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의 머나먼 여정 24 (1부 완결)
아내와 나의 머나먼 여정 24 (1부 완결)
누군가가 한바 문을 두드리며 들어서는 기척에 어렴풋이 잠에서 깨었다.
간밤에 쏟아진 폭우로 말미암아 공사판 인부들은 나오지 않을 텐데..
어깨와 등허리 상처로 인해 엎어져 잠들어 있었던 나는 천천히 눈꺼풀을 밀어 올렸고, 순간 내 눈에는 순백색의 하이힐 여자 구두에 이어 정교하게 짜인 커피색 스타킹에 감싸진 종아리가 마치 꿈처럼 보였다.
"지난밤에 재수가 없더니 대낮에 개꿈을 다 꾸네."
종아리가 너무 날씬하다고 느끼며 고개를 조금씩 올라가는 내 눈에 무릎의 정강이뼈가 보이고 작은 꽃무늬가 새겨진 원피스 끝단이 보였다.
"뭐니? 여태 자고 있었어?"
"어? 누님."
중간 음색의 소프라노가 귀에 익다고 생각한 나는 그제야 다리를 따라 시선을 긋고 있던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들었다.
이화 누님이 설핏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내 머리맡에 서 있었다.
"어떻게 누님이 여길."
"옷이나 입어"
여기저기 덕지덕지 약을 바른 몸을 일으킨 나는 그제야 팬티차림인 걸 알았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것처럼 내 아랫도리는 벌떡 일어나 기상나팔을 불고 있었고.
"그 버릇은 여전하네. 여자들 다리 유심히 살피는 거?"
"누님도 참. 내가 언제, 그냥 보였으니까 본 건데."
갈색 머릿결은 부드럽게 끝부분이 웨이브 되어있고, 반듯한 이마와 오뚝한 콧날, 밝은 오렌지색 루주에 립글로스를 덧발라 촉촉한 입술, 그 밑으로 자그맣게 박힌 까만 점, S라인 몸매를 자랑하듯 착 달라붙는 투피스의 관능미.
더군다나 치마의 옆 슬롯은 살짝만 움직여도 허벅지 깊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버릴 것처럼 유혹적인 누님의 차림새.
바지를 꿰입는 나는 뜨거운 열기가 후끈, 등뼈를 따라 머리끝까지 뻗쳐오름을 느껴야 했다.
한복을 입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 이화 누님의 완숙한 아름다운 그림자는 나의 두 눈을 다시 한번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렸다.
웬일이지?
늘 느껴왔지만 서늘하리만치 냉정한 누님 목소리가 오늘은 포근하고 아늑하게 들리네. 그리고 묘한 그 눈빛은 또 뭐야? 한동안 굶고 지낸 놈이 착각하겠구먼!
"내 얼굴에 뭐가 묻었어? 왜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니?"
"아, 아냐. 그, 그냥 누님 모습이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보여서."
"싱겁기는, 그새 꼴이 말이 아니구나. 자미정에서 누날 죽일 듯이 윽박지르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출장 보냈니? 그래, 밥은 굶지 않고?"
"...요즘은 좀 그래."
"얼굴이랑 몸은 또 왜 그러니? 은혜 이모랑 약속하고선 그새 또 싸웠어? 누구랑?"
"싸우긴 누가. 나 이제 그런 거는 잊고 살아. 어제저녁에 약간 문제 생긴 일이 있긴 했지만 뭐, 일방적으로 맞아줬지."
"이리 봐 봐...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명색이 사내자식이 이게 뭐니? 작은 상처도 아닌 것 같은데 맞고나 다니고..쯧쯧!"
나 참, 언젠가는 건달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비아냥거리더니, 이제는 내가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그 일을 두고 퉁을 다 준다.
내심 툴툴거리면서도 내 기분은 붕붕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부드러운 손길을 내미는 누님의 자태는 마치 미시족 패션모델을 보는 듯 우아하다.
누군가의 작품으로 보이는 단아한 디자인의 수츠, 재킷 안으로 끝단에 레이스가 처리된 하얀 블라우스 윗단추가 대담하게 풀어져 있어서 누님이 살짝 상체를 숙인 그 순간, 골 깊은 V자의 앞가슴이 보일락 말락 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스르르 눈을 감은 채 누님의 그 보드라운 손길을 온몸으로 느껴갔다.
"근처에 어디 음식 잘하는 데 없니? 누난 배고프다."
"어젯밤에 또 술 많이 마셨구나. 왜? 요즘도 그 작자가 속 썩여?"
"아냐. 그런 거는. 비 오는 날은 분위기가 고즈넉해서 자미정의 운치를 즐기려는 손님들이 가끔 오는데, 어제는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더라."
"그럼..설향 누나도 요즘 일 안 한다면서? 누님 혼자 청승맞게 자작했구나?"
"아니라니까. 얘는. 얼른 일어나기나 해!"
"조금만 더. 응? 누님 손 정말 보드랍고 따듯하다. 아픈 데가 싹 났네. 그냥."
여태껏 겉으로는 늘 쌀쌀맞게 나를 대해왔지만, 그 누구보다도 잔정이 많은 이화 누님. 사람의 인연은 절대 인위적으로 함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누님을 뒤따라 한바를 나왔다.
따스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는 햇살,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푸르른 하늘은 물구나무를 서서 발을 담그면 풍덩 빠져버릴 것 같았다
지난밤에 그렇게도 억수 같은 비를 퍼부었는데 너무나 맑은 하늘이다.
문득 큰길까지 데려다준 그 여자가 떠올랐으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발걸음을 옮겨야 할지 잠시 망설이던 나는 누님을 데리고 청요릿집으로 들어갔다
얼큰한 국물이 일품인 해물짬뽕과 탕수육, 그리고 술 한 병을 주문한 나는 주문한 음식들이 나올 동안 말끄러미 누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순애를 어깨에 둘러멨던 그날의 헤프닝은 누님의 해명으로 오해를 풀었다.
그날 민성기는 시온전자 합작사의 손님들을 자미정에서 접대했고, 순애는 그 접대연회에 참석은 했으나 손님들의 술 시중을 든 것이 아니라 은혜 이모에게서 배운 다례 시연을 선보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은혜 이모는 자신의 처소로 조용히 나를 불렀었다.
순애가 정성껏 끓여 내온 찻물이 다 식어갈 동안 이어지는 침묵.
언젠가 꼭 한번 본 적이 있었던 그 보석함.
손때가 묻고 귀퉁이가 닳고 닳은 낡은 상자 하나만 덩그러니 찻잔 사이에 놓여있고 은혜 이모는 물론, 나 역시 말 한마디 없이 다탁을 사이에 두고 대치만 하고 있었다.
침묵은 내가 골똘하는 그동안 내내 이어졌다.
"..세 가지를 약속할 수 있다면 순애 데리고 나가는 걸 허락하마."
"저기 저 아이만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게 그중 하나다. 그러니까 행여라도 다른 여자에게는 일체 한눈을 팔지 말라는 말이다"
"그리고?"
"두 번째 약속은 지금 하는 일에서 손을 씻으라는 것이다."
"손을 씻으라니. 그건, 그럼, 뭘 어떻게 해서 벌어 먹고살라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막노동하든, 신문 배달을 하든, 회사에 취직하든, 모든 생활을 너 혼자 힘으로 하라는 말이다."
나로서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을 은혜 이모는 열거하고 있었다.
혈기 왕성한 젊은 놈에게 여자를 멀리하라니?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을 접으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은혜 이모는 내가 수용할 수 없는 조건들을 내걸어 나에게 순애와의 관계를 청산하도록 종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분명 은혜 이모는 내가 공철주 형님 밑에서 빌붙어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그렇다면 조직에서 벗어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시지 않을 텐데. 나 참, 어이가 없다.
잠시 뜸을 들이며 내 표정을 살피던 은혜 이모는 세 번째 조건을 이야기하였다.
그것은 바로, 앞서 이야기한 두 가지 제안을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자미정과는 인연을 끊으라는 말씀이셨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조카와 의절하시겠다는 단호한 결단. 나는 은혜 이모의 그 의도가 무엇인지 그때는 알지를 못했다.
"이모. 이건 너무한 거 아냐?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들로 나를."
"왜? 이모가 무리한 요구를 한 거니? 뭐가 너무한데? 그래, 그만한 각오도 없이 제 동생이랑 나가서 살림 차릴 생각을 한 거야?"
"그, 그렇지만 갑자기 이러면.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이모!"
"물론, 당장 대답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그러나 선택은 네 몫이야."
"후! 한 마디로 뭐, 순애를 잊으라는 말이네. 나 참."
"순애. 너, 이리 가까이 오너라."
저만치 한 쪽에 떨어져 있던 순애는 잠자코 고개만 푹 수그리고 있다가 은혜 이모가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경기들인 얼굴로 나를 바라다본다.
순애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은혜 이모의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조심스럽게 무릎걸음으로 다가오는 순애.
다탁 위에 놓여있던 그 보석함의 뚜껑을 은혜 이모는 천천히 열었다.
불빛을 받아 휘황찬란한 반짝임을 드러내는 상자 속에는.
"자미정의 요즘 상황은 너희 모두 잘 알 테고,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일영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내가 줄 거라곤 이것밖에 없다."
".........?"
"..죽은 네 어미가 며느리 볼 때 전해주라고 했던, 당신이 누군가에게 받은 선물이다."
은혜 이모가 낡은 보석함에서 꺼낸 것은 한 쌍의 반지와 한눈에 봐도 값비싼 알이 박힌 목걸이였다.
"어. 엄마가 받은 선물? 그, 그렇다면 아버지?"
갑자기 내 목이 꽉! 막히며 두 손이, 아니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이 물건의 임자가 순애가 될지, 누가 될지는. 후유. 불쌍한 것!!"
은혜 이모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반지와 목걸이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나는 내 곁으로 다가와 앉아있는 순애를 천천히 돌아다보았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유품.
나는 무심결에 순애의 얼굴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었고, 머릿속은 텅 비어 하얗게 비어갔으나, 순애의 목에 목걸이를 채워주고 있었다.
그리고 고사리 같은 순애의 손을 끌어당겨 손가락 네 번째 약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운명인가? 희한하게도 그 반지는 순애의 약손가락에 꼭 맞았다. 마치 특별 주문해서 맞춤한 것처럼 말이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해? 음식 차려놓고 제사 지낼 거야?"
"어? 아냐, 아무것도."
누님의 퉁에 퍼뜩 정신이 돌아왔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해물짬뽕에서 알싸한 향기가 후각을 자극해오고, 먼저 두어 술 수저를 움직이던 누님은 뭔가가 생각난 듯 핸드백을 끌어당겼다.
"자, 이거 받아!"
"뭐야? 명함이잖아."
"그래, 가게에 서너 번 왔던 사람 명함이야. 무슨 전자 회사 부장이라는데 찾아가 봐."
"나 보고 공돌이 하라고?"
"하루하루 공사판에서 품팔이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 아냐. 그 꼴이 뭐니? 밤에 경비 일까지 하면 잠은 언제 자고? 또 순애랑 연애질은 어느 시간에 하니?"
"별걱정을 다 하신다. 순애도 아르바이트 다니다가 자그마한 회사에 취직할 거래."
"하긴. 생활력은 강할 거야. 고거 겉으로는 순둥이 같아도 계집애가 독한 구석이 있어."
가볍게 술잔을 서로 나누면서 다정한 남매처럼 음식을 먹는 모습이 참으로 정겹다.
청요릿집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구석진 방안에서 누님이랑 단둘이 앉아있다는 사실은 내게 묘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고 있다.
누님의 나이 서른다섯은 주민증에서나 존재할 뿐, 아직 이십 대 후반으로 보인다.
바깥에서 바라보는 누님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런 누님이 정석채 같은 작자 때문에 마음 상하는 것이 왠지 싫었다.
하얀 블라우스의 주름장식 부분에 음식 국물이 빨갛게 묻은 게 내 눈에 띈다. 나는 기회다 싶어 물수건을 집어 들고는 누님 곁으로 자리를 옮아앉았다.
"어? 이게 언제 묻었지?"
"가만 있어 봐. 자국 생기기 전에 내가 훔쳐줄께."
옷자락에 묻은 자국을 훔쳐내는 내 손끝에 누님의 젖가슴 윗부분이 슬쩍 닿았다.
맨살이 닿은 것도 아닌데 짜릿한 전기가 통하는 것 같다.
나는 슬그머니 가자미눈을 뜨면서 누님의 가슴골을 들여다본다.
굳게 닫힌 방문, 종업원은 손님이 부르지 않는 이상 오지는 않을 것이다.
"후~흡. 으음. 누님 냄새 정말 좋다. 엄마 젖 냄새가 이런 건가?"
"얘가. 갑자기 무슨?"
나는 누님의 모성 본능을 자극하면서 장난처럼 젖가슴에 코를 들이대는 동작을 취해보았다.
흠칫하면서도 몸을 확 추스르지 않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용인하는 것 같다.
조금 더 음흉한 손동작을 블라우스 위로 취해가는데, 얘가 징그럽게! 하면서 고개를 젖히며 내 손등을 탁! 때리려는 그 순간, 얼른 입술을 쭉 내밀며 가까이 가져가 다시 원위치하는 누님 얼굴을 향해 그야말로 기습적인 키스를 날렸다.
"아니. 얘가..흐읍 읍!!"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손을 움직이던 나는 갑자기 야수로 돌변했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둔 뱀처럼 눈빛을 날카롭게 세우면서 누님의 입술을 강하게 덮었다.
"가만있어. 블라우스 찢어지면 어떡하려고 그래."
"너. 이 자식. 이게 나한테..윽. 읍읍"
"나. 솔직히 누님이 너무."
"싫어, 이 나쁜 자식. 은혜를 원수로 갚으려고."
누님은 나를 밀쳐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나는 품 안에 들어온 작은 새의 날개를 접어 꺾은 채 입술을 눌렀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미안해, 나, 솔직히 누님이 처음 우리 자미정에 왔을 때부터 느꼈어. 첫사랑인지 뭔지, 그런 거는 잘 모르겠는데 나, 누님 생각하면서 딸도 많이 쳤다고."
"..너..너....읍..흡흡!!"
"그거 다 모으면 아마 이런 탕수육 수프 몇 그릇은 너끈히 끓여낼걸."
"이, 변태 날건달 자식이 누나를.."
산전수전, 기생전까지 다 치른 누님도 생각지도 못한 공간에서 믿고 있었던 내가 반강제적으로 자빠뜨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듯했다.
요란하게 저항하지는 못하고 널수록 해지는 누님, 사납던 기세가 잠시 수그러져 잠잠하다.
"놔 봐. 이 손...아파! ..키스도 더럽게 못 하는 자식이."
"그. 그거야 누님이 자꾸 반항하니까."
품 안에 잡힌 작은 새는 할딱거리며 쌕쌕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괜히 비싼 옷 찢어지면 어떡해. 응? 누님. 나중에 뭘 입어?"
내 손끝에는 누님의 치마 밑에 꼭꼭 숨어있던 한 조각 천의 질감이 느껴진다.
설향 누나에게서 배운 신기술을 이화 누님에게 써먹을 줄이야.
브래지어를 밀어 올리며 젖가슴을 점령한 내 손은 귓불에 입김을 불어 넣는 입술과 함께 자존심이 좆도섬 공알 바위처럼 높은 누님을 서서히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연약한 귓불을 잘근잘근 이빨로 깨물자 흑! 하는 단타성 신음을 토해내며 움찔한다.
성감대인 모양이었다.
나는 집중적으로 귓불을 공략하며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나갔다.
무슨 재질인지 하얀 블라우스는 너무나 매끄럽고 부드럽다
"..너. 앞으로 내 얼굴을 어떻게 보려고 이래. 제발. 응?"
"못 들었어. 아니, 누님 얘기 안들은 걸로 할래."
"그. 그럼, 너랑 이러는 거 순애가. 헉!"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누님의 귓불을 다시 한번 깨물며 젖무덤을 와락 움켜 쥐어 잡았을 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을 재빠르게 움직였다.
앙증맞은 무릎이 하얀 스타킹에 가려져 있지만 둥그런 부분이 약간 나오면서 뽀얀 살결이 넓어진 스타킹 올 사이로 내비친다.
탐스러운 허벅지가 보이기 시작하다 점점 엉덩이가 드러났다.
밖은 대낮. 아무리 실내라지만 부끄럽고 창피스러움에 어디 구석에 숨고만 싶어서일까, 누님의 얼굴은 빨갛다 못해 다 익은 홍시처럼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듯하다.
더운 땀이 목에 밴다. 얼굴을 외로 꼬고 고개를 젖힌 누님이 눈을 감는다.
"그래. 괜히 치마에 구김살지면 남들 보기 그렇잖아."
나는 별 괴상망측한 논리를 앞세우며 누님의 옷가지를 하나하나 벗겨내었다.
블라우스와 스커트가 벗겨지고. 들어 올려진 허벅지와 삼각지대는 폭이 좁은 미색 팬티가 부끄러운 듯 앙증맞게 비부(秘部) 위를 가리고 있다.
그리고 불룩하지 않은 아랫배를 따라 팬티와 세트인 듯 미색 브래지어가 아래로 밀려, 뽀얀 젖무덤이 갓 만들어낸 푸딩처럼 출렁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크. 겨드랑이."
움찔 놀란 누님은, 목 위로 들어 올려 내 손길을 저지하던 팔을 얼른 내린다.
아직 여름이 아닌 탓에 제모를 하지 않은 듯 제법 무성한 겨드랑이털.
"흐흐..설향 누나 말이 맞네. 겨드랑이털이 많으면 보털도 무성하다더니."
내 예상은 적중했다. 푹신한 풀밭을 연상시키는 누님의 삼각 둔덕.
누님의 팬티를 확! 벗겨버리듯 걷어내고 두툼하게 솟은 비너스의 언덕을 관찰했다.
"와우. 완전 밀림이네."
"너. 너. 아우~ 누, 누가 오면 어쩌려고.."
"누가 들어올까 그런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부르기 전에는 아무도 안 와."
잘 익은 토마토가 누님의 목 위에 걸려 있는 느낌이다.
나는 망설임 없이 화려한 꽃잎이 흐드러진 화원 속으로 얼굴을 묻어갔다.
수풀 속에 감춰진 꿀단지. 꿀통을 빨아대는 곰 새끼처럼 나는 혀를 길게 내밀었다.
달콤한 꿀을 가득 머금은 밑단지는 아직도 뚜껑 개봉을 거부하고 있다.
"호응 안 해주면 종업원 부르는 벨 누른다."
"아우! 이 변태. 날건달. 나쁜 놈."
내 머리를 밀쳐내던 누님의 손길이 이제는 되레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다.
열린 공간, 누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반강제적으로 자빠졌다는 묘한 자학. 그리고 한동안 잊고 지내왔던 남자의 살냄새.
자신의 부끄러운 밑단지가 남자 동생 입안에 사정없이 담겼다는 충격.
그 모든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듯 누님은 금세 벌겋게 달아오르며 꿀물을 흘려내었다.
나는 그 꿀물들을 쭐쭐 빨면서 한 손으로는 바지를 벗어 내렸다.
순간, 지난밤 그 충격적인 성폭행의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떠오른다. 여자의 뽀송뽀송한 하얀 허벅다리 사이로 거칠게 흔들리던 승냥이의 허리 짓!
나 역시 그들과 하나 다를 바 없는 야수의 몸짓을 하고 있다, 아이러니였다.
마냥, 세월아 네월아, 누님 보지만 빨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천천히 허리를 구부린 나는, 불끈! 가운데 다리를 쳐들었고, 이내 누님의 꿀단지 뚜껑을 푹! 찔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