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포효 13

욕망의 포효 13

M 망가조아 0 1165

욕망의 포효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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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야단맞을 짓을 하잖아.”




“뭐 어때서? 사람은 누구나 내 인생을 우선으로 하잖아. 난 안 그랬을까? 8년 전 윤효준이 날 버린 것이 아니라 내 앞에 돈 많고 멋진 남자가 나타났다면 난 어땠을까? 난 그 멋진 남자를 뿌리칠 수 있었을까?”




“뭐가 어째?”




“유부남으로 돌아온 게 아니고 이혼남으로 돌아왔어. 문제 될 거 없잖아. 아프게 한 만큼 더 잘하라고 하면 되잖아. 내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문제 될 거 없잖아.”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미친 소리를 그냥 지껄이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아 휘석이 입을 다물었다. 


희수의 인생이다.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지만, 진심으로 저런 생각을 하는 거라면 할 말이 없었다. 


무슨 말을 하든 잔소리가 될 테니 말이다.




“왜 아무 말 안 해?”




가만히 있는 휘석이 이상해서 희수가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진심이면 안 돼?”




“안 될 거 없어. 네 인생인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어?”




“화났구나?”




“내가 왜?”




“내가 바보 같은 소리해서.”




“바보 같은 소리 아니야. 네 말대로 이혼남으로 나타나서 널 책임지겠다고 마음을 다한다면 윤효준을 잡는다고 나무랄 생각 없어.”




희수는 휘석을 노려봤다. 자신의 인생에서 손을 떼겠다는 말로 들려 기분이 상했다. 


펄펄 뛰면서 지적하는 것이 휘석다운 행동이었다. 


괜히 진지해져서는 공자 말씀 같은 말을 하는 그는 휘석이 아니었다.




“왜 나무라지 않아? 정신 차리라고 혼내야지.”




“왜 그래야 하는데? 윤효준이 네 행복일 수도 있는데. 내가 네 행복을 막을 이유가 없잖아.”




“정말 그게 행복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힘들어하는 거 아니야? 마음과 머리가 따로 놀아서 말이야. 그럴 땐 마음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맞아.”




“너 왜 그래? 왜 진지해져서 그래? 내가 윤효준을 용서할 거 같아?”




휘석도 맥주캔 꼭지를 따고는 벌컥벌컥 마셨다. 단번에 술을 다 마시고 식탁에 탁 내려놓았다. 




어쩌면 윤효준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희수가 아니라 자신이었을까? 


희수에게 접근하는 남자가 있으면 전부 쫓아냈다. 왜 그랬을까? 


괜찮은 남자도 있었다. 




언젠가 희수를 여자로 사랑하는 건가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희수는 여자가 아니라 동생 같았다. 


나쁜 놈한테 상처받아서 절망에 빠져 힘들어할 때 곁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윤효준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분노가 치밀면서 한편으로는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 느낌도 들었다. 


희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어? 올 사람 없는데. 좀 나가봐.”




희수가 귀찮다는 듯이 말하자 휘석이 밖으로 나갔다. 희수는 맥주를 다 마시고 냉장고에서 캔을 꺼냈다. 


휘석이 들어오자 현관으로 고개를 돌린 희수는 깜짝 놀라서 스프링이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뭐야? 당신이 왜 여기에 왔어?”




효준을 본 희수의 눈빛이 흔들렸다.




“같이 있고 싶어서.”




“무, 무슨……. 넌 왜 데리고 들어와?”




“얘기 좀 하려고. 앉으세요. 한잔 중이었어요.”




“여전히 희수를 잘 챙기는군. 다른 사람이었다면 두 사람이 사귀는 줄 알겠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효준은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휘석을 대하는 효준의 말투가 편하게 바뀌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잘 아니까. 그 마음이 어떤지도 알고 있으니까.”




“원하는 것이 뭡니까?”




“행복? 하하하. 소름 돋는군.”




“나쁘지 않은 대답이네요. 한잔 받으세요.”




휘석은 잔에 맥주를 따라주었다. 휘석이 잔에 술을 따르려 하자 효준이 캔을 뺏어 잔을 채웠다. 




두 남자가 술을 마시는 걸 보고 희수는 어이가 없었다. 


휘석이 미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효준을 집에 들이고 건배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평소 휘석이면 효준에게 덤벼들었어야 했다. 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같이 있고 싶어서 와요? 누구 마음대로요? 돌아가요!”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없나?”




희수가 펄펄 뛰는데도 효준은 느긋하게 휘석에게 물었다.




“질문하는 거 대답해줄 겁니까?”




“궁금한 게 있을까? 희수한테 대충 들었을 것 같은데. 청음 대표이고, 이혼했고, 희수에게 돌아왔다는 게 포인트일 텐데.”




“왜 돌아왔습니까? 그토록 냉정하게 버리고 갔으면서요.”




“그건 자네에게 할 말이 아니지. 난 아직 희수에게 아무 말도 못 했어. 희수보다 자네가 우선일 수 없어.”




“뻔뻔하고 파렴치한 건 알고 있습니까?”




“인간은 누구나 그렇지 않나? 파렴치하지 않고 뻔뻔하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희수가 싫다고 하면 제가 전력을 다해 당신을 희수에게서 떨어뜨려 놓을 겁니다.”




“무슨 권리로? 자네가 그렇게까지 할 명분이 뭐냐고. 단지 친구란 이유로? 그래봤자, 자네도 희수의 인생에서 외부인일 뿐이야. 너무 나서는 건 오버하는 거라고.”




효준은 조금도 움츠러들지 않았다. 


어차피 계획했던 건 시작이 됐고, 시작한 이상 희수를 되찾을 생각이었다. 


그 누구도 자신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강희수라 할지라도 말이다.




“오버는 윤효준 씨가 하는 거 아닙니까?”




“난 자네가 희수에게서 떨어졌으면 해.”




“제가 신경 쓰입니까?”




“설마. 희수의 이미지를 위해서야. 나야, 자네와 희수가 친구 이상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르니까. 희수가 날 만나면서 다른 남자도 만난다는 소리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 다시는 청음으로 희수를 데리러 오지 마.”




“이 사람이 지금 뭐라고…….”




“키스는 나하고 해놓고, 위로는 저 친구에게 받겠다는 거야?”




난데없는 효준의 말에 희수도 휘석도 깜짝 놀랐다. 희수가 윤효준에게 끌리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눈치 챘지만, 벌써 키스까지 했다고 하니 믿기지 않았다.




“아니, 휘석아. 그건…….”




“그런 감정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거야? 내가 적나라하게 설명해줘?”




“당신, 뭐 하는 거예요?”




“나, 이만 가볼게.”




“휘석아.”




“다음에 보자.”




휘석은 이 자리에 있을 명분이 없음을 깨달았다. 친구라고 하지만, 더는 희수의 인생에 끼어들 이유가 없어졌다.


희수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영원할 테지만, 상대가 윤효준이라면 희수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윤효준 때문에 죽다 살았으면서 다시 윤효준을 사랑한다고 하면 희수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만큼 희수 편이었고, 희수를 지지했다. 


그런데 이 알 수 없는 배신감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휘석은 희수에게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집을 나갔다.




5




“당신 미쳤어요?”




희수가 앙칼진 목소리를 냈다.




“왜? 마음이 아파? 저 친구가 실망한 것 같아서? 하지만 키스한 건 사실이잖아. 저 친구도 당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거 알아야지. 아니다. 굳이 알 필요는 없지. 하지만 알게 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어.”




“왜요!”




“내 여자 옆에 붙어 있는 저 친구가 늘 신경에 거슬렸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날 적대시하고 증오해야 할 당신이 내게 끌리고 있음을 알게 됐으니 정신 차리겠지.”




“당신은 정말 최악이야!”




희수가 달려들어 때리자 가슴을 때리자 맞던 효준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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