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태전 - 3장 삼간택

교태전 - 3장 삼간택

M 망가조아 0 2768

교태전 - 3장 삼간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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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장. 삼간택






“아이고, 꼴이 이게 뭔지. 어디서 드잡이질하고 온 것도 아니고.”




엉망이 된 수영의 꼴을 보며 주막의 주모가 혀를 찼다.




그런데 드잡이질하고 온 것이 맞아 수영은 살짝 속이 찔렸다.


오늘 궐에서 진짜 제대로 드잡이질했다. 제게 ‘저런 것’이라고 말한 양반 처녀의 멱살을 잡고 머리채를 쥐고 흔들어댄 것이다.


충분히 참을 수도 있었지만, 오늘은 정말 욱하는 감정이 불쑥 올라왔었다.


아마 쌓이고 쌓인 것이 터졌던 것일 수도 있다.




아닌 말로, 자신이 뭘 잘못했는가.




언제 왕비가 되고 싶다고 했던가?


아니다.


금혼령이 내려지고, 양반 처녀들은 전부 사주단자를 올리라는 말에 사주단자를 올렸을 뿐이다.


사주단자를 올리며 초간택에 들게 해달라고 빌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갑자기 덜컥 초간택에 든 것을 어쩌란 말인가.




초간택에 들고 나면 거부도 못 하는데, 그게 자신의 죄인가?


멀쩡히 잘살고 있는 사람을 어느 날 간택에 넣은 쪽이 잘못 아닌가?




오히려 자신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놈의 간택 때문에 사또의 딸에게 굽실거리며 옷을 빌려야 했고, 열흘이 넘는 길을 짚신이 닳도록 걸어와야만 했다.


쥐꼬리만 한 여비지만 그걸 마련하기 위해 먹을 양식을 포기하신 부모님이 계신다.


그 빌어먹을 초간택이 뭐라고 그 고생을 해서 왔는데, 입궐하는 첫날부터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에 조롱하는 눈빛들에 노골적으로 자신을 무시하던 왕대비에.




그것도 다 참았다.


재간택에 들면서 받았던 시선들도, 무시도 다 참았다.


아니, 참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참은 것이 아니라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었다.


자기도 모르게 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가 ‘저런 것’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터져버렸다.




아니, 누가 재간택에 뽑아 달라고 했냐고.


아니, 누가 삼간택에 들어가고 싶다고 사정하며 애걸복걸했냐고.


화풀이하려면 자신을 삼간택에 올린 왕대비에게 할 것이지, 왜 나한테 화풀이하냐고.




이 순간에도 혼자 한양에 보낸 딸을 걱정하느라 다리도 못 뻗고 있을 부모님의 소중한 딸인데, 자신도 그렇게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데 ‘저런 것’이란 말을 듣는 순간 인내심이 폭발했다. 


그리고 결국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런 짓을 했는데도 삼간택이 취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간택.




대체 자신을 돕고 있는 사람이 누굴까?




이건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도 자신을 도울만한 세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




주모가 준비해준 따뜻한 물에 몸을 씻고 정성을 담아 차려준 저녁 밥상까지 받은 후에 수영은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내일은 마지막, 삼간택의 날이다.


누가 자신을 돕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간택에서 뽑힐 일은 없다.




삼간택에서 뽑히면 왕비가 된다.


왕비라니.




왕비는 대단한 가문의 딸이 되는 것이다. 자신처럼 아무것도 없는 가난한 양반의 딸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저 삼간택에 들었다는 것으로 감지덕지해야 하지만 수영에게는 다른 고민이 생겼다.




‘어쩌지.’




불이 꺼진 방 안에서 이불을 덮고 누운 수영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삼간택에 들면 왕비가 되지 못해도 후궁은 되는 것으로 아는데? 나도 아는 걸 처녀가 모르고 있었어?’




저녁 밥상을 준비해주던 주모가 한 말이 계속 귀에 맴돌고 있다.




후궁.




삼간택에 드는 최종 세 명이 되면 왕비가 되지 못해도 나머지 두 명은 후궁이 된다고 했다.


궁녀 정도만 되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고 운이라는 사내에게 꼭 궁녀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후궁이라니.




임금의 용안을 뵌 적은 없지만, 후궁이 된다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


후궁이 되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궁녀보다는 후궁이 낫겠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그 운이라는 사내 때문이다. 그 사내에게 이미 몸을 허락해버렸다.


절대 왕비가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그 사내에게 만지고 빨게 해주었다.




이미 그가 만지고 그 입이 물고 빨았는데 후궁이 되어도 되는 걸까?


그 사내는 궐 안의 군관인데 후궁이 되어 만나게 되면 그 사내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후궁은 곤란한데.’




불 꺼진 방 안에서 수영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래저래 고민 탓에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똑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수영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




“네, 저 아직 안 자고 있어요.”




주모라고 생각한 것이다.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주모가 뭘 잊고 간 것일까?


방에 불이 꺼졌는데 간식이라도 가져다주려는 것일까?




그때 방문이 열렸다.




“들어가도 된다고 했으니 들어가야지.”




문이 열리고 들어선 것은 주모가 아니라 그 사내, 운이었다.




“여, 여기는 어떻게.”




놀란 수영이 이불을 와락 끌어당겨 벽 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방 안으로 들어선 사내가 픽 웃으며 그런 수영의 앞으로 다가와 앉았다.


궐 안에서는 용이 수놓아진 무관의 복장을 하고 있던 사내가 지금은 선비처럼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있었다.


그런데 이 모습도 퍽 잘 어울렸다.


야밤에 갑자기 찾아온 사내 때문에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당황하는 와중에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갓 쓴 모습도 잘생겼구나.’




어제 궐 안에서 처음 보고 오늘 두 번째로 보는 것인데, 어제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내, 참 잘난 인물이다.




‘여긴 어떻게 알았을까? 역시 주모에게 돈을 주고, 내 옷과 당혜를 주고 간 것도 이 사내일까?’




이렇게 찾아올 정도라면 주모에게 돈을 줬다는 젊은 사내가 바로 이 사람일 것이다.




“오늘 머리채를 잡고 싸웠다지?”




사내가 대뜸 꺼내는 말에 수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역시 궐 안에 소문이 퍼진 것이다.




“그게.”


“직접 보지 못한 것이 한이다. 그래, 이겼겠지?”


“.”




수영이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잘했다. 그래, 싸움을 시작하면 이겨야지. 그리고, 삼간택에 올랐다지?”


“네.  저도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삼간택에 오르면 왕비가 되지 못해도 후궁이 될 수는 있지.”


“하지만 후궁이 될 수 없는 몸이라서,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후궁이 될 수 없는 몸?”




운이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다.




“왜 후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냐?”


“그야 그것이, 그게.”




수영이 말을 더듬었다.


제 입으로 ‘그쪽하고 그런 짓을 해서 그렇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를 잊지 못하겠더냐?”




그 말에 수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저런. 나와 한 것이 좋았나 보다.”




아니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건, 좋았다.


망측하긴 하지만 이 사내가 제게 한 것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후궁이 되고 나면 이제 주상께서 네게 그런 짓을 하실 터인데.”




사내가 수영에게 바짝 얼굴을 들이댔다.




“주상이 너를 만져도 내게 들려준 것처럼 그렇게 교성을 지르겠지?”


“아니, 그게 아니라.”




“내일이면 왕비가 아니더라도 후궁이 되실 몸이니 내게 오늘밖에는 시간이 없는 건가?”


“네?”




“따지고 보면 네가 삼간택에 오르게 된 것이 내 덕분이라는 것을 아느냐? 네가 오늘 입궐할 때 입고 들어온 의복과 신고 들어간 당혜를 내가 준비해주지 않았으면 네가 삼간택에 들었겠느냐.”




그건 맞는 말이다.


어제처럼 노란 저고리와 다홍치마에 짚신을 신고 들어갔다면 아마 삼간택에는 절대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옷에 당혜를 신고 들어갔다고 해서 삼간택에 들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오늘이 너와 나의 마지막 밤인데, 오늘도 만지게 해주지 않겠느냐? 후궁이 될 몸이니 끝까지 가지는 않겠다고 약속하마.”


“그것이.”




수영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래도 되는 걸까?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




‘후궁이 되지 않겠다고 우기면 어떻게 되는 걸까.’




그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후궁이 되면 정말 이 사내와는 더는 만나지 못하는 거겠지? 궁녀와는 다른 거니까.’




후궁이 외간 사내를 만나는 것을 들키면 목이 달아나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 자신도 이 사내도 죽고 집안도 전부 멸문지화? 그 정도는 당하지 않을까?




“저어.”




수영이 용기를 내어 말했다.




“삼간택에 들어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삼간택에 들지 않아? 왜? 후궁이 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냐? 설마 나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정곡을 찔렸다.




“저런. 첫눈에 내게 반했나 보구나.”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 첫눈에 반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제 처음 만나고 처음 만나서 그런 망측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어제 밤새 생각이 났었다.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오늘 입궐하면서도 혹시 먼발치에서 스치며 얼굴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두리번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이 사내를 보지 못해서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아쉬웠다.




만약 궐에서 이 사내를 잠깐이라도 봤다면 그렇게까지 화가 나서 머리채까지 잡아가며 싸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조금 전 이 사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지만,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귀가 화끈거리고 가슴이 간질거린다.




“후궁이 되지 않는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하지.”


“정말 그런 방법이 있나요?”




뜻밖의 말에 수영이 눈을 크게 떴다.


후궁이 되지 않을 방법이라니.




“후궁이 되지 않고 내 여자가 되어서 나와 살 방법이 딱 하나가 있다면, 그걸 해보겠느냐?”




후궁이 되지 않고 이 사내의 여자가 되는 방법?


정말 그런 것이 있을까?


삼간택에 올랐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걸까?




“나는 궐 안에서 꽤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입장이라서. 네가 나를 바라고 원한다고 하면 나도 너를 위해서 그렇게 해줄 수 있다는 거다. 자, 말해보아라. 후궁이 되는 것보다 내 여자가 되겠느냐?”




이 사내의 여자.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다.


최 진사댁 막내아들의 혼담은 거절했지만, 이 사내의 제안은 거절하지 못했던 것은 아마 이 사내를 처음 본 그때부터 이 사내가 눈 안에, 마음 안에 확 들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비록 상황이 그런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오줌을 누다가 딱 걸린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두근거렸었고,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 생각했다.”




사내가 다정하게 웃으며 수영의 뺨을 손바닥으로 쓸어 올렸다.


그 투박한 손이 뺨에 닿자 수영의 얼굴이 화르르 달아오르며 심장이 미친 것처럼 뛰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심장이 가슴을 뚫고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어질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였다.




“임수영.”




그녀의 이름을 속삭이는 사내의 얼굴이 그녀의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내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뜨겁고 끈적이는 혀가 제 입안으로 파고들어 오자 수영이 눈을 질끈 감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흐읍…… 읍.”




그녀의 입안에서 사내의 혀가 그녀의 잇새를 더듬으며 여기저기를 훑었다.


가쁜 숨을 전부 탐하며 사내의 혀가 그녀의 입안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와 그녀의 혀를 얽었다.




“하읍…… 읍.”




제 입술을 탐해오는 사내에게 숨결을 빼앗기며 수영이 아찔함을 느꼈다.


벽에 바짝 기대어 앉아 있던 제 몸이 사내에 의해 이부자리 위로 눕혀지는 것도 몰랐다.


이불 위에 눕혀진 채로 제 위에 올라탄 사내가 제 옷고름을 풀고 제 치마와 속바지를 벗기는 것도 수영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읍.”




여전히 입술을 탐하던 사내의 손이 그녀의 젖가슴을 덮었다.


흰 젖가슴이 사내의 손안에서 짓뭉개졌다.


속저고리가 전부 벗겨진 채로 가슴을 드러낸 수영이 사내가 입술을 놓아주자 그제야 가쁜 숨을 헐떡였다.




“하읏!”




고개를 젖힌 채로 가쁘게 숨을 헐떡이는 수영의 젖가슴을 사내의 손이 움켜쥐고 비틀었다.




“으응!”




열기가 가득 담긴 수영의 입술이 벌어지며 교성이 새었다.




“아!”




사내의 손에 덮여 있던 가슴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하읏! 아!”




사내의 혀가 그녀의 젖꼭지를 혀로 굴렸다.


혀끝으로 유륜을 굴리고 젖꼭지를 입안에 넣고 단단한 이로 잘근거리자 수영의 허리가 들썩였다.


사내가 만진 것도 아닌데 가랑이 사이에 축축하게 습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사내의 손이 파고들었다.




“다리를 좀 벌려보아라.”




사내의 속삭임에 수영이 홀린 것처럼 다리를 벌렸다.




“아! 하읏! 아, 아아!”




한 손으로 젖가슴을 그러쥐고 혀끝으로 굴리면서 손으로 가랑이 사이를 더듬는 사내의 손길에 수영이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교성을 흘렸다.




전신이 욱신거렸다.


열기가 몸의 이곳저곳에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그녀의 젖가슴을 빨던 사내의 입술이 아래로 미끄러지며 그녀의 배꼽을 스쳤다.




“거, 거기는!”




순간 수영은 무척 당황했다.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간 사내의 입술이 그녀의 둔덕을 지나 가랑이 사이에 닿았기 때문이다.


두 손으로 그녀의 가랑이를 잡아 벌린 사내가 그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앗!”




습하고 더운 숨결이 그녀의 중심에 번졌다.


지금 제게 닿은 것이 사내의 혀라는 것을 깨달은 수영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윽! 아!”




사내의 혀가 제 틈새를 핥을 때마다 질척질척 젖은 소리가 울렸다.


그 젖은 혀가 틈새를 파고 들어올 때마다 그녀의 가랑이가 뜨겁게 울렸다.




“하읏! 아아아!”




아찔한 희열이 수영을 뒤덮었다. 사내의 혀가 안을 후빌 때마다 안쪽에서 진득한 것이 흘러내렸다.


사내가 그것을 빨아 마시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그것이 수영의 흥분을 더 거세게 부추겼다.


더 깊숙한 곳으로 혀를 찔러대는 사내를 향해 허리를 들며 수영이 정신없이 숨을 헐떡였다.




“아!”




혀로 열어놓은 틈새 안으로 사내의 손가락이 찔러 들어왔다.


활짝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잔뜩 벌어진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찔러 넣은 사내가 그것을 휘저었다.


두 개의 손가락을 찔러 넣고 휘젓자 물소리가 철벅철벅 울렸다.


사내의 손가락이 드나들 때마다 음란한 물이 수영의 회음부를 타고 흘러내렸다.




찔꺽찔꺽 소리를 내가며 수영의 안을 손가락으로 거침없이 찔러대던 사내가 흠뻑 젖은 계곡에서 손을 빼냈다.


그녀의 음부는 진득한 열기를 피워내며 흐물흐물 녹아 있었다.






“이건 초야를 위해 남겨두려고 했는데.”


사내가 중얼거리며 갓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가 제 위에서 도포를 벗고 바지 끈을 푸는 것을 수영이 열기가 잔뜩 달아올라 흐릿해진 눈으로 쳐다봤다.




그녀의 흐릿한 시야에 사내의 벗은 몸이 들어왔다.


우람하고 듬직한 몸이었다.


벗은 몸이 어쩌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런 순간에도 수영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속눈썹만 야한 사내가 아니다.


벗은 몸도 야한 사내였다.


단단한 가슴에 군살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복부에, 그 아래의 하체는 말할 것도 없었다.




수북한 음모 아래에 저를 향해 꼿꼿하게 서 있는 그 단단해 보이는 살덩어리가 수영의 눈을 점령했다.


사내는 그가 들고 다니던 칼처럼 길고 굵은 것을 하체에 달고 있었다.




“잔뜩 젖었으니 들어가겠지.”




사내가 수영의 위로 몸을 겹쳤다.


그녀의 허벅지를 꽉 잡아 벌린 사내가 다리와 함께 벌어진 그녀의 입구에 그 단단한 것의 끝을 가져다댔다.




“아!”




단단하고 뜨거운 것이 제 입구에 닿자 수영이 숨을 들이마셨다.


굵은 것이 그녀의 살점을 벌리고 안으로 들어서려고 했다. 조금 전에 봤던 그 길고 굵은 것이다.


그 끝이 그녀의 입구를 벌리며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하윽!”




처음 경험하는 압박감에 수영이 숨을 헐떡였다. 그건 사내의 혀나 손가락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힘을 좀 빼주면 안 될까?”




그녀의 위에서 사내가 미간을 찡그린 채로 속삭였다.




“가뜩이나 좁은데 들어갈 수가 없잖아.”




하지만 힘을 빼라고 해도 그게 마음대로 빼지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힘을 빼거라.”




사내의 속삭임에 수영이 애써 숨을 내쉬며 몸에서 힘을 빼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사내의 음경은 조금씩 더 그녀의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다.


수영의 얼굴이 점점 더 달아올랐다.




“아아아아!”




마침내 사내의 음경이 몸 안으로 전부 들어서는 순간 수영이 크게 비명을 질렀다. 


깊숙한 곳까지 찔러 들어온 사내의 음경 때문에 그녀의 안이 버겁게 가득 찼다.


압박감에 아랫배가 불룩해지는 것 같았다.


사내가 몸 안을 가득 채운 음경을 뽑아내더니 다시 푹 찔러 박았다.




“아!”


사내의 음경이 몸을 찔러


오자 수영이 숨을 헐떡이며 사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 수영의 두 팔 안으로 사내가 몸을 기울였다.




제게 몸을 기울인 사내의 목을 끌어안고 수영이 정신없이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녀를 끌어안고 사내가 허리를 움직였다.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그녀의 안으로 음경을 쑤셔박았다.


그의 음경이 내벽을 긁으며 파고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때마다 수영이 교성을 질렀다.


몸이 부서지는 것 같았지만 쾌감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하읏! 아! 아, 읍!”




정신없이 숨을 헐떡이는 그녀의 입술을 사내가 틀어막았다.


입술이 맞물리며 사내의 혀가 그녀의 입안을 휘저었다.


혀가 얽히며 젖은 소리가 입안에서 울렸고, 사내의 음경이 드나드는 아래쪽에서 젖은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음란하게 울렸다.




사내의 허리 짓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그때마다 수영의 몸이 사내의 아래에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어진 아랫도리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사내가 그녀의 입술을 꽉 물어뜯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몸 안에서 뜨거운 것이 터졌다.


깊숙한 곳에 사내의 음경이 뜨거운 것을 쏟아낸 것이다.




그 움직임이 일순 멈추고 몸 안에 뜨거운 것이 왈칵 왈칵 쏟아지더니 사내가 천천히 음경을 뺐다.


그러자 그 길을 따라 흘러내린 젖은 것이 그녀의 엉덩이를 적셨다.




“하아…… 하아.”




맞물려 있던 입술이 떨어지며 수영이 가쁘게 숨을 헐떡이면서 제 위에 있는 사내를 쳐다봤다.


사내 역시 그녀처럼 거친 숨을 흘리고 있었다.


여전히 겹쳐져 있는 사내의 살결은 뜨거웠고, 그녀의 살결 역시 뜨거웠다.




“아무 걱정 말고 삼간택에 참여하거라.”




갓을 고쳐 매며 사내가 잔잔하게 웃었다.




속저고리의 고름을 맨 수영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다듬으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조금 전에 수영은 이 사내와 정을 나누었다. 그 정이 제 몸 안에 가득 퍼진 것을 그녀도 느꼈다.




“절대로 후궁 따위가 되지 않게 할 것이니 너는 아무것도 염려할 것이 없다.”




“네.”




이상하게 사내의 말은 듬직하게 믿어졌다.




이 사내가 얼마나 높은 지위인지는 모르겠지만 후궁이 되지 않게 해주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수영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사내가 하는 말은 이상하게 전부 그렇게 될 것처럼 믿어졌다.


이상할 정도로 믿음이 가는 사내다.


이런 것을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것일까.


처음 보는 순간부터 무섭지 않은 사내였다.


무서울 법도 한 상황인데 전혀 무섭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지금도 그렇다.


말도 되지 않는 것을 약속하는데도 그 말이 되지 않는 것이 믿어진다.




“임수영.”




갓을 쓴 사내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한양에 잘 왔다.”




그 말은 꼭 간택에 잘 참석했다고, 궐에 들어와서 그를 만나준 것이 고맙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수영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열흘 길을 걸어서 한양에 오기를 잘했다.


조롱하는 시선들을 견디며 궐 안에, 간택장에 들어서기를 참 잘했다.


이 사내를 만난 것도 참 잘했다.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었다.




“내일은 싸우지 말거라.”




마지막으로 농담을 던지며 사내가 방문을 나섰다.




사내가 방문을 나서고 문이 닫히자 수영이 흐트러진 이불을 손으로 만졌다.


이불에는 아직 조금 전 사내와 정을 나누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내의 온기가 남은 곳에 털썩 누운 수영이 베개를 품에 안고 뒹굴었다.


무척이나 행복한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가득했다.






“잘 처리했느냐?”




방문을 나선 운이 마당에 서 있는 이영과 이현을 바라보며 픽 웃었다.


두 운검의 주위에는 복면을 쓴 자객들이 잔뜩 쓰러져 있었다. 수영을 노리고 온 자들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을까.”




운이 쓰러진 자객들을 발끝으로 툭툭 건드리며 중얼거렸다.




이건 왕대비 최후의 발악이다.


그걸 운도 알고 있다.


아마 마지막 최종 간택이 이뤄지는 내일까지 끊임없이 수영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수영이 삼간택에서 왕비로 결정되고 교태전의 주인이 되는 순간 십수 년을 이어온 왕대비의 권력은 끝이 난다.


세자빈을 제 사람으로 들이고, 왕비까지 제 사람으로 들여서 끝내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왕대비의 세상은 끝이 나고 운은 아무런 힘을 들이지 않고도 그것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가장 좋은 결말이다.




왕비가 교태전에 들어앉음으로서 내명부의 권력을 되찾아오면 운도 신경 쓸 일이 줄어든다.


괜히 제 손으로 왕대비를 밀어내어 두 동생에게 미안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좋다.


이제 자연적인 흐름으로 왕대비는 뒷방 늙은이가 될 뿐이다. 이빨 빠진 호랑이 말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수영이 내일 삼간택에 무사히 들어야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까지 경계를 늦추지 마라.”


“네, 전하.”




운이 이현을 데리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뒤에 남은 이영이 쓰러진 자들을 마당 울타리 밖으로 하나씩 내던졌다.


괜히 누가 보면 소란이 일어날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좋은 거겠지?”




기절한 자객들을 울타리 밖으로 내던지며 이영이 중얼거렸다.




이영은 쌍둥이 동생 이현과 함께 수영을 노리고 온 자객들을 처리하면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신음 소리를 전부 들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임금이 무슨 생각인가 했는데, 그 격정적인 신음 소리를 들으면서 운이 정말 저 처녀를 마음에 들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은 몇 년 전에 잃은 세자빈과도 동침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임금으로 즉위한 후에도 어떤 궁녀도 침전에 들인 적이 없다. 궐 안에는 무수하게 많은 궁녀들이 있지만 말이다.




미모를 뽐내며 임금의 승은을 받을 기회만을 노리며 교태를 흘리는 궁녀들도 많았지만, 운이 한 번이라도 그 궁녀들에게 눈길을 준 적이 있던가.


사람들의 시선을 홀리는 외모에 남다른 체격, 그리고 목욕 시중을 들며 운의 하체가 얼마나 늠름한지도 이영은 알고 있다.


그렇게 늠름한 물건을 가지고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상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다 짝이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이제 남은 일은 저 처녀가 삼간택 장에 들어갈 때까지 자신이 그녀를 지키는 일이다.


머리카락 하나 상하지 않게 무사히 그녀를 궐 안으로 들여보내면 자신의 임무는 끝난다.




“밤이 길겠군.”




아직 새벽이 오려면 멀었다.


그런데 벌써 자객으로 보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운의 말대로 왕대비는 이 밤, 끊임없이 자객을 보내올 것이다.


이 밤이 마지막 밤이니 말이다.






간택의 최종 과정.




마지막 삼간택에는 단 세 명의 처녀가 올라왔다.


수영은 삼간택에서 왕비 후보를 심사하는 것은 초간택이나 재간택과는 다르다고 들었다.


재간택까지는 왕대비와 옹주들이 심사에 참여했지만 삼간택은 왕대비와 삼정승, 


그리고 임금이 직접 심사를 한다고 대비전으로 향하던 도중 궁녀가 귀띔해줬다.




수영을 대하는 궁녀의 태도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던 것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었지만 오늘은 어제와는 다르게 살갑게 대해주는 것이 수영은 영 이상했다.




어제 머리채를 잡고 싸워서 오늘 잘해주는 걸까? 아니면 후궁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잘 해주는 걸까.




‘후궁.’




운은 절대로 후궁이 되지 않게 해주겠다고 했다.




오늘 심사에는 임금 앞에 앉게 된다.


임금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긴장이 되어 손발이 떨렸다.




‘오늘도 걸어서 돌아온 것이냐?’




어제 운은 그렇게 물었었다.




‘재간택에 통과해서 삼간택에 올라가는 처녀에게는 궐에서 가마를 내리게 되어 있는데, 그 가마를 타지 못했다는 것이냐?’




그런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삼간택에 오르는 처녀에게는 특별히 가마를 내려주고 집까지 호위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것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지?’




호위?




혼자서 걸어 주막에 돌아왔다.




‘삼간택에 입고 들어올 의복도 내어주는데 너는 그것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지?’




운이 말한 것은 전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삼간택에 오르는 처녀에게는 당연히 해준다는 것들을 수영은 전혀 받지 못했다. 이건 명백한 차별이다.


자신이 왜 그런 차별을 받는 건지 수영도 안다. 


집안이 가난하고 부친이 보잘것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너무 싫다.


그렇게 잘난 사람만 뽑을 생각이라면 애초에 자신을 초간택에도 넣지 말았어야 했다.




“들어가시지요.”




대비전의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처녀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두 명의 처녀는 무척이나 화려한 옷을 입었지만 수영은 어제 입었던 옷을 다시 입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왕비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왕비가 될 생각도 없고 후궁조차 되지 않을 것이니 굳이 잘 보일 이유가 없다.




고개를 숙이고 얌전히 안으로 들어선 수영이 처녀들의 가장 오른쪽 끝에 앉았다.


방 안의 공기는 재간택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게 무거웠다.


수영의 바로 옆에 삼정승이 앉아 그녀를 쳐다봤다. 그 시선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겠지?’




삼정승이라면 영의정, 좌의정, 그리고 우의정이다.


그런 자들의 눈에 자신이 곱게 보이겠는가.


대비가 첫 번째 처녀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는 동안 수영이 살며시 시선을 옆으로 돌려봤다.




‘헉.’




그때 수영의 시선이 그녀의 옆에 앉은 정승과 딱 마주쳤다.




‘뭐, 뭐지?’




그런데 자신을 쳐다보는 노정승의 눈빛이 여간 부드러운 것이 아니다.


마치 손녀딸을 보듯이 자신을 그윽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정승의 눈빛에 수영은 당황해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




‘뭐지? 왜 저렇게 자상하게 쳐다보지?’




초간택과 재간택에서 수영은 내내 자신에게 보내는 불편한 시선에 노출되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삼간택에서 정승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너무 따뜻해서 놀란 것이다.


분위기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때였다.




“임수영.”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수영이 얼른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 목소리, 어디서 들은 목소리다.


고개를 들어 저를 부른 임금의 용안을 보는 순간 수영이 까무러칠 뻔했다.


왕대비의 곁에 앉은 사내는 다름 아닌 운이었다.




‘어? 어? 어?’




수영이 놀라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붉은 곤룡포를 입고 머리에 익선관을 쓴 사내는 틀림없이 운이었다.


당황해서 흔들리는 수영을 쳐다보며 운이 피식 웃었다.




‘저, 저, 전하?’




수영이 아직도 제가 보고 있는 것을 믿지 못했다.




운이 임금이었다니.


임금이 아닌데 곤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쓰고 저기에 앉아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래서…… 재간택에도 오르고…… 삼간택에도 오르고…… 그랬었나?’




솔직히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자신이 재간택에 오르고 삼간택에 오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운이 임금이었기 때문이다.


교태전의 아미산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아마 운은 자신을 삼간택까지 올리려고 작정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왜? 나한테 첫눈에 반해서?’




설마 자신이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에 반해서?




그럴 리가.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엄청나게 미인이라서?




그것도 아니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운이 자신에게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까지 했다는 것 정도는 안다.


물론 수영도 운이 좋다. 그렇지 않았으면 어젯밤 그렇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마 후궁이 되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이.’




수영은 갑자기 무서워졌다.


어제 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예삿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후궁이 되지 않게 해주겠다는 말이 설마 왕비가 되게 해주겠다는 뜻이었다면.




‘헉.’




왕비?


왕비?




자신이 어떻게 왕비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왕비는, 왕비라는 것은…… 왕비는.




그녀가 당황해서 눈동자만 흔들리고 있을 때였다.




“임수영에게 묻겠다. 임수영은 왕비에게 가장 우선되는 덕목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네?”




수영이 얼떨결에 되묻자 옆에 앉았던 정승 한 명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헉. 나 지금 엄청 바보 같은 반응을 보인 걸까?’




그러나 영의정 권순효가 웃은 것은 수영이 바보 같아서가 아니라 귀여웠기 때문이다.




권순효에게도 손녀딸이 있는데, 꼭 수영 나이 또래다.


하지만 이번 간택에는 들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봄에 이미 시집을 보냈기 때문이다.




영의정 권순효는 임금의 편이다.


임금이 세자이던 시절부터 권순효는 항상 임금의 편이었고, 세자가 임금에 된 후에 우의정에서 영의정으로 승차를 했다.




지금 조정의 삼정승, 영의정과 좌의정, 그리고 우의정은 전부 임금의 편이다.


임금 운은 무척이나 똑똑하고, 또 조정에서 신하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세자 시절부터 현명한 행보를 보여 신하들은 일찌감치 그를 따르기로 마음먹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뒤를 봐줄 외척도 없는 세자가 왕대비의 세력을 이기고 보위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




왕대비가 두 명의 대군을 낳고 선왕에게 끊임없이 그녀가 낳은 대군으로 세자를 다시 책봉해달라고 조른 탓에 선왕은 몇 번이나 세자를 폐위시키고 어린 대군으로 세자를 삼으려고 했었다.


그걸 끝까지 막아선 것은 당시 조정의 대신들이었다.


그런 법은 없다며 대신들이 선왕의 뜻에 반대하며 세자를 지켰던 것은 세자의 인품이나 능력이 출중해서였다.




결국 지금의 임금은 스스로의 역량으로 대신들을 제 편으로 만들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걸 모르고 아직 포기를 못하는 이는 왕대비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왕비를 고르는 간택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왕대비다.


이 간택이 진행되기 전 왕대비가 제가 고른 처녀들로 후보들을 엄선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다.




임금의 힘이 워낙 강력하니 왕대비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왕비를 제 사람으로 만들어서 그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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