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포효 35

욕망의 포효 35

M 망가조아 0 856

욕망의 포효 35 


7c3619d5c6f29575fb7ee8540e4f91b6_1712128705_0147.jpg
 

희수가 웃으며 재촉하자 하는 수 없이 서윤은 친구들에게 문자를 했다. 


모임 시간까지는 아직 멀어서 그쪽 장소에 취소 연락도 했다. 




휘석이 왜 이런 계획을 했는지 알 수 없어서 의아했다. 


사과하기 위해서 <청음>에서의 모임을 계획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청음>에서 나와 차에 오른 서윤은 휘석에게 전화를 했다. 


신호가 한참 울리는데도 그는 받지 않았다. 


일부러 피한다고 생각한 서윤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사실 휘석에게 호감을 느끼긴 했다. 그런데 성질을 지랄 같아서 호감을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거두겠다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잖은가. 


휘석에게 향하는 호감은 여전했으나 표현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마음이 쿵쿵거렸다. 


혹시 그 망할 인간 때문일까? 그 인간 앞에서 으쓱하게 해주려고? 장휘석이 왜? 그건 아닐 거다. 


그럼 장휘석이 날 좋아하나? 에이, 그것도 아닐 거다. 한 번도 호감을 내색한 적이 없는 휘석이었다. 


왜 이런 일을 벌여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지 못마땅했다. 


누군가에게 신세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서윤으로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




“와! 청음에서 모임을 다 해보고 이게 웬일이니?”




“오늘 무슨 날이야? 서윤아, 네가 웬일이니?”




“여기 분위기 너무 좋다. 대우받는 것 같은 이 기분 어쩔?”




“임서윤! 무슨 일이야? 회비도 안 내도 된다면서?”




남녀 친구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서윤은 난감했다. 그 망할 인간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쳐다보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여기 아는 분이 하는 곳이야. 모임 한 번 여기서 안 한다고 하셔서 여기서 하기로 한 거야.”




“그런데 회비는 왜 안 걷어?”




“그게 말이야. 그게 그냥…….”




“오늘은 제가 쏘는 겁니다.”




갑자기 휘석이 안으로 들어왔다. 


늘 캐주얼 차림이던 휘석이 양복을 차려입고, 머리에 힘을 주고 나타났다. 




평소에도 잘생긴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가꾼 모습은 더 환상이었다. 


게다가 느닷없이 나타나서 본인이 쏘겠다고 하니까 서윤은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서윤의 눈은 바로 그 망할 인간에게로 향했다. 휘석을 보는 눈빛도 곱지 않았다.




“누구세요?”




친구가 물었다.




“전 장휘석이라고 합니다. 임서윤 씨하고는 같이 일하는 동료이고요.”




“단지 동료세요?”




“네. 동료입니다. 친구들 모임 얘기를 들었어요. 제가 고마운 것도 있고, 또 사과해야 할 것도 있고 해서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겁니다. 서윤 씨가 이 자리에서 날 용서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머어머, 웬일이니?”




“임서윤! 꼭 용서해드려라.”




“너무 멋지시다. 혹시 서윤이가 사귀는 거예요?”




“아닙니다. 하지만 호감은 있어요.”




“하긴, 그런 마음이 있으니까 이런 자리까지 마련하셨겠지.”




“성함이 장휘석 씨라고요?”




“네.”




“혹시 사진작가 아니세요?”




“아! 절 아십니까?”




“어머어머, 정말 웬일이니? 제가 장휘석 작가님의 작품을 엄청 좋아해요. 전시회 열리면 꼭 가는 걸요.”




“아! 그러세요? 감사한데요. 다음엔 티켓을 보내드려야겠습니다.”




“정말이요? 그럼 너무 영광이죠? 인기 사진작가셔. 임서윤! 너, 아주 앙큼하다? 이런 분을 알면서 소개도 안 해주고. 응?”




여자 친구들은 호들갑 떠느라고 난리였고, 남자 친구들의 표정은 살짝 구겨졌다. 망할 인간은 똥 씹은 얼굴로 휘석과 서윤을 쏘아봤다.




“아! 또 보네요.”




휘석이 아는 척하자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어? 얘를 만났어요?”




“서윤 씨한테 대시하다가 차이셨죠, 아마?”




“네에?”




“야! 너 서윤이한테 또 들이댔어? 미쳤어?”




“네가 인간이냐?”




“서윤아. 흔들리는 거 아니지?”




“미쳤니? 저렇게 멋진 분이 호감을 느끼고 있다는데 서윤이가 왜 이런 바람둥이를 마음에 두겠어? 내 말이 맞지?”




친구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하자 서윤은 휘석에게 다가섰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왜 이래요? 사람 난처하게 구는 이유가 뭐예요?”




“난처하시라고요.”




“네?”




“별 뜻 없어요. 저 망나니 보란 듯이 임서윤 씨 면을 좀 세워주고 싶었어요.”




“당신이 왜요?”




“그러니까요. 나도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그러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과하는 마음도 진짜고요.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음식이 들어오고 친구들은 왁자지껄 떠들었다. 술도 마시면서 시간이 점차 흐르자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휘석도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처음에는 얼굴 찡그리던 남자 친구들도 휘석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분위기가 싫지만은 않은 서윤은 혼란스러웠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알 수 없어 바람을 쐬고 싶은 서윤이 룸을 나와 밖으로 나왔다. 


이미 해가 지고 어둠이 짙게 깔렸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그 망할 인간이 따라 나왔다.




“저 자식하고 무슨 관계야?”




“네가 무슨 상관이야?”




“말해. 나하고 만나면서 저 인간하고 그렇고 그랬던 거야? 저 인간도 네 배경 보고 달라붙는 거 아니야?”




“자기 이름 걸고 일하는 사람이야. 아까 애들이 하는 말 못 들었어? 인기 사진작가라고.”




“사람 욕심은 끝도 없는 거야. 저 인간 때문에 날 밀어냈던 거야?”




“그랬다면 왜? 내가 그 사람 좋아해. 그게 왜? 너하고 무슨 상관인데?”




“내가 이대로 물러날 것 같아? 저 자식이 남의 여자 꼬셨다고 인터넷에 뿌리면 저 자식은 끝장나는 거야.”




“정신 나갔어? 사람들이 다 너 같은 줄 알아? 너처럼 찌질한 인간이나 양다리 걸치지, 휘석 씨는 너와 수준이 다른 사람이야.”




서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찰싹 하는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뺨을 맞은 서윤이 손으로 뺨을 잡고 그 인간을 쏘아보는데 순식간에 퍼억 하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허억. 너, 이 자식…….”




“괜찮아요?”




휘석이 서윤을 보며 물었다.




“괘, 괜찮아요.”




“얌마! 네가 감히 날 때려? 너 이거, 폭행죄로 고소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고소하려면 해. 인터넷에 퍼트리려면 퍼트려. 여자에게 손을 대는 너 같은 인간 하나 내가 처리하지 못할까.”




“내가 언제? 여자한테 언제 손을 댔다는 거야?”




“저기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세 사람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희수가 어디론가 손가락을 가리켰다.




“저기에 CCTV가 있어요.”




희수 한마디에 그 인간은 움찔해서 뒤로 물러났다.




“아이고, 이 인간아! 네가 아주 끝을 보는구나.”




“저 자식, 이 모임에서 빼버려. 저걸 친구라고 붙여둔 우리가 미친 거지.”




“서윤아, 괜찮아?”




“희수야.”




휘석이 희수를 불렀다.




“응?”




“서윤 씨 가방 좀 차로 갖다 줘.”




“알았어.”




“저기 죄송한데, 오늘은 서윤 씨 그만 데리고 가겠습니다. 친구분들은 더 드시고 가세요. 드시고 싶은 거 있으면 더 드시고요.”




“우리 서윤이 잘 부탁드려요.”




휘석은 서윤을 차로 데리고 와서 보조석에 태우고 그는 운전석에 올랐다.




“정말 괜찮아요?”




“괜찮아요. 뺨 한 대 맞았다고 어떻게 되지 않아요.”




맞은 사람치고 서윤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괜찮아서 휘석이 안심할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서윤이 뺨을 맞는 것이 아닌가. 눈에서 불이 튀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려서 그 인간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가슴에 더 큰 파문을 일으킨 것은 그녀의 말이었다.

, , , , , ,

0 Comments