수를 연발로 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실수.”




책상 앞에 앉아 윤재가 중얼거렸다.




‘이번 시험에서 나 이기게 해 줄까?’




어제 수혁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가 일부러 문제를 틀리면 네가 1등 하지 않겠어? 몇 문제 정도는 오답을 적어 낼 수 있다는 뜻이야. 네가 원한다면.’




그건 독이 든 사과다.


먹으면 반드시 탈이 난다.


하지만 탈이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은, 지금은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 독이 든 사과를 먹어서라도 1등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 집을 당당하게 나가고 싶다.




그날 저녁, 윤재는 자정이 넘어갈 때까지 잠들지 않고 수혁을 기다렸다.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11시가 넘어갈 무렵 방으로 들어가서 나오지 않고 있다.




12시 30분이 넘어갈 즈음에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다. 수혁이 돌아온 것이다.


현관문이 열리고 수혁이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 윤재는 거실 소파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뭐야? 거기서 뭐 해, 서윤재?”




거실 소파에 앉은 윤재를 발견한 수혁이 헬멧을 옆구리에 끼고 다가왔다.


그런 수혁을 힐끗 쳐다본 윤재가 말없이 일어나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던 도중에 멈춰 계단 아래에서 저를 쳐다보고 있는 수혁을 한번 돌아본 다음 다시 계단을 올라가는 윤재의 귀에 저를 따라 계단을 올라오는 발소리가 감겼다.


정수혁이 지금 제 뒤를 따라 올라오고 있다.




윤재의 손바닥에 땀이 찼다.


뒤에서 울리는 발소리가 마치 천둥소리처럼 크게 귀를 울려 댔다.




방으로 들어온 윤재는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


그 문을 닫은 것은 그녀를 따라 방 안으로 들어선 수혁이었다.




방으로 들어온 수혁에게 나가라거나 왜 들어왔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너 진짜, 나 1등 만들어 줄 수 있는 거니?”




윤재가 다짜고짜 그 말부터 내뱉었다.




“적선은 싫다며.”


“이번만 말고, 고3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전부 그렇게 해 줄 수 있어?”


“해 줄 수야 있지.”




뉘앙스에서 불길함이 풍겼다.




“내가 원하는 걸 네가 주면, 나는 네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어.”


“네가 원하는 게 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은 시험 성적이다. 그러면 정수혁이 원하는 것은 뭘까? 모든 것을 다 가진 정수혁은 뭘 원하는 것일까.




“너.”


“장난치지 말고 똑바로 말해. 난 지금 진짜 진지하니까.”




“내가 가지고 싶은 거 너 하나밖에 없어, 서윤재.”


“날 언제 봤다고.”




“1년하고 7개월 동안 봤는데, 그거로 모자라?”


“모자라.”




“10년을 쳐다봤다고 해도 모자란다고 말할 생각이지, 서윤재?”


“아마도.”




“부탁하는 자세가 참 고자세다. 그렇게 생각 안 해?”


“네가 먼저 제안한 거야.”




“하긴, 그렇긴 하지. 내가 먼저 시험 망쳐 준다고 하긴 했지.”


“네가 제안했고 난 그걸 받아들일 마음이 생긴 것뿐이야. 하지만 적선 받듯 그냥 받지는 않아.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곧 죽어도 이건 정당한 거래라고 주장하고 싶은 윤재의 오기였다.


그냥 적선 받는 것이 아니라, 이건 정당한 거래다. 1등과 다른 것을 교환하는 것뿐이다.




“원하는 거라면, 서윤재 너라니까.”


“내가 뭐? 내가 어떻게 해 주길 바라는데?”




“자자, 나하고.”


“뭐?”




윤재의 얼굴이 구겨졌다.




“나하고 자자고. 섹스 몰라? 나하고 섹스하자고. 나하고 자 주면 졸업할 때까지 계속 너한테 져 줄게.”


“미친 거 아냐?”




“미쳤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안 미쳤어. 지극히 정상이야.”


“돌았구나?”




“돌았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아. 너한테 돌았으니까. 그러니까 너한테 돌아 버린 놈에게 다리 좀 벌려 주고 대신 시험 1등은 네가 가져가면 되잖아. 이 정도면 수지 타산이 맞지?”




수혁이 질 나쁜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윤재도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시험 1등을 놓고 몸을 허락할 수는 없다.


정수혁에게 몸을 허락하고 나면 그 뒤에 뭘 또 요구해 올지 알지 못할 일이다.


정수혁은 절대로 한두 번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 관계를 이용해서 나중에 협박해 올 수도 있다.




“선택해. 나하고 자고 1등을 가져갈 건지, 아니면 나하고 자지 않고 계속 2등이나 하고 있든지.”




수혁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에 반해 윤재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수혁이 단호하면 단호할수록 윤재는 더 흔들렸다.


그리고 흔들리던 윤재가 마음을 굳혔다.




“삽입은 안 돼.”




이게 윤재가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다.




“삽입만 안 하면, 원하는 대로 해 줄게.”


“삽입 없는 섹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해?”


“싫으면 그만둬. 나도 그럴 마음 없으니까.”




지금 윤재는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정수혁이 정말 자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면, 1년 7개월 동안 봐 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을 붙잡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니까 삽입은 안 된다는 조건 역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삽입만 안 하면 돼. 만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이것이 윤재 나름대로 최후의 배수진이었다.




“그러면, 어디까지 되는 건데?”


“만지는 것까지만.”




“비싸네, 서윤재.”


“그래도 할 건지 말 건지만 정해.”




“해야지. 서윤재를 만질 수 있는데, 해야지.”




대체 왜 정수혁이 자신에게 이렇게 집착하는지 윤재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정수혁과 자신 사이에 어떤 교집합도 없다. 그런데 정수혁은 자신에게 왜 이러는 것일까.


그렇다고 자신이 엄청나게 미인이냐? 그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의심하고 있을 때 수혁의 손이 윤재의 어깨에 얹어졌다.




“지금 뭘.”


“만지게 해 준다고 했잖아.”




“지금 아래층에 부모님이 계셔.”


“소리만 안 내면 괜찮아.”




“하지만.”


“만지기만 할 거야. 만지기만.”




속삭여 오는 목소리에 윤재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만지는 것만. 그래, 만지는 것뿐이라면.




털썩.




윤재가 쓰러지듯 눕자 침대가 출렁거렸다. 매트리스와 함께 흔들리는 윤재의 위로 수혁이 올라탔다.




제 위에 올라앉은 수혁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 묵직한 무게감에 윤재가 숨을 헐떡였다.


수혁의 손가락 끝이 윤재가 입고 있는 셔츠의 단추에 닿았다.




툭.




단추 하나가 풀리자 윤재의 깨끗한 쇄골이 드러났다.




툭.




손가락이 가볍게 단추를 풀며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


여섯 개의 단추는 저항도 없이 풀렸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저를 내려다보는 수혁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윤재가 바르르 떨리는 입술을 살짝 깨무는 것으로 떨림을 숨겼다.




벌어진 셔츠 안으로 들어온 손이 브래지어의 후크를 풀었다.


가볍게 후크가 풀린 브래지어가 제 몸에서 벗겨지는 것을 윤재도 느꼈다.


드러나는 가슴을 가리는 대신에 손으로 시트를 가볍게 움켜쥐었다.




‘괜찮아. 만지는 것뿐이야.’




진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으면 금방 지나갈 것이다.




사람이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줘야 하는 법이라는 건 윤재도 안다. 그건 어린아이도 아는 간단한 법칙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중요한 것을 얻으려면 중요한 것을 값으로 치러야 한다.




이건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다.


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딸로 여기지도 않으면서도 놓아주지 않는 아버지라는 존재에게서 완벽하게 달아나기 위해서는 정수혁과 이런 식의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




조금 비굴해도, 조금 구차해도 이 시간은 금방 지나가고 나중에는 다 잊어버리면 된다. 악몽을 잊어버리듯이 말이다.




‘싫어.’




수혁의 손바닥이 제 가슴을 덮자 윤재가 숨을 삼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운 숨결이 저를 덮는 감촉에 눈을 뜬 윤재는 코앞까지 다가온 수혁의 얼굴에 당황했다.




수혁은 허리를 숙이고 윤재의 바로 앞까지 얼굴을 내린 채였다.


윤재가 뭐라고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수혁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단숨에 삼켰다.




“흡!”




입술이 닿는 순간 제일 먼저 느낀 것은 뜨거움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부드러운 입술, 그다음으로는 거친 혀였다.


다소 거칠게 빨아올리는 수혁의 숨결에 윤재의 입술과 숨결 그리고 혀까지 남김없이 그에게 휘감겼다.




“읍. 흐읍.”




혀뿌리까지 휘감고 빨아올리는 탓에 맞물린 입술 사이로 삼키지 못한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흡.”




키스는 처음이다.


첫 키스를 정수혁과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윤재가 수혁의 어깨를 꽉 쥐고 눈을 질끈 감았다.


밀어내듯 그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수혁은 오히려 더 거칠게, 더 깊게 윤재의 입 안으로 파고들었다.




자신을 송두리째 삼키려 드는 입술에 윤재가 정신없이 숨을 헐떡였다.


그 헐떡이는 숨은 모조리 수혁에게 삼켜졌다.


그리고 난폭하고 거친 키스가 끝나는 것과 동시에 수혁의 입술이 윤재의 가슴을 물었다.




“하, 하지 마!”




젖은 혀가 가슴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핥자 윤재가 저도 모르게 소리를 높였다.




“쉿. 아래층에서 깨기를 바라?”




수혁의 낮은 속삭임에 그제야 윤재는 아래층에 부모님이 계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집은 방음이 가장 취약한 집이다. 문틈이 떠 있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높이면 아래층까지 분명히 전달될 것이다.




“흐윽.”




제 침이 묻은 젖꼭지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비트는 수혁의 짓궂은 행동에 윤재가 터져 나오려는 숨을 애써 참으며 헐떡였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즐기듯이 젖꼭지를 비틀던 수혁이 다시 그것을 입에 물고 씹었다.




“흑.”




아릿한 아픔이 묻어날 정도로 젖꼭지를 씹던 수혁이 유륜과 함께 꼭지를 빨아 당겼다.


젖은 유륜이 수혁의 입 안에서 제멋대로 굴려졌다.


자극을 받아 단단하게 일어선 젖꼭지가 그의 혀에 굴려질 때마다 윤재의 등이 화끈거렸다.




“응, 흐응, 읏.”




수혁의 이가 젖꼭지를 씹고 혀가 그것을 휘감아 빨아올릴 때마다 윤재가 허리를 움찔거렸다.




아프고 얼얼했다.


귀가 화끈거리고 발끝이 오므라들었다.




양쪽 젖가슴에 제 흔적을 잔뜩 남긴 후에야 수혁은 얼굴을 들었다.




“자, 잠깐만.”




허리를 든 수혁이 제 하체에서 바지를 벗겨 내자 윤재가 당황해서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뻗은 손이 무색하게 하체에서 팬티만 남기고 바지가 벗겨졌다.




“걱정 마. 삽입은 안 해. 약속했으니까.”




겁먹은 윤제의 다리를 벌리고 그 사이에 자리를 잡은 수혁이 젖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씨발. 서윤재. 왜 이렇게 야하냐?”




윤재의 팬티 위, 가운데를 손으로 쓸어 올리며 수혁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윤재는 그가 흥분한 모습은 처음 봤다.


정수혁은 늘 여유만만하고 느긋한 모습이었다.


무엇에도 쫓기지 않고, 항상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처럼 그렇게 느긋했던 정수혁이 지금은 잔뜩 흥분해서 거친 숨결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 젖었어. 그거 알아?”




팬티의 가운데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수혁이 짓궂게 눈을 휘었다.


그 손가락이 누를 때마다 팬티에 음영이 생겨났다.


팬티의 가운데가 젖어 들며 얼룩이 번져 나가는 것을 보며 수혁이 입술을 핥았다.




“으응, 읏.”




손가락이 집요하게 팬티의 가운데를 문질렀다.


잔뜩 젖어 버린 팬티가 속살에 달라붙어 왔다.


윤재의 호흡도 이미 거칠어진 지 오래였다.




그 손가락이 제 팬티 위를 문지를 때마다 이상한 기분이 윤재를 휘감았다.


싫은데, 분명히 싫은데 다리가 저절로 벌어지며 저절로 허리가 흔들렸다.




“아, 읏.”




팬티가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손가락이 그 위를 움직일 때마다 윤재의 허리가 함께 흔들렸다.


흠뻑 젖은 팬티를 수혁이 옆으로 젖힌 것은 그때였다.


차갑게 젖은 팬티의 한쪽이 젖혀지며 그 안쪽으로 공기가 스며들자 윤재가 허리를 움찔거렸다.


젖혀진 팬티 사이로 수혁의 손이 파고들었다.




“아!”




팬티 안으로 파고든 손이 그녀의 중심 깊은 곳으로 찔러 들어왔다.




“하읏.”




윤재의 고개가 젖혀졌다.




축축하게 젖은 속살 안으로 파고드는 수혁의 손가락을 윤재는 거부할 수가 없었다.


길고 굵은 손가락이 그녀의 안에서 움직였다.


젖은 팬티 안에서 질척이는 소리가 울리며 그녀의 얼룩진 팬티가 불룩거렸다.


속살을 후비는 젖은 소리가 팬티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아, 읏. 하읏.”




젖가슴을 입술로 깨물며 아래에 박은 손가락을 움직여 대는 수혁의 아래에서 윤재가 몸을 꿈틀거렸다.


구부린 엄지의 끝이 그녀의 둥근 살점을 문질러 댔다.




“하읏, 으응, 응.”




윤재의 허리가 들썩였다.




다리를 벌린 채로 윤재가 허리를 흔들며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신음을 들으며 수혁의 손놀림이 더 빨라졌다.


팬티 안에서 사납게 움직이던 손이 빠져나가자 윤재의 벌어진 입술에서 긴 숨이 새어 나왔다.


생경한 열기에 녹아내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윤재가 그저 숨만 헐떡이고 있을 때 그녀의 젖은 팬티 위를 젖은 것이 눌러 왔다.


손가락이 아니었다.




“흣.”




그것이 수혁의 입술이라는 것을 윤재는 뒤늦게 알아차렸다.




정수혁이 그녀의 잔뜩 젖은 팬티 위에 입술을 내린 것이다.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어 거무스름한 음모와 그 안쪽의 살의 윤곽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팬티 위로 입술을 내린 수혁이 갈라진 얼룩에 혀를 대고 꾹꾹 눌러 댔다.




“아읏, 흣.”




젖은 팬티 위를 혀로 꾹꾹 누르다가 팬티와 함께 속살을 물어뜯는 행동에 윤재는 숨이 막혀 왔다.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벌린 채로 윤재가 허리를 들썩였다.


젖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지금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밀어내고 싶은데 밀어낼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 그녀의 하체에서 젖은 팬티가 끌려 내려갔다.


완전히 드러난 가랑이 사이로 수혁이 얼굴을 파묻었다.




“하윽!”




윤재의 입술에서 신음이 터졌다. 수혁의 더운 혀가 그녀의 입구를 핥아 올렸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그녀의 입구를 벌리고 그 중심에 혀를 대고 핥기 시작하자 윤재의 얼굴이 귀까지 전부 벌겋게 달아올랐다.


굵고 단단한 혀가 안쪽으로 파고든다 싶더니 입술이 그곳을 삼키고 빨아들였다.




“하읏, 아, 아흑.”




뜨거운 입술이 저를 삼킬 때마다 윤재가 허리를 떨었다.




정수혁은 마치 짐승처럼 저를 먹어 치우고 있었다.


게걸스럽게 가랑이 사이를 탐하던 수혁이 입술을 닦으며 얼굴을 들었다.




몸을 일으킨 수혁이 바지의 버클을 푸는 것이 윤재의 눈에 들어왔다.


바지를 내리자 잔뜩 부푼 브리프가 드러났다.




브리프가 팽팽했다.


그 안에 감춰진 것이 얼마나 거칠게 성났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안 돼, 삽입은.”




그제야 윤재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삽입은 안 된다. 만에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르는 것은 싫다.


아버지에게서 자유를 얻기 위해 이런 짓까지 하는데, 그 자유를 정수혁에게 또다시 속박당하는 것은 싫다.




“안 해. 걱정 마.”




수혁이 몸을 내렸다. 그러자 그의 하체가 윤재의 가랑이 위로 문질러졌다.


단단한 중심을 감춘 브리프로 윤재의 젖은 가랑이 위를 비비며 수혁이 거친 숨을 헐떡였다.


수혁은 마치 진짜 섹스를 하듯 윤재의 위에서 하체를 문질렀다.




브리프를 입었다고 해서 그 안의 단단한 것이 감춰질 리가 없었다.


그 단단하고 굵은 것이 제 위를 문지를 때마다 애액이 흘러나와 그의 브리프를 적셨다.




두 손으로 윤재의 어깨 위를 짚고 수혁이 하체를 움직였다.


제 어깨 바로 위를 짚은 팔뚝에 시퍼런 핏줄이 꿈틀거리는 것이 윤재의 눈에 들어왔다.


잔뜩 흥분한, 그러나 애써 참고 있는 그 표정도 눈에 들어왔다.


그 이마에 핏대가 서 있었다.


꽉 다물 입술 사이로 거친 숨이 새어 나와 윤재의 얼굴을 적셨다.




“윽!”




단발의 신음과 함께 수혁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윤재는 그의 하체가 닿아 있는 제 가랑이 위쪽이 뜨겁게 젖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브리프 안에서 사정한 탓에 정액이 브리프를 적시고 윤재의 하체까지 함께 적신 것이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며 수혁이 그녀의 위에서 내려와 그 옆에 엎드렸다.




“나중에는, 안에다 하게 해 줄 거지?”




곁에 엎드려 제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여 오는 목소리에 윤재가 고개를 돌렸다.




“그럴 일 없어.”




냉담하게 대답하지만 아직도 가랑이 사이가 화끈거렸다.


가랑이 사이의 음모에 남아 있는 수혁의 타액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아직도 그 혀가 제 몸을 탐하는 것만 같았다.




*




그 후로 수혁의 요구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부모님이 외출한 일요일의 오후, 2층이 아닌 거실에서 윤재는 수혁에게 안긴 채로 숨을 헐떡이는 중이었다.


거실 소파, 아버지가 늘 앉아서 신문을 보는 장소에서 수혁의 다리 사이에 등을 기대고 앉아 그 손에 가슴이 만져지며 윤재가 숨을 헐떡였다.




수혁의 손은 그녀의 가슴과 가랑이 사이에서 움직였다.


목덜미를 물어뜯으며 수혁이 윤재의 가랑이 사이에 넣은 손가락을 움직였다.




벌어진 속살 안쪽으로 손가락이 들락거릴 때마다 질척질척 소리가 울렸다.


수혁의 손가락을 타고 애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제 엉덩이 쪽에 닿는 단단한 것이 성난 수혁의 분신이라는 것을 윤재도 알았다.


그것이 금방이라도 안으로 찔러 들어올 것처럼 윤재의 뒤를 꾹꾹 눌러 댔다.




상체에 셔츠 한 장만 걸쳤을 뿐 벌거벗은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윤재가 가끔 현관문을 힐끗거렸다.


부모님은 언제 돌아오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애초에 귀가 예정 시간 같은 것을 말해 주는 법이 없었다.


조금 열어 놓은 창문 너머에서 빗소리만 들렸다.


어제 잠깐 그쳤던 장맛비가 밤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그치지도 않고 온종일 내리고 있었다.




“서윤재. 네 여기, 엄청 조인다는 거 알아? 내 걸 넣으면 그것도 조이겠지?”


“꿈 깨. 절대 안 돼.”




수혁의 손에 만져지며 잔뜩 달아올라 있었지만 윤재가 단박에 그의 말을 잘랐다.




아무리 흥분해도 넘어갈 생각은 없다. 정수혁과 자신의 선은 여기까지다.


만지는 것, 그 이상의 선은 넘을 생각이 없다.




“이렇게 질질 싸면서도 싫다는 거야?”


“우, 웃기지 마.”




“나 지금 터지기 일보 직전이야, 윤재야.”


“알아서 해.”




“박는 게 싫으면, 빨아 줄래?”


“미친.”




뭘 해 달라고?






윤재가 제 몸을 만지고 있는 수혁을 밀어냈다.




소파의 가장자리로 물러나 수혁을 노려보는 윤재의 눈에 거친 숨을 흘리는 남자가 들어왔다.


동갑의 소년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열여덟 살의 소년의 눈이 저렇게 사납게, 맹수처럼 사납게 저를 노려볼 수 있는 것일까.


탐욕스럽고 사나운 눈매였다.




정수혁은 항상 저런 식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언제부터 자신을 저렇게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됐잖아. 그러니까 네가 입으로 해.”




브리프를 내린 수혁이 그 안에서 튀어나온 분신을 손으로 쥐었다.


그의 말처럼 그의 분신은 이미 뻣뻣하게 부풀어 말간 것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거 빨면, 박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빨기 전에는 절대로 놓아주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시선에 결국 윤재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벌린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것을 입에 넣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입 안 가득 들어차고도 다 들어오지 못하는 것을 손으로 쥔 채로 윤재가 입술을 움직였다.


자신이 제대로 하는지 어떤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입에 물고 입술을 조이고 얼굴을 움직였다.




그것이 입 밖으로 빠져나갈 때마다 침이 입술 주위에 번졌다.


머리 위에 거친 숨소리가 내려앉았다.




“하아, 하아.”




그 사나운 숨소리를 들으며 윤재가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움직였다.




머리 위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며 마침내 입 안에서 뜨거운 것이 퍽, 터졌다.


입 안으로 쏟아지는 것에 기겁하고 입술을 떼려고 했지만, 수혁의 손이 그녀의 머리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흡, 흡!”




삼키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 미지근한 것이 기어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오만한 포식자의 웃음소리였다. 재수 없는 정수혁의, 승자의 웃음소리였다.


그리고 그때 현관문이 열렸다.




“무슨 비가 이렇게 내리는지.”




현관문이 열리고 제일 먼저 들려온 소리는 새어머니, 그러니까 수혁의 어머니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현관 앞에 우뚝 선 두 사람의 시선을 고스란히 느끼며 윤재가 얼굴을 들었다.


그때까지 그녀의 머리를 누르고 있던 수혁이 손을 풀어 줬기 때문이다.


수혁의 시선도 현관을 향했다.




거실을 가득 채운 더운 열기. 텁텁한 땀 냄새에 섞인 음란한 냄새.


그리고 셔츠 한 장만 입고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로 소파 앞에 앉아 있는 윤재와 브리프를 허벅지까지 내리고 있는 수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뚝.




미처 다 삼키지 못한 하얀 정액이 윤재의 벌어진 입술에서 떨어졌다.


그것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아아악!”




새어머니의 비명이 귀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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